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효문화, 인류의 가장 큰 문명사적 흔적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효문화, 인류의 가장 큰 문명사적 흔적

김덕균 한국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단장

  • 승인 2023-07-23 08:18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2023060401000192800006071
김덕균 단장
원시 인류에게 자연사(自然死)와 사고사(事故死), 어느 게 더 흔했을까? 문명발달 이전이니 자연사가 대세일 것 같지만 사실은 그 정반대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생각해 본다면 답은 쉽게 찾아진다. 약육강식의 사활이 걸린 생존 현장에서 인류는 대개가 사고로 죽었고, 죽을 때는 반드시 피를 흘렸다. 지혈 방법이 부족하던 시절이니 피는 죽음을 의미했다. 피나는 것이 엄청난 공포임은 멀쩡히 놀다가도 피를 보면 큰 소리로 우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아무튼 인류에게 피를 흘리는 것은 죽음을 의미했다.

그런데 간혹 자연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상처 하나 없이 피도 흘리지 않고 죽은 사람이다. 원시 인류는 그들을 바라보며 제대로 저세상에 가지 못한 특이한 경우라 생각했다. 피가 흘러야 죽은 것이고, 온전히 저세상 갔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온몸이 멀쩡한 자연사는 저주와도 같았다.

그래서 인류는 고의로 상처를 내서 그들을 온전한 죽음으로 인도했다. 자연사한 이들 가슴 부위에 상처를 내고 피를 흘리게 한 것이다. 여기서 연유한 글자가 '글월 문(文)'자이다. 동양 최초의 글자 갑골문에 표현된 '문'자는 죽은 이의 가슴에 일부러 흉터를 내서 피가 나오게 한 형태다. 인간 됨의 표식이자 문식(文飾)이다.

이후로 '문'자는 문화, 문명이란 고상하고도 추상화된 인간만의 흔적으로 자리했다. 한동안 유행했던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는 이런 인간의 역사를 '인지혁명' '농업혁명' '인류의 통합' '과학혁명' 등의 몇 단계로 나눠서 설명했다. 별 볼 일 없던 인간이 지구 상의 주역으로 등장하는 데 따른 발전 과정을 문명사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동물보다 뛰어날 것도 없는 초창기 인류는 그저 그런 존재였지만, 점차 동물 세계는 물론 자연 세계를 지배하는 위대한 존재로 부각됐다. 피를 보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했고, 또 그래야만 바로 된 인간이라 생각했던 인류가 새로운 문화와 문명을 발견하며 최고 존재로서의 혁명적 역사를 써 내려간 것이다. 그런 가운데 인류는 세 번째 '통합' 단계로 나아갔다. 이를 두고 유발 하라리는 '인지혁명' '농업혁명'의 부작용에 따른 또 다른 성과라고 했다. 각종 종교와 윤리를 만들어 경쟁에서 비롯된 갈등과 불화의 요인을 해소하며 약육강식의 동물적 단계에서 약자 보호가 담긴 인간만의 윤리적 단계로 나아간 것이다.

우리에게서는 효문화 탄생의 단계라 할 수 있다. '설문해자'에 표시된 효(孝)자는 젊은 자녀가 늙으신 부모를 짊어진 형태다. 이를 두고 한동안 효를 무조건적 순종 복종의 원리로 말하며 강자의 지배 도구로 오용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는 가부장적 권위주의 시대의 산물일 뿐 효의 본래 의미는 아니다. 효는 생활능력이 있는 강자(젊은이)가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약자(노부모)를 보호, 부양하는 모습에서 나왔다.

약자가 강자를 위해 헌신 봉사하는 것은 힘과 권위에 할 수 없이 복종하는 것이고, 강자가 약자를 위해 헌신 봉사하는 것은 사랑과 공경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윤리적 행위다. 효가 사랑과 공경의 자연스러운 표현이라면 당연히 후자에 속하며, 또 가정과 사회, 국가 무엇이 되었든 약자를 섬기며 존중하는 태도가 오늘날 우리가 추구하는 효문화가 되어야 함도 여기에 있다.

