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난순의 식탐] 유튜브 먹방 시청 끄읕

  • 오피니언
  • 우난순의 식탐

[우난순의 식탐] 유튜브 먹방 시청 끄읕

  • 승인 2024-10-30 09:29
  • 수정 2024-10-30 11:36
  • 신문게재 2024-10-31 18면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GettyImages-jv13106336
게티이미지 제공
유튜브 먹방 세계의 입문은 'ASMR'이었다. 어느 기사에서 순위를 달리는 먹방 유튜버들을 소개한 걸 보고나서였다. 그 중 한 먹방 유튜버를 선택해 들어간 게 시작이었다. 그땐 ASMR이 뭔지도 몰랐다. 식탁위에 온갖 디저트가 올라와 있고 주인공은 검은색 옷을 입은 상체와 핑그색 립스틱을 칠한 입까지만 보였다. 배경도 까맸다. 오로지 알록달록한 음식과 입술만 부각됐다. 섹시한 입술이 한번 살짝 미소짓고 나더니 먹기 시작했다. 이어폰을 낀 내 귓속으로 요상한 소리가 들어왔다. 아그작아그작, 쩝쩝, 꿀꺽꿀꺽, 쪽쪽, 바사삭바사삭, 질겅질겅. 자극적인 소리가 귀에 대고 속삭였다. 간지럽고 찌릿찌릿하고 나른하고 달콤했다. 일종의 쾌감 비슷한 것이 내 온 몸의 감각을 깨웠다. 초콜릿 범벅의 케이크와 아이스크림, 마카롱, 과자, 젤리, 빵, 떡. 그 많은 걸 다 먹어치운다. 천천히 맛있게. 나는 화면속의 먹는 이와 일심동체가 되어 맛있는 걸 맘껏 먹었다는 만족감과 위로를 받는다.

먹방이 대세다. 유튜브는 물론이고 TV도 먹방 프로그램이 셀 수 없이 많다. 해외 맛집도 간다. '먹방'은 이미 국내 사전에 등재되고 해외에서도 보통명사가 됐다.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Mukbang'이 등재됐다고 하니 가히 한국 먹방이 세계를 주름잡는 셈이다. 유튜브 먹방은 종류가 다양하다. 디저트만 먹는 먹방이 있는가 하면 잘 알려진 쯔양이나 히밥처럼 종류를 가리지 않는 먹방이 있다. 외국인 먹방도 눈에 띈다. 먹방의 특징은 음식 양이 어마무시하다. 희한한 건 이들 유튜버가 대체적으로 깡말랐다는 점. 이들은 떡시루만한 케이크 두개와 조각케이크 대여섯개를 순식간에 먹어치운다. 조회수가 많은 사람은 광고가 붙어 월 수입액이 많게는 일반 직장인의 몇십배가 되기도 한다. 식당에서 타이머를 켜놓고 정해진 시간 안에 먹으면 돈을 지급하기도 한다. 유튜버는 째깍째깍 초침소리를 들으며 엄청난 양의 햄버거를 쌓아놓고 목구멍에 욱여 넣는다. 마치 돼지 창자에 재료를 꾹꾹 쑤셔넣는 순대 공장처럼. 이걸 보는 시청자도 손에 땀을 쥐고 응원하다 성공하면 환호성을 지른다.



푸드포르노와 포르노그래피는 닮았다. 대리만족을 준다. 푸드포르노는 음식이 욕망의 대상으로 침샘을 자극하는 영상, 사진이나 글을 말한다. 둘 다 인간의 본능이고 중독성이 있다.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가 "모든 선한 것의 시작과 끝은 위장의 쾌락"이라고 한 걸 보면 이 사람도 꽤나 식탐이 강했던 모양이다. 어느 과학자는 이런 현상을 과학적으로 풀어냈다. "음식먹는 행위를 보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창조적인 욕망을 자극한다"고.

