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
지역 경제가 어렵다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하고 있다. 대전의 한 음식점에서 점심식사를 하는데, 서빙하던 주인장의 '요즘은 사람들이 점심식사도 하지 않는가 봐요. 도통 손님이 없어요.'라는 혼자 말에 대답이 궁했던 경험도 있다. 점심을 거르지야 않겠지만 편의점 김밥이나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짐작된다.
신문 보도에 의하면 올해 1분기 서울에서 폐업한 외식업체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늘어난 5922개라고 한다. 1분기 기준 4년 만의 최고치라고 했다. 폐업 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매출이 없는 '사실상 폐업'까지 포함하면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이들 업체까지 포함시키면 지난해 전국의 82만 개 가까운 외식업체 중 폐업한 업체는 18만 개에 육박해서 폐업률이 21.5%라고 한다.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보다도 80%나 급증한 수치이다.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자영업자들도 해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하니 이러다가 나라 전체가 패닉에 빠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마저 든다. 대표적 자영업인 음식점 상황을 살펴보면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음식 가격이 올라도 정작 음식점주들 표정은 어둡다. 손님은 줄고, 원가가 상승하니 당연히 마진이 축소될 것인데, 설상가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에 배달 비용도 늘어나다 보니 견디기 힘들 것이다.
지난 해 대전 지역의 폐업률은 약 13%로, 전국에서 광주, 울산 다음인 3위였고, 충남도 역시 약 12%로 전국 평균보다 높다고 한다. 물가가 올라가면 2~3개월 후에 외식 물가가 올라간다는 통계가 있는데, 외식 물가 상승률이 30년 만에 최고라고 할 정도로 이미 음식 가격이 인플레이션을 선도하고 있으니 서민들 고통이 지금이 정점이 아니라 더 진행될 것이라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폐업 하고 싶어도 '폐업마저 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자영업자들도 많다고 하니 그 분들이 겪을 것으로 짐작되는 고통은 헤아리기도 힘들다.
지난 2월에 열린 대전상공회의소 조찬 강연에서 경제전문가로 대중의 눈높이에서 쉽게 설명해 주는 것으로 유명한 김광석 교수의 얘기를 들었다. 대전 사람으로 옥계초등학교 졸업생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와 세계의 경제 상황에 대해 과거/현재 그리고 미래를 일목요연하게 제시해 주어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그 분의 예상으로는 올해가 바닥일 것이라고 했다. 2022년 6월의 물가 인상률은 9%로, 1981년 11월의 물가상승 15% 이래 41년 만의 기록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좋아질 것인가? 아마도 5년 정도는 그대로 'L'자 형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양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과 품질을 떨어뜨리는 스킴플레이션이 횡행할 것이지만 경제는 '경향'이고 항상 움직이는 것이니 걱정하고 절망만 할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희망을 가지라는 의미로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보여준 멀리뛰기 선수 밥 비먼의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비먼은 최악의 컨디션으로 경기를 포기하려 할 정도였지만 친구인 랄프의 격려에 힘 입어 기운을 냈고, 역사에 남는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넌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왔어. 이제 망설이지 말고 힘껏 뛰어오르기만 하면 돼. 지금 너의 몸은 깃털처럼 가볍고 점프를 하는 순간 날아오를 거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힘껏 뛰어오르라고!"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상황을 직시하고 도움 줄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지만 이미 어려워지면서 체력이 소진된 많은 사람들이 이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희망을 잃지 않는 것', 그리고 '버티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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