이에 한국효문화진흥원에서는 현대적 효문화 확장 차원에서 '칭찬과 감사' 릴레이 운동을 펼치고 있다. '칭찬과 감사' 릴레이는 상호 비방하며 약점 잡기에 여념이 없는 이 사회의 청량제와도 같은 운동이다. 인류통합을 위한 역사의 가장 큰 문명사적 흔적이 효문화였다면, 21세기 이를 확장하는 방법으로 '칭찬과 감사' 운동을 전개하는 것 역시 인류통합을 위한 문명사적 흔적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효의 진실한 사랑과 공경의 마음이 인류통합의 기반이 되었듯 '칭찬과 감사' 운동도 진정한 사랑과 공경의 마음이 그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김덕균 한국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선도지구 발표 임박…몇 개 구역 선정될까?
  2. "서산 왕산 감태 빵 없어서 못 판다", 서산 어촌마을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라
  3. 세종 파크골프 전문가 키운다… 제2기 아카데미 활짝
  4. [한화에어로 참사] 참사 중간 수사 결과 발표, 사고 한 달 지났지만 정확한 원인 규명 '아직'
  5. [한화에어로 참사] 금속분말-세척수 반응했나… '수소가스 폭발' 가능성도 조사 쟁점
  1. '새벽 스쿨존 30㎞' 손보나… 황운하, 보호구역 탄력 운영법 발의
  2. 대전 밀알복지관,'안전한 보금자리'사업 수행
  3. '외연 확장' KAIST 이광형 총장 이임…실패연구소 이끌며 도전과 개척 강조
  4. 제5대 세종시의회 상임위 구성 마무리… 4개 위원장 모두 민주에
  5. [白壽 김희수와 건양의 사람들] 당신에게 건양은 어떤 이름 입니까…

헤드라인 뉴스


한화에어로 참사 중간수사 결과 "세척기 발화 가능성 커"

한화에어로 참사 중간수사 결과 "세척기 발화 가능성 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참사 발생 한 달 만에 경찰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여전히 규명하지 못했다. 사고 지점이 세척기 주변일 가능성과 당시 작업자들이 세척 설비 내부 탱크를 청소하고 있었다는 정황은 확인됐지만, 폭발을 일으킨 직접 점화원과 작업 공정상 문제, 안전관리 책임 소재는 추가 감정과 보강 수사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2일 대전경찰청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사고 중간 수사 브리핑을 열고 현재까지 현장 합동감식 3회, 압수물 5700여 점 분석, 관계자 32명 조사 등..

대전 선도지구 발표 임박…몇 개 구역 선정될까?
대전 선도지구 발표 임박…몇 개 구역 선정될까?

대전 노후계획도시정비 선도지구 발표가 임박하면서 최대 몇 개 구역이 선정될지 관심이 쏠린다. 둔산지구의 경우 최대 3개 구역까지 선정 가능하며, 송촌지구는 1개 구역만 신청해 사실상 선정이 확정된 상황이다. 현재 대전시는 국토교통부와 사전 협의를 마친 상태로, 2~3주 내 선도지구 선정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시에 따르면 대전 노후계획도시정비 선도지구 공모에 둔산지구 9곳, 송촌(중리·법동)지구 1곳 등 총 10개 구역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신청구역은 특별정비예정구역 27곳 중 1구역(상록수·상아·초원·강변) 3899..

[MSI 2026] 대전 뜨겁게 달군 T1… 이제 우승 향해 달린다! 브래킷 스테이지 대진 확정
[MSI 2026] 대전 뜨겁게 달군 T1… 이제 우승 향해 달린다! 브래킷 스테이지 대진 확정

대전에서 열리고 있는 이스포츠 게임축제 2026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2026)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대표로 출전한 T1이 승승장구하며 본선 라운드 브래킷 스테이지에 진출했다. '페이커' 이상혁의 소속팀인 T1은 1일 진행된 MSI 플레이-인 스테이지 최종전에서 강팀 '리퀴드(TL.북미)'를 세트 스코어 3대 0으로 완파하며 단 1팀에 주어지는 브래킷 스테이지 진출권을 따냈다. 이로써 T1은 세계 최정상급 8개 팀과 함께 우승을 향한 본격적인 레이스를 시작하게 됐다. T1의 본선 과정은 그야말로 '압도적'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족사랑 금요장터서 농산물 구입 가족사랑 금요장터서 농산물 구입

  • 이재명 대통령,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 참석 이재명 대통령,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 참석

  • ‘개문냉방 안돼요’ ‘개문냉방 안돼요’

  • ‘함께하는 가치, 소비자의 힘’ ‘함께하는 가치, 소비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