나는 유튜브 먹방 시청을 끝내기로 했다. 싫증이 났다. 종편이 개국했을 때 1년동안 이것만 보다가 딱 끊었다. 그짝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디저트 먹방을 보게 되니까 초가공식품을 더 가까이 하게 된 것. 주말마다 조각케이크를 사먹거나 마트에 가면 과자를 덥석덥석 집어 들기 때문이다. 초코파이나 쿠키를 한 번에 대여섯 개씩 까먹는 일이 다반사다. 가뜩이나 발목을 다쳐 등산은 커녕 걷기운동도 못해서 헐렁헐렁한 옷이 지금은 딱 맞는데. 핑계도 생겼다. 두드러기를 치료 중인데 의사가 밀가루, 우유를 먹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 세상 맛있는 음식은 다 우유와 밀가루가 재료다. 빵, 과자, 아이스크림, 케이크. 심지어 메밀국수와 어떤 뻥튀기는 밀가루가 포함됐다. 현재 나의 간식거리는 옥수수·떡국떡 뻥튀기, 그리고 떡. 이 글을 쓰느라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는 지금, 옥수수를 볼탱이가 미어지도록 넣고 우적우적 씹는 중이다. 왠지 내 모습이 도토리를 입안 가득 문 청설모 같다. 하지만 이 식생활이 영원하진 않을 터. 내 뇌는 강냉이보다 티라미수를 더 원하니까. <지방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6명이 벗고 달린 새해 첫 날! 2026선양 맨몸마라톤
  2. 충남교육청, 2026 충남 온돌봄 운영 길라잡이 발간
  3. [날씨]주말에 평년기온 회복…3일 낮최고 2~6도안팎
  4. 충남도, 지속가능한 20년 미래 청사진 확정
  5. 아동인구 감소 현실의 벽… 세종 국공립 어린이집 취소 '파장'
  1. [세상보기]가슴 수술 후 수술 부위 통증이 지속된다면
  2. 대전 동구, 겨울철 가족 나들이 명소 '어린이 눈썰매장' 개장
  3. 코레일, 동해선 KTX-이음 개통 첫 날 이용객 2000명 넘어
  4. [독자칼럼]대전·충남 통합, 중부권 미래를 다시 설계할 시간
  5. 이장우 대전시장 "불퇴전진으로 대한민국 신 중심도시 충청 완성하겠다"

헤드라인 뉴스


아동인구 감소 현실의 벽… 세종 국공립 어린이집 취소 `파장`

아동인구 감소 현실의 벽… 세종 국공립 어린이집 취소 '파장'

아동 인구 감소로 보육시설 운영난 가중과 폐업이 속출하는 가운데, 세종시 국공립 어린이집 개원이 취소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어린이집은 정원 수용률이 지역 최하위 수준인 산울동 복합커뮤니티센터 내 2027년 개원 예정이었으나, 시가 지난 6월 주민 의견 수렴 과정 없이 개원 최소 결정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종시는 "인근 지역 보육수요까지 감안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산울동 주민들은 "현실을 외면한 행정"이라며 원안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시는 이달 보육정책위원회에 안건을 재상정..

[현장] 응급실 시계에 새해는 없다네… 중증환자 골든타임만 있을뿐
[현장] 응급실 시계에 새해는 없다네… 중증환자 골든타임만 있을뿐

"응급실 시계에 새해가 어디 있겠습니까. 중증환자 골든타임만 있을 뿐이죠." 묵은해를 넘기고 새해맞이의 경계에선 2025년 12월 31일 오후 11시 대전권역 응급의료센터가 운영되는 충남대병원 응급실. 8살 아이의 기도에 호흡 유지를 위한 삽관 처치가 분주하게 이뤄졌다. 몸을 바르르 떠는 경련이 멈추지 않아 산소포화도가 떨어진 상태에서 호흡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처치에 분주히 움직이는 류현식 응급의학 전문의가 커튼 너머 보이고 소아전담 전문의가 아이의 상태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했다. 여러 간호사가 협력해 필요한..

"할아버지는 무죄에요" 대전 골령골에 울린 외침…학암 이관술 고유제 열려
"할아버지는 무죄에요" 대전 골령골에 울린 외침…학암 이관술 고유제 열려

대전형무소에 수감됐다가 6·25전쟁 발발 직후 불법적인 처형으로 목숨을 잃은 학암 이관술(1902-1950) 선생이 1946년 선고받은 무기징역형에 대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그의 외손녀 손옥희(65)씨와 학암이관술기념사업회는 2025년 12월 31일 골령골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터에서 고유제를 열고 선고문을 읊은 뒤 고인의 혼과 넋을 달랬다. 이날 고유제에서 외손녀 손옥희 씨는 "과거의 역사가 남긴 상처를 치유하겠다는 역사를 근간으로 하는 단체와 개개인의 노력 덕분에 사건 발생 79년 만에 '이관술은 무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새해 몸만들기 관심 급증 새해 몸만들기 관심 급증

  • 병오년 이색 도전…선양 맨몸마라톤 이색 참가자 병오년 이색 도전…선양 맨몸마라톤 이색 참가자

  • 맨몸으로 2026년 첫 날을 힘차게 ‘출발’ 맨몸으로 2026년 첫 날을 힘차게 ‘출발’

  • ‘붉은 말의 기운 받아 2026년도 힘차게 나아갑시다’ ‘붉은 말의 기운 받아 2026년도 힘차게 나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