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13강 역린지화(逆鱗之禍)

  • 오피니언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13강 역린지화(逆鱗之禍)

장상현/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5-03-2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 213 강 역린지화(逆鱗之禍) : 용의 목 아래 거꾸로 난 비늘(逆鱗)을 건드리면 화(禍)를 입음

글 자 : 逆(거스를 역) 鱗(비늘 린) 之(갈지, 관형격 조사 ~의) 禍(재화 화)



출 처 : 한비자(韓非子)의 세난편(說難篇)

비 유 : 개인이나 집단이 가진 가장 민감한 부분이나 약점, 금기 영역을 건드림



逆자는 두 팔과 두 다리를 벌리고 서 있는 사람, 즉 大(큰 대)를 거꾸로 뒤집은 모습을 본떠서 만든 글자이다.

逆은 갑골문 때부터 등장하는데, 주로 겨역(拒逆), 반역(叛逆), 역공(逆功), 역풍(逆風) 등 거스르며 반대하는 행위에 많이 사용되곤 한다.(설문해자 참조)

사람은 누구나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장점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없고 단점만을 지니고 있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남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쉽게 발견해 이야기 하곤 한다. 이는 자기 보호적인 심리가 발동하기 때문이다. 상대방보다 자신이 낫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본능이다.

용(龍)은 전설상의 동물로 동. 서양을 막론하고 불가사의(不可思議)한 힘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상상(想像)의 동물이다.

중국문화의 영향권에 있는 동양은 용(龍)을 포함한 봉(鳳/봉황새) 인(麟/기린) 귀(龜/거북)를 사령(四靈)이라고 하며 신령스럽게 여긴다. 용(龍)은 비늘이 있는 동물들의 (長)으로 능히 구름을 일으키고 비를 부를 수 있는 신비의 동물로 여겨왔다. 그리하여 중국에서는 곧잘 군주(君主)를 용(龍)에 비유한다. 용안(龍顔), 용상(龍床)등의 용어가 이에 속한다. 따라서 용(龍)에 관한 격언이나 표현이 많은 것도 그 하나이다.

한비(韓非)는 전국시대 사람이다. 그 시대에는 임금과 신하가 서로 의심하고 기회만 있으면 서로 쓰러뜨리는 이른바 난신적자(亂臣賊子)의 혼란한 사회로, 한비자는 그것을 날카로운 시각으로 보고 있었다. 그래서 이와 같은 정세 속에서 국가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세우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진(秦)나라에 억류되고 있는 동안에 동문(同門)이었던 이사(李斯)의 꾀에 빠져 독(毒)을 마시고 자결했다고 하는데 한비(韓非)는 그의저서 한비자(韓非子) 세난편(說難篇)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용(龍)은 순한 짐승이다. 길들이면 타고 다닐 수도 있을 정도다. 그러나 그 턱밑에 지름이 한자(一尺)쯤 되는 거꾸로 붙은 비늘(逆鱗/역린)이 하나 있다. 만약에 이것에 손을 대는 자가 있으면 용(龍)은 반드시 그 사람을 죽이고 만다. 군주(君主)에게도 그 역린(逆鱗)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군주의 노여움을 비유해서 역린(逆鱗)이라하고 또 노여움을 당하는 것을 '역린(逆鱗)에 닿았다'고 말하게 되었다. 많이 쓰이는 말이다.

그렇다면 절대왕조시대에는 군주(君主)가 영토, 백성, 관직 등 국가의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고, 또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 역린(逆鱗)을 군주의 노여움에 비유해도 되는데 민주주의에서는 '국민이 주인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 전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필자 생각은 국민이 군주이고, 국민의 노여움이 역린(逆鱗)이 되는 것이다.

지금의 정치지도자들은 어떠한가? 선거철만 되면 국민을 찾고, 당선되면 무시하고 소홀히 대하는 대상이 바로 국민이다. 곧 법을 마음대로 고치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직자를 마구 잡아들이고, 잘못된 내용을 호도하여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여 권력만을 차지하려는 지극히 비민주적이고 소인배들의 처사를 자처하는 자들이 정치인이 되어서 민주주의 신성(神聖)함을 갉아먹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한미국의 용(龍)들은 정말 온순하고 마음이 좋다. 이른바 역린(逆鱗)을 건드려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듯하다.

