[오늘과내일] 풍습은 달라도 명절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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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내일] 풍습은 달라도 명절은 하나

김덕균 한국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단장

  • 승인 2023-02-12 08:53
  • 수정 2023-02-12 22:17
  • 신문게재 2023-02-13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김덕균
김덕균 효문화연구단장.
코로나19 유행 이전 중국 귀주성 소재 어느 대학 특강을 마치고 질의 응답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강의 내용과 관계없이 한 학생이 뜻밖의 질문을 했다. "한국은 유교 문화가 일상 속에 잘 스며 있고 유교의 중심엔 공자가 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공자를 한국인의 조상이라고 한다는데, 교수님은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동안 공자 맹자가 은나라 동이족 출신이라며 한국인의 조상이란 얘기가 있었고, 일반 네티즌들 사이에선 이를 공공연히 인터넷상으로 퍼트리며 한중간 불필요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뜻밖의 질문에 즉답 대신 "공자, 석가모니, 소크라테스, 예수를 세계 4대 성인이라고 하는데, 이들이 어느 나라 사람인가 국적이 중요한가요? 아니면 그들의 인류를 향한 보편적 가치와 정신이 중요한가요?"라고 반문하며 "공자가 중국 산동성에서 태어났더라도 그가 인류의 스승으로 인류에게 미친 보편적 가치와 철학을 생각한다면 한 나라에 묶어두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예수를 이스라엘사람, 석가를 인도사람이라 말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분들은 인류 전체를 위한 삶을 살았지, 결코 한 나라, 한 민족만을 위하지 않았다. 공자의 철학과 사상을 인류를 위한 보편적 가치로 생각한다면 굳이 한 나라 출신으로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또 중국 출신을 굳이 한국 출신이라 말하는 것은 더더욱 무의미하고, 불필요하다. 잠시 엇나간 얘기지만 그럴 때마다 중국 내 한국상품 불매운동만 부채질할 뿐이다. 그런데도 비슷한 일들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얼마 전 대영박물관에서 한국 전통음악과 춤을 보여주며 '한국음력설'을 소개했다가 중국 네티즌이 발끈하자 '중국 설'로 바꿨다는 이야기다.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전 세계 새해 세시풍속은 다양하다. 새해는 큰 틀에서 양력과 음력에 따라 날짜가 다르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것을 기준한 양력이 있고,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것을 기준한 음력이 있다. 예로부터 한국과 중국은 음력을 기준으로 했고 같은 명절을 기렸다.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며 농사의 때를 알려주는 24절기도 두 나라가 같다. 달력이 없어도 밤하늘의 달만 보고도 계절의 흐름을 가늠하며 한해 농사를 준비했다. 중국이 먼저 발견하고 썼어도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주변 나라들이 모두 음력을 쓰면서 각기 고유한 절기 문화를 만들어갔다. 같으면서도 다른 문화로 변화 발전시킨 것이다.

예컨대 새해 첫날을 중국에서는 '춘절', 한국은 '설날', 몽골은 '차강사르', 베트남은 '뗏'이라 했다. 중국은 간편 인사로, 한국은 큰절로 어른께 세배했다. 긴 연휴와 민족대이동은 비슷하지만, 나라마다 지역마다 먹는 음식도 놀이문화도 달랐다. 새해 첫날, 덕담을 주고받으며 조상과 어른을 존중한다는 가치는 같지만 기리는 방법과 방식을 달리했다. 그럼에도 모든 설을 중국 설이라 한다면 문제가 있지 않은가? 또 무조건 다르다고 말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 설 다음으로 소중히 여겼던 정월대보름은 이미 일반명사가 됐다. 이를 두고 한국 입춘, 중국 입춘, 한국 대보름, 중국 대보름 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무한경쟁의 시대 한국과 중국, 적어도 문화만큼만은 같음을 기리고 다름을 존중하며 상생 공존하는 이웃이 됐으면 한다. 원조가 중요하다면, 계승 발전의 모습도 소중하다. 빗나간 문화 국수주의, 편협한 애국주의, 우리가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차제에 음력문화를 공유하는 나라들끼리 함께 모여 각각의 같음과 다름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지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특히 대개의 큰 명절이 조상과 부모를 기리는 효와 관계있으니, 성씨와 문중을 여전히 소중히 여기는 한국, 중국, 베트남이 이미 이를 축제로 승화시킨 대전에 모인다면, 대전의 효문화뿌리축제는 세계적인 축제로 손색이 없을 듯하다.

/김덕균 한국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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