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지역 외식업계 말을 종합하면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이 발발한 이후 연말 예정됐던 회식이 일부 축소되거나 취소되는 등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이 이어지고 있다. 연말 회식 장소로 꼽히는 대전 서구의 한 한정식집은 이맘때 즈음 단체석 예약이 가득 찰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뤘는데, 30%가량 예약이 취소됐다. 이 식당 업주는 "12월이 식당에선 술 등의 매출이 올라 전체적인 가게 매상이 가장 잘 오르는 시기인데, 지난주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이후 취소할 수 있냐는 문의가 들어와 몇 팀이나 예약을 취소했다"며 "신규 예약 전화가 잦아지는 때가 지금이지만, 가끔 점심때 문의가 오는 것 말고는 저녁 예약은 뜸하다"고 토로했다.
외식업계는 가뜩이나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계엄 사태 장기화 시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극심한 매출 하락을 경험했던 지역 외식업계 입장에선 비상계엄령 이후 탄핵 정국이 오래갈 경우 이전의 악몽을 되풀이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 중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우리 가게는 대부분 가볍게 맥주를 마시러 회식 2차로 들리는 경우가 많은데, 회식 자체가 줄어들어 지난 주말이 전주 주말과 비교하면 50%가량 손님이 오지 않는다"며 "코로나19를 겨우 극복하며 올라서는 듯했으나 이런 극심한 소비 침체가 장기화되면 지금보다 더 큰 타격이 올 텐데, 그땐 어쩌나 고민이 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공무원 등이 많이 찾는 대전시청 주변 특정 상권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서구 둔산동의 고깃집 업주는 "평일에도 저녁시간 대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아무래도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예약도 많이 줄었고 기다리는 대기 줄도 없어졌다"며 "일주일 새 손님이 크게 줄은 걸 체감할 정도"라고 했다.
기업 등에서도 회식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저녁보다는 점심 회식으로 대체하고 술보다는 식사 후 커피를 마시는 정도로 가볍게 끝내기도 한다.
지역의 한 스타트업 대표는 "평소에 회식을 자주 하진 않지만, 연말엔 직원 독려 차원에서 꼭 회식을 하곤 했는데, 분위기가 분위기인 만큼 올해는 점심에 가볍게 직원들과 모여 식사하는 것으로 대체했다"며 "주변 기업에서도 올해는 회식을 없애거나 하더라도 조촐하게 마무리하자는 움직임이 주를 이룬다"고 말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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