역린(逆鱗)을 건드린 자들 결코 온전치 못하리라. 역린조차도 알지 못하는 몽매(蒙昧)한 정치지도자들 그들은 언젠가 닥칠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우리라.

순하디 순한 용(龍/국민)도 참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장상현/전 인문학 교수

장상현 교수님-수정
장상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양주시, 옥정물류창고 2부지 사업 취소·용도변경 양해각서 체결
  2. [독자칼럼]센트럴 스테이트(Central State), 진수도권(眞首都圈)의 탄생
  3. 대전 아파트 화재로 20·30대 형제 숨져…소방·경찰 합동감식 예정
  4. 은둔고립지원단체 시내와 대전 중구 청년센터 청년모아 업무협약
  5. [날씨]28일까지 충남 1~3㎝ 눈 쌓이고 최저기온 -3~1도 안팎
  1. 지역 취약계층 위해 푸드마켓 3호점에 생필품 라면 후원
  2. [월요논단]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허와 실
  3. 코레일, 환경·동반성장·책임 강조한 새 ESG 비전 발표
  4. 국가철도공단 전 임원 억대 뇌물사건에 검찰·피고인 쌍방항소
  5. "2026년 달라지는 대전생활 찾아보세요"

헤드라인 뉴스


성착취 피해 호소 대전 아동청소년 크게 늘어…"기관간 협력체계 절실"

성착취 피해 호소 대전 아동청소년 크게 늘어…"기관간 협력체계 절실"

<속보>대전에서 청소년이 성착취 범죄 피해자가 되는 사건이 18세 이하 전 연령에서 증가 추세이며, 대전경찰이 파악하는 사건에서도 저연령화가 뚜렷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들의 이러한 피해는 남성에게도 발생하는 중으로, 경찰과 교육청, 아동청소년지원센터의 통합적 대응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중도일보 12월 15일자 6면 보도>대전경찰청이 '대전지역 성착취 피해청소년 지원체계 현황 및 대안' 토론회에서 보고한 바에 따르면, 2024년 대전에서 아동·청소년(18세 이하)에게 접근해 성착취물 제작과 배포, 대화 등의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대전·충남통합 추진 속 민주당 대전시장 후보 경쟁 `3자 구도`로
대전·충남통합 추진 속 민주당 대전시장 후보 경쟁 '3자 구도'로

대전·충남통합 추진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 경쟁이 3파전으로 재편된다. 출마를 고심하던 장종태 국회의원(대전 서구갑)이 경쟁에 뛰어들면서다. 기존 후보군인 허태정 전 대전시장과 장철민 국회의원(대전 동구)은 대전·충남통합과 맞물려 전략 재수립과 충남으로 본격적인 세력 확장을 준비하는 등 더욱 분주해진 모습이다. 장종태 국회의원은 29일 대전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그동안 장 의원은 시장 출마를 고심해왔다.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며 민주당의 대전·충청권 지방선거 승리를 견인해야 한..

정부 개입에 원·달러 환율 1440원대 진정세… 지역경제계 "한숨 돌렸지만, 불확실성 여전"
정부 개입에 원·달러 환율 1440원대 진정세… 지역경제계 "한숨 돌렸지만, 불확실성 여전"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원·달러 환율이 정부의 본격적인 시장 개입으로 1440원대로 내려앉았다. 지역 경제계는 가파르게 치솟던 환율이 진정되자 한숨을 돌리면서도,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며 우려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28일 금융시장과 지역 경제계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의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1440.3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4일 1437.9원 이후 약 한 달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환율은 지난주 초 1480원대로 치솟으며 연고점에 바짝 다가섰으나, 24일 외환 당국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세밑 주말 만끽하는 시민들 세밑 주말 만끽하는 시민들

  •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

  • 성탄 미사 성탄 미사

  •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