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난순의 식탐] 대통령님, 아구찜도 드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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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난순의 식탐] 대통령님, 아구찜도 드시죠

  • 승인 2023-09-13 14:13
  • 수정 2023-09-13 15:17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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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아구찜을 먹었다. 편집국장이 이사 승진으로 데스크들한테 한 턱을 낸 것이다. 회사 앞 길 건너 아구찜 식당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자그마한데 손님이 많았다. 푸짐한 아구찜이 나오자 침이 꼴깍 넘어갔다. 접시에 덜어 큼지막한 살덩이를 입에 넣었다. 오, 잊을 수 없는 이 맛. 매콤하고 쫄깃한 식감과 담백함이 일품이다. 어떤 이는 미끌거리는 껍질 때문에 거북하다고 하는데 이것이 별미 아닌가. 단단한 가시를 탄력있는 껍질 속에서 손으로 하나하나 빼는 재미도 있다. 사실 아구찜 재료는 별 거 없다. 아구와 콩나물, 미나리가 다다. 아구와 아삭아삭 콩나물의 환상의 케미. 빛의 속도로 먹다보니 한쪽 콧구멍에서 콧물이 줄줄 나와 냅킨이 뼈와 함께 수북하게 쌓였다. 아구의 표준어는 '아귀'인데 일반적으로 아구로 불린다. 아귀는 생김새가 험상궂어서 예전엔 어부들이 잡는대로 바다에 던져버렸단다. 맛있는 아구찜을 하마터면 못 먹을 뻔 했다니.

요즘 시중에서 먹는 아구찜은 생아구로 요리한 찜이다. 원래 아구찜이라 하면 마산 아구찜이 원조격인데 건아구로 요리한다. 40대 초반에 친구와 맘먹고 가을에 마산에 갔다. 마산 하면 3.15 의거가 생각난다. 부정선거로 마산시민들이 분연히 일어나 한국 민주주의의 성지가 된 곳.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도시. 친구와 나는 바닷가를 거닐다 오동동으로 갔다. 마산에 왔으면 그 유명한 아구찜을 먹고 이쑤시개로 이를 쑤셔야 하는 거 아니냐고 호기를 부리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구찜이 나왔는데 영락없이 코다리찜이었다. 주인 할머니는 "마산에선 말린 아구찜이 유명합니더. 지금은 마 생아구찜을 마이 묵는데 잡솨보이소." 할머니의 괄괄한 말투가 정이 가 몸이 노곤노곤해졌다. 역시 반건조 아구여서 식감이 더 쫄깃하고 풍미가 강했다. 소주 한 병을 시켜 얼큰한 아구찜과 먹으니 식욕이 동했다. 친구는 소주잔을 계속 비웠다. 술에 젬병인 나는 한 잔 술로 홀짝이며 친구와 계속 잔을 부딪쳤다. 주인 할머니는 앞치마에 젖은 손을 닦으며 다가와 "우째 무을만 한가? 이거 함 무으면 몬 잊어 또 온다카이. 깔깔."

윤석열 대통령도 얼마 전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우럭탕과 전어구이, 꽃게찜으로 점심을 먹었다. 대통령이 해산물로 한 상 떠억 차려 먹다니, 해산물 마니아인 모양이다. 윤 대통령은 상인들에게 "제가 와서 조금이라도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는데 병주고 약주시나? 결국 일본 정부가 8월 24일부터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핵쓰레기 방류에 우리 국민의 우려와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은 피해가 안 나타나더라도 오랜 세월에 걸쳐 피폭이 바다 생물에 축적되고 국민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런데 정작 윤 대통령은 괴담이라는 둥, 언론이 조장한다는 둥 궤변을 늘어놓는다. 이것이 윤석열 정부의 외교 방식인가. 일본에 납작 엎드려 호구 노릇이나 하는. 국가간 외교는 기브 앤 테이크여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일방적으로 퍼주기만 하고 절절매고 있으니.

저번 결혼식장에서 초밥, 연어에만 손이 갔다. 연어가 어찌나 싱싱하고 고소한지 혀에 착착 붙었다. "오늘까지는 사먹어도 될 것 같다"는 한 시민의 뉴스 인터뷰처럼 오염이 커지기 전에 얼른 먹자는 심리다. 나도 마트에서 천일염을 한 포 사다놨다. 말린 미역 한다발도 함께. 불안 심리가 작용한 탓이다. 지난 주말 금요장터에 가보니 내 단골 생선장수가 손님이 확 줄어 풀이 죽어 있었다. 생물만 파는데 싱싱하고 물 좋은 생선을 갖다놔 항상 생선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곤 했다. 어민들도 조마조마할 것이다. 아, 이젠 고등어·아구찜을 맘 편히 먹을 수 없는 시대가 온 걸까. <지방부장>
우난순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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