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김 여사의 디올백과 한국인의 명품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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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김 여사의 디올백과 한국인의 명품 사랑

  • 승인 2024-02-07 10:25
  • 수정 2024-02-07 13:54
  • 신문게재 2024-02-08 18면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극적이었다. 화마가 할퀴고 간 폐허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어정쩡한 피사체. 일단 한동훈의 폴더폰 인사로 마무리됐지만 윤 대통령의 주름진 미간은 펴지지 않았다. 20년지기 막역한 선후배 사이가 디올백 하나로 와장창 깨질 뻔 했으니 이런 코미디도 없다. "국민들께서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다", "김건희 여사는 마리앙투아네트". 애처가 대통령이 폭발할 만하지 않은가. 영부인께서 충격을 받으셨다는데. 여파는 대단했다. 대통령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당장 한동훈 사퇴해! 대통령의 사퇴 요구에도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며 대차게 나오던 한동훈은 납작 엎드렸다. 김경율 비대위원도 바로 꼬랑지를 내렸다. 국민들은 김건희 여사의 권세에 혀를 내둘렀다. 대통령도 꼼짝 못하는 최고 권력자라는 걸 증명했다.

함정취재, 공작정치, 몰카. 김 여사 입장에선 억울할 법하다. 생각할수록 분하고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것이다. 재미목사라는 사람한테 제대로 걸렸으니 '쪽팔릴'만도 하겠다. "이걸 자꾸 왜 사오세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 덥석 미끼를 물었다. 오죽하면 보수언론도 일제히 비난했을까. 거기다 목사는 김 여사가 고위직 인사 개입 등 국정 전반을 주무르는 걸 목격했다고 폭로했다. '김건희 리스크'가 여의도 정가를 계속 맴도는 이유다. 리스크는 해외에서도 터져 나온다. 김 여사는 대통령 해외 순방에 거의 다 동행했다. 윤 대통령은 미모의 아내를 동반하면서 폼 좀 잡아보고 싶었을 게다. 영국 방문 땐 그 쪽 언론에서 김 여사의 '동안 비밀'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한국 영부인의 미모에 샘이 났는지 의사까지 동원해 필러, 보톡스, 시술이 어쩌구저쩌구 조목조목 분석했다. 어이없는 건 아부인지 문해력이 낮은 건지 국내 몇몇 언론이 이걸 좋아라하며 보도한 것. 이번엔 디올백으로 뉴욕타임스 1면을 장식했으니.

도대체 명품이 뭘까. 코로나 19로 세계 경제가 침체기의 늪에 빠져도 글로벌 명품시장은 쑥쑥 성장했다. 백화점 매출을 주도하는 종목은 명품이다.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매장은 개장 전부터 대기 줄을 서는 '오픈 런'이란 진풍경이 벌어진다. 한국인의 명품 사랑은 혀를 내두른다. 2022년 한국의 1인당 명품 소비액이 세계 1위였다. 중국, 미국보다 높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 이제 한국은 유럽 명품 기업의 가장 큰 거래처가 됐다. 국내 아이돌 가수가 '샤넬' 광고모델이 되는 세상이다. 한국인이 유럽 여행길에 명품이 든 쇼핑백을 한가득 둘러메고 돌아오는 모습은 해외 언론에서 종종 웃음거리로 다룬다. 한국을 글로벌 호구라고 하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베블런 효과'라는 게 있다. 비쌀수록 잘 팔리고 값을 내리면 수요가 감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명품은 계급차별과 맥을 같이 한다. 제품의 브랜드로 타인과 차별화한다. 코코 샤넬은 "사치의 반대는 가난이 아니라 바로 비천함"이라고 해서 논란이 일었다. 논란은 매력의 증거다. 명품족이 샤넬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걸 보라. 몇 년 전 TV 예능프로에서 모 래퍼가 최고급 외제차를 여러 대 갖고 있다는 걸 자랑했다. 그의 몸도 번쩍이는 액세서리가 휘감고 있었다. 그걸 보면서 명품에 집착하는 심리가 뭘까 생각했다.

자본주의의 속성을 예리하게 꿰뚫은 철학자가 있다. 장 보드리야르는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일갈했다. 타인으로부터 주목받고 싶어하는 인간의 허영과 욕망. 10여년 전, 미국의 한 학자가 명품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연구했다. 결과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자존감이 낮다는 것. 값비싼 가방·신발·옷·시계, 고급 외제차. 열등감과 영혼의 결핍을 비싼 물건으로 포장해서 과시하고 뽐내는 심리다. 영화 '극한직업'에서 구찌 백을 사들고 온 유승룡에게 아내 김지영이 "기다려. 금방 씻고 올게"라며 머리끈을 풀고 머리를 흔드는 코믹한 장면이 나온다. 이번 설 연휴 후에도 명품 매출이 오르지 않을까? 기혼여성들이 명절 스트레스를 루이비통으로 퉁치면 꽤 남는 장사 아닌가. 김 여사는 대국민 새해인사에도 불참했다. 김경율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디올백의 여진이 총선까지 이어질까. <지방부장>
우난순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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