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 사회/교육
  • 사건/사고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중도일보 보도 후 22일 중구청·경찰 등 합동청소
집주인 "자재모아 기도 공간 마련하려" 이유 밝혀
주민들 "악취·세입자 계약해지 등 반복 없기를"

  • 승인 2024-11-22 17:58
  • 수정 2024-11-22 18:25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KakaoTalk_20241122_172407488
22일 중구 산성동 쓰레기더미가 쌓인 3층 주택 정리를 위해 중장비가 가동되고 있다. (사진=정바름 기자)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방범대, 경찰 등 자원봉사자 70여 명이 현장에 모였다. 폐기물량이 워낙 많다 보니 중장비 쓰레기 집게 차까지 동원됐다. 주택을 가득 메웠던 각종 고철과 생활폐기물이 하나씩 빠지자 무게 버티지 못한 쓰레기들이 바닥으로도 우수수 떨어지며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주택 외벽을 둘러싼 쓰레기만 정리했는데도 21톤가량이 나왔다. 자원봉사자들은 내부까지 정리하려면 2~3일 더 소요될 것으로 봤다.



그간 주민들의 고충도 상당해 보였다. 한 주민은 정리가 시작되자 "왜 이제야 청소를 하냐"며 역정을 내기도 했다. 쓰레기가 쌓인 집 주변 다세대주택 건물주인 A 씨는 "이곳 폐기물 때문에 세입자들이 들어오려 했다가 나가는 경우가 많았고, 여름에는 악취가 너무 심해 참기 힘들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KakaoTalk_20241122_172358194_02
22일 중구 산성동 쓰레기더미가 쌓인 3층 주택 정리를 위해 중장비가 가동되고 있다. (사진=정바름 기자)
집주인 김 씨는 3년 전부터 고물들을 모으며 쓰레기더미 속에 살기 시작했다. 1층 현관문까지 쓰레기가 쌓인 탓에 폐기물 더미에 작은 사다리들을 설치해 밟고 올라가 3층에서 생활한다고 했다. 쓰레기더미가 무너지거나, 도로 방향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인근의 전깃줄이나 철사로 감아 고정해서 탑처럼 쌓아 올렸다. 그는 멀리 있는 문화동과 대전역 인근에서도 골목에 버려진 폐기물을 몇 개씩 보행기에 담아 모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 씨는 자신을 종교인이라고 소개했다. 처음에는 기도할 공간을 하나 더 만들기 위해 버려진 건축 자재들을 모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고물들을 모으는 이유는 일정한 수입이 없어 고물상에 팔기 위해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개척교회 목사로서 3년 전에는 주택 1층에 교회를 운영했고, 알코올 중독자들과 함께 지내며 상담과 치료를 돕기도 했다. 현재는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지내고 있다. 김 씨는 "앞으로는 고물을 쌓아두지 않고, 깨끗하게 정리해 1층에 교회도 다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에 쌓인 폐기물 문제 해소에 적극 나선 산성동 자율방범대 문재정(50대) 대장은 "그간 동네 순찰하면서 여름에 폭우가 내릴 때마다 도로 쪽으로 쓰레기 더미가 붕괴하는 게 아닐지 걱정될 정도였다"라며 "신고를 하고, 중부경찰서가 직접 나서줘 주거 개선까지 이뤄질 수 있어 다행이다. 이곳 말고도, 동네 곳곳에 물건을 과도하게 쌓아둔 곳들이 많은데, 지역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clip20241122181917
12일 오전 11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의 주택 모습. 집 전체가 쓰레기더미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정바름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첫 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립대·지방대와 동반성장"
  2. '개원 53년'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암 중심의 현대화 병원 준비할 것"
  3. 법원, '초등생 살인' 명재완 정신감정 신청 인용…"신중한 심리 필요"
  4. 33도 폭염에 논산서 60대 길 걷다 쓰러져…연일 온열질환 '주의'
  5. 세종시 이응패스 가입률 주춤...'1만 패스' 나오나
  1. 필수의료 공백 대응 '포괄2차종합병원' 충청권 22곳 선정
  2. 폭력예방 및 권리보장 위한 협약 체결
  3. 임채성 세종시의장, 지역신문의 날 ‘의정대상’ 수상
  4. 건물 흔들림 대전가원학교, 결국 여름방학 조기 돌입
  5. 세종시, 전국 최고 안전도시 자리매김

헤드라인 뉴스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이재명 정부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충청권에서만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행정수도 완성 역행과 공론화 과정 없는 일방통행식 추진되는 해수부 이전에 대해 비(非) 충청권에서도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이 이 같은 이유로 전재수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 향후 정치 일정에서 해수부 이전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이번 논란이 중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전북 익산 출신 국민의힘 조배숙..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이재명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해 지급키로 한 소비쿠폰이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이로써 충청권 시도의 지방비 매칭 부담이 사라지면서 행정당국의 열악한 재정 여건이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어 13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행안위는 이날 2조9143억550만원을 증액한 2025년도 행정안전부 추경안을 처리했다. 행안위는 소비쿠폰 발행 예산에서 중앙정부가 10조3000억원, 지방정부가 2조9000억원을 부담하도록 한 정부 원안에서 지방정..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과 충남의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대거 선정되며, 딥테크 기술창업 거점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5년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전국 197개 기업 중 대전·충남에선 3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체의 16.8%에 달하는 수치로, 6곳 중 1곳이 대전·충남에서 배출된 셈이다. 특히 대전지역에서는 27개 기업이 선정되며, 서울·경기에 이어 비수도권 중 최다를 기록했다. 대전은 2023년 해당 프로젝트 시행 이래 누적 선정 기업 수 기준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