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톡] 출이반이(出爾反爾)를 몸으로 가르치는 여사님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수필 톡] 출이반이(出爾反爾)를 몸으로 가르치는 여사님

남상선/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전 조정위원

  • 승인 2024-11-27 11:30
  • 수정 2024-11-27 11:31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한국효문화진흥원서 근무를 하는데 전화가 왔다. 갈마아파트 박한순 여사님 전화였다. 중도일보에 게재된 내 수필 < 아들한테 쓰는 반성문 >을 읽고 당신의 아들 어렸을 적 일이 생각났다는 거였다. 당신 아들이 유치원 다닐 때 엄마 지갑 속의 돈을 빼내려다 들켜 엄마의 빗자루 세례를 받던 일이 생각났다고 했다.

엄마는 도둑질하는 아들 손버릇을 고친다고 손가락이며 손목을 빗자루로 마구 두둘겼지만 퉁퉁 부어오른 아들 손을 보는 순간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했다. 그래서 엄마는 자는 아들의 손을 안타깝게 어루만지며 울었다고 했다. 아들을 바르게 키우려한 소행이었지만, 맞은 아들보다 때려준 엄마의 마음이 더 아팠다고 했다. 그저 퉁퉁 부어오른 아들 손가락, 팔목을 쳐다보고 눈물범벅이 됐다고 했다. 미어지는 아픔에서 엄마는 곤히 자고 있는 아들을 품에 안고 안타까워 흐느꼈다고 했다. 맞기는 아들이 했지만 정작 아픈 것은 엄마 마음이었던 것이다.



자식을 키우는 어머니 마음은 정작 다 이러한 것인가!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을 바르게 키우기 위해 이사를 세 번씩이나 했다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란 말이 있다. 박한순 여사는 아들을 사람다운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당신의 지갑에 손을 댄 아들의 손이 벌겋게 부어오르도록 빗자루 세례를 퍼부었다. 두 여인이 자식을 위해 한 일이 방법만 다르지 자식을 훌륭하게 키우려한 진심어린 모성애는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세인의 심금을 울리는 두 여인의 일거수일투족이 마음에 와 닿는다.

박한순 여사야말로 현대판 맹모라 해도 괜찮지 않을까?

아들은 어린 나이의 꼬마였지만 엄마의 진심을 제대로 헤아렸는지 "엄마, 마음 아프게 해드려 죄송해요. 차라리 제 손가락을 잘라 주세요. 다시는 도둑질을 하지 않겠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들의 소행은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아들하고 어울리는 또래 친구 골목대장이 시켜서 그렇게 한 거였다. 돈 안 가져오면 죽인다고 협박하고, 견디기 어렵게 하는 골목대장의 폭력이 무서워서 그렇게 한 거였다.

그 아들은 이미 장성해서 바르게 살고 있다고 했다. 오히려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칭송받는 직장인으로 살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또 부모님께 효를 하는 자랑스러운 아들이 됐다고도 했다.

여사님은, 바르게 사는 교육으로 그렇게 효도하는 아들로 키운 것이다.

박한순 여사님은 가정에서는 자식에게 바르게 살라고 엄한 교육으로 그 됨됨이를 가르쳤고, 사회적으로는 몸소 뛰는 헌신 봉사로 의롭게 살려 동분서주하셨다.

박 여사님은 갈마아파트 주민들의 복지 향상을 위하는 일이라면 몸을 사리지 않으셨다. 또 부처님의 자비를 몸소 실천하시는 분이시라 그늘진 곳에 있는 사람들에겐 아낌없는 사랑을 주셨다. 내 박한순 여사님을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짧은 기간이지만 감화를 받은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디서 들었는지 내 전립선 암환자란 사실을 알고 직접 방앗간에 가서 팔분도미를 세 자루나 만들어 오셨다. 내 건강을 걱정해서 가지고 오신 것이다.

내 어찌 이리도 따듯한 가슴을 잊을 수 있으리오!

