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구세주 정치에서 건강한 시스템 정치로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구세주 정치에서 건강한 시스템 정치로

김정태 배재대학교 글로벌자율융합학부 교수

  • 승인 2025-01-06 10:11
  • 신문게재 2025-01-07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2024010801000544400020711
김정태 교수
영국인 저널리스트이며 작가인 다니엘 튜더는 그의 베스트셀러 저서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를 통해 고도의 경제 성장 속에서 분열된 한국 사회의 민낯을 보여줬다. 그는 한국의 정치는 판돈을 키우는 포커게임과 같이 대선주자가 모든 사회적 병폐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구세주로 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가 보기에 한국인들은 정당의 정책의 방향보다 거물의 존재가 중요하게 인식한다고 말했다.

다니엘이 말한 대로 한국은 집단 지성보다는 소수의 엘리트에 의존해 온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엘리트 중심의 사회체제와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중소기업보다는 엘리트 대기업, 대중 정치보다는 엘리트 정치, 엘리트 시험문화, 엘리트 재벌이 등장하는 드라마 등이 그 증거다. 정치에서도 제왕적 대통령 한 사람에게 국가의 명운을 기대고 있다.

한국의 구세주 정치시스템의 문제는 종종 큰 부작용을 낳았다. 다니엘에 의하면 우리 정치는 고질적인 사회 문제들을 해결해 줄 것 같이 인식되는 대통령을 선출한 후 임기 후반에 인기가 떨어지면 현직 대통령을 심판할 새로운 영웅 서사가 만들어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은 인사권을 휘둘러 자기편을 만들고 정책보다 정쟁에 집중해왔다. 그리고 일단 당선이 되면 전임 정권의 색채를 지우기에 급급한 나머지 정책의 지속성이 떨어진다. 정책의 지속성과 일관성이 결여된 정치환경은 해외 기업과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높인다.

구세주 정치의 특징은 인물을 키워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건강한 민주 정당이라면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고 차기 대선 주자로 키워나가야 한다. 그런데 윤 정권과 국민의힘은 이준석과 한동훈을 내쫓았고, 이재명의 민주당은 박용진을 쳐냈다. 이런 구태 정치로는 새로운 유능한 인재가 끊임없이 양성되는 시스템 정치를 구현할 수 없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실망한 나머지 구세주로 윤석열 대통령을 선출했다. 윤 정부는 전임 정부의 정책을 대부분 뒤집으며 차별성을 강조했다. 그렇지만 그가 전 정권에서 가장 실패한 부동산 정책 등을 뒤집은 것은 이해할만하나, 임기 내내 불통으로 일관했고 인사 파동과 영부인의 불법을 방어하다가 곧 지지율이 급락했다. 윤 정부의 무색무취한 경제정책은 코로나 종식 이후 OECD 국가 중 몇 안 되는 성장률 하락을 기록하며 불황의 늪으로 인도했다. 게다가 뜬금없는 비상계엄을 선포해서 탄핵을 자초하고 국가를 위험으로 몰아넣었다.

탄핵 정국의 불확실성 속에서 사태를 해결할 정치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최소한의 통치행위만 해야 한다면서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있어 물리적 충돌이 눈앞에 보이는데도 뒷짐만 지고 있다. 이 얼마나 무책임한 행태인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되어야 할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이 좌고우면하면서 불안정성을 해소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도 탄핵 이후의 대선을 겨냥해서 여당으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계엄은 인정하지만 내란은 인정하지 않으며, 헌법재판관 임명을 결사반대했다. 심지어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해준 판사와 헌법재판소를 공격하고 비난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 이후 조기 대선이 기정사실화 되는 마당에 최대한 시간을 끌어,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돼 대선 출마가 금지되는 것을 기대하는 전략을 쓰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사건 등의 재판을 최대한 늦춰서 대선을 준비하는 전략을 보이고 있다. 아무리 검찰이 무리수를 두었다고 해도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너무도 커 보인다. 독보적인 대선 지지율을 얻고 있는 그에게 조기 대선은 절호의 기회일 것이다. 대선은 빠를수록 좋고 재판은 늦을수록 좋기 때문에 치열한 수 싸움을 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정치적 혼돈 속에서 무정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은 대한민국의 대외 신인도에 악영향을 끼치며 한국 경제를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 우리나라는 언제쯤 구세주 정치를 벗어나서 건전한 시스템 정치로 나아갈 수 있을까? 우리 정치가 모든 일을 사사로움 없이 공평하게 처리하는 지공무사(至公無私)의 정신 아래 건강한 정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정태 배재대학교 글로벌자율융합학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