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114. 대규모 산불의 원인과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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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 칼럼] 114. 대규모 산불의 원인과 대책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5-04-03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지난주에 있었던 대형 산불은 많은 국민을 불안하고 초조하게 만들었으며, 6000여 명에 달하는 이재민들에게 많은 슬픔을 주었습니다. 이번 경상도 지역 대형 산불은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2000년 동해안 산불을 훨씬 능가하는 수준이었지요. 동해안 산불의 피해 면적은 4만 8239ha인데, 강원도 산불을 3만ha 이상 넘어선 수준입니다. 인명 피해도 75명(사망 30명, 중상 9명, 경상 36명)이나 되었지요. 외국에서도 우리보다 더 큰 규모의 산불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지요. 역대 최악의 산불이라고 알려진 2023년 캐나다 산불은 1800만 ha 이상을 소실했습니다.

이번 경상도 지역 산불의 원인을 '간첩의 소행이다'라는 가짜 뉴스가 떠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실화로 밝혀졌지요. 국내외 대규모 산불이 대규모·장기화 되는 것은 이상 기후와 확실한 연관성이 있습니다. 몇 가지 연결고리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이상 기후의 대표적인 특징은 평균 기온의 상승인데 기온이 높아지면 식물과 토양이 더 빨리 마르고 산림이 더 건조해지면서 불이 붙기 쉬운 조건을 만들고 있습니다. 호주, 캘리포니아, 그리스 등은 최근 수년간 고온 현상과 함께 대형 산불이 발생했었지요. 다음으로는 기후 변화로 인해 어떤 지역은 장기간 가뭄이 지속되고 어떤 지역은 이상 강수가 잦아지는데 가뭄은 식물이나 토양을 말려 산불 위험을 높이고 반대로 폭우로 인해 식물이 급속히 자라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이것이 건조해지면서 오히려 연료가 많은 상태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상 기후는 강풍과 같은 제트 기류로 인해 대기 흐름을 변화시키기 때문에 강풍이나 번개 같은 조건이 더 자주 나타나고 이로 인한 불씨가 퍼뜨려져 점화시키는 데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기온 상승과 건조한 조건 때문에 산불이 날 수 있는 계절이 더 길어지고 더 잦아지고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실화나 방화 등 인위적으로 발화되어 산불이 일어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전 세계적으로 80~90%로 보고됨) 번개, 화산 폭발, 자연적인 열 축적으로 특정 조건에서 발화점 이상의 온도가 축적되어 불이 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발화 원인이 여하하든 이번 경상도 산불처럼 대형 산불의 원인은 이상 기후로 인한 식물이나 토양이 마르고 그런 것들이 두텁게 축적되어 산불의 진화에 어려움이 있는 것입니다.



대형 산불이 기후 변화의 영향이기 때문에 이것을 막을 방법이 쉽진 않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탄소 배출을 감축하여 기온 상승에 대한 원천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탄소 배출 감축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지만 재생에너지 확대나 전기차 보급 등 에너지 효율을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산불은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공동 대응이 필요합니다. 이러기 위해서는 파리기후협정 이행을 강화해야 하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와서 미국에서는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하는 등 탄소 배출 감축 노력에 역행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해야 할 일도 많이 있지요. 죽은 나무나 낙엽을 제거하여 불연성 식생으로 대체해야 합니다. 그리고 불이 번지지 않도록 숲 사이 공간을 확보하는 산불 방어선 구축도 필요하지요. 산불 원인이 되는 실화에 대한 예방 교육이 필요합니다. 캠핑, 등산객, 성묘객을 대상으로 불 사용을 규제하고 평상시 드론이나 위성을 이용하여 실시간 감시하는 것도 예방의 한 대책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진화를 용이하게 하도록 산길을 군데군데 내는 것도 필요하지요.

이렇게 하여 산불 자체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산불을 예방하고 조기 진압하는 대책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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