덕을 베풀며, 바르게, 의롭게, 정의롭게, 살려하는 분이시기에 갈마아파트 동대표자 회의에서도 반대하는 사람 없이 갈마아파트 주민협의회회장으로 선출되셨다. 박한순 여사님을 보면 먼저 맹자에 나오는 출이반이(出爾反爾)가 떠오른다.

사서삼경 중의 하나인 맹자에 나오는 이 말은 < 너에게서 나온 것은 너에게로 돌아간다>는 말이니 자신에게서 나온 것은 부메랑으로 자신에게 되돌아간다는 뜻이다. 화나 복이 모두 자신으로부터 기인된다는 말이라 하겠다.

'출이반이(出爾反爾)를 몸으로 가르치는 여사님'

이는 바로 박한순 여사님을 가리키는 말이라 하겠다.

아들을 바르게 키운 어머니였기에 훌륭하게 자란 아들한테서 효를 받는 어머니가 되었다. 덕으로, 바르게, 정의롭게, 베풀며 살고자 몸으로 뛰시는 분이시기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 너에게서 나온 것이 너에게로 돌아간다.> 는 '출이반이(出爾反爾)'가 실감이 나지 않을 수 없다.

한국효문화진흥원 4전시실 들어가자마자 <천칭의 한 쪽 편에 세계를 실어 놓고 다른 한쪽 편에 어머닐 실어 놓는다면 세계의 편이 훨씬 가벼울 것이다> 라는 ' 랑구랄 '의 말이 있다. 실로 자식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맹자의 어머니와 박한순 여사 같은 어머니들이 계시기에 실감이 나는 것도 같다.

'출이반이(出爾反爾)를 몸으로 가르치는 박한순 여사님'

흘린 땀이 더욱 빛이 나게 하소서.

남상선/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전 조정위원

남상선
남상선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부산 수영구, 고령운전자 면허 자진 반납 시 50만원 지원
  2. [대전 다문화] "가족의 다양성 잇다"… 2025 대덕구 가족센터 성과공유회
  3. [다문화] 이주배경인구, 전체 인구 5% 돌파
  4. [세상보기]섬세한 도시
  5. 성탄 미사
  1. [대전 다문화] 다문화가정 대상 웰다잉 교육 협력 나서
  2. 대전·충남 행정통합, 가속페달…정쟁화 경계도
  3.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4. [대전 다문화] 한·중 청소년·가족정책 교류 간담회
  5. [충남 10대 뉴스] 수마부터 행정통합까지 다사다난했던 '2025 충남'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가속페달…정쟁화 경계도

대전·충남 행정통합, 가속페달…정쟁화 경계도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 지원을 위한 범정부적 논의가 본격화되는 등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가속페달이 밟히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둘러싼 여야의 헤게모니 싸움이 자칫 내년 초 본격화 될 입법화 과정에서 정쟁 증폭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경계감도 여전하다. 행정안전부는 24일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과 관련해 김민재 차관 주재로 관계 부처(11개 부처) 실·국장 회의를 개최하고, 통합 출범을 위한 전 부처의 전폭적인 특혜 제공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이날 회의에서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을 위한 세부 추진 일정을 공..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윤석열 탄핵에서 이재명 당선까지…격동의 1년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윤석열 탄핵에서 이재명 당선까지…격동의 1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조기대선을 통한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 두 사안은 올 한해 한국 정치판을 요동치게 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는 연초부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국면에 들어갔고,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이어졌다. 결국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면서 대통령 궐위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헌법 규정에 따라 60일 이내인 올해 6월 3일 조기 대통령선거가 치러졌다. 임기 만료에 따른 통상적 대선이 아닌, 대통령 탄핵 이후 실시된 선거였다. 선거 결과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꺾고 정권..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대통령 지원사격에 `일사천리`…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대통령 지원사격에 '일사천리'…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배를 띄운 것은 국민의힘이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다. 두 시·도지사는 지난해 11월 '행정통합'을 선언했다. 이어 9월 30일 성일종 의원 등 국힘 의원 45명이 공동으로 관련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 여당도 가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충청권 타운홀미팅에서 "(수도권) 과밀화 해법과 균형 성장을 위해 대전과 충남의 통합이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전면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충청특위)를 구성..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탄 미사 성탄 미사

  •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