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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언 기상청장 |
하지만 봄이 따뜻한 햇살과 아름다운 풍경만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갑자기 나타나는 불청객 '우박'이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기도 한다. 우박은 작은 콩알만 한 것부터 야구공만 한 크기까지 매우 다양하며, 발생 빈도는 낮지만 큰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자동차 유리창을 깨뜨리거나 농작물을 훼손하는 등 심각한 재산 피해를 일으킬 수 있고, 주먹만 한 크기의 커다란 우박은 심각한 인명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
우리의 일상을 헤칠 수 있는 위험한 기상현상인 우박은 무엇일까. 눈의 결정 주위에 차가운 물방울이 얼어붙어 지상에 떨어지는 지름 5mm 이상의 얼음덩어리로, 투명하거나 불투명한 얼음층으로 둘러싸여 있다. 우박은 대기 불안정으로 생성된 적란운 속에서 복잡한 과정을 거치며 형성되는데,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상승해서 적란운이 형성되면, 내부의 강한 상승 기류를 타고 올라간 수증기가 과냉각된 물방울과 만나 얼어붙어 우박 핵을 만든다. 이 핵은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며 주변의 과냉각된 물방울과 충돌하고 얼어붙기를 반복하면서, 점점 크기가 커지고 다양한 층을 형성한다. 그리고 상승 기류가 더 이상 우박의 무게를 지탱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워지면, 중력에 의해 지상으로 떨어지게 된다.
우박은 어느 계절에나 발생할 수 있지만, 특히 봄부터 가을 사이에 자주 발생한다. 이 시기에는 지표면이 가열되어 상층과 하층의 기온 차가 크게 나타나 상승 기류가 활발해져서 적란운 발달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991년부터 2020년까지 30년간 한 해 동안 대전의 평균 우박 일수는 약 1.3일이며, 봄철인 3~5월 사이의 월별 우박 일수는 평균 3.3일로 봄철에 가장 많은 우박이 내렸다.
봄부터 가을 사이는 농작물이 자라나는 시기로, 우박으로 인해 농작물에 많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한 예로, 지난 2023년 6월 경북, 충북 등 전국 곳곳에 우박이 내렸고,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당시 고추, 옥수수 등 농작물의 피해 규모는 약 1,185ha에 달했다. 행정안전부에서 발표한 2023년 재해연보에 의하면, 그해 우박에 의한 피해액은 약 22억 원이며, 그중 농작물 피해액이 약 15억 원으로 우박에 의한 피해 유형 중 농작물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처럼 우박은 낮은 발생 빈도에 비해 큰 피해를 불러오며, 특히 농작물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농가에서는 각별한 주의와 대비가 필요하다.
기상청은 우박으로 인한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기상 관측 장비인 기상레이더와 기상위성을 비롯한 지상・고층 관측자료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대기 상태를 면밀히 관측하고,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하여 우박 발생 가능성을 예측한다. 또한, 날씨누리와 날씨알리미 앱을 통해 우박 발생 가능성이 큰 지역과 시간, 우박과 동반되는 악천후 관련 기상 정보를 국민에게 신속하게 제공하여, 사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나아가, 우박 발생 시 국민행동요령도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우박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대비와 더불어 우박 발생 시 신속한 대처가 중요하다. 우박이 발생했을 때는 건물 안이나 지하 주차장 등 안전한 실내로 신속히 대피하고, 실내로 피하기 어렵다면 가방이나 두꺼운 옷으로 머리를 보호하며 몸을 웅크려야 한다. 운전 중에 우박을 만났다면 속도를 줄이고 안전거리를 확보하며, 가급적 안전한 곳에 정차하여 우박이 멈출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
봄은 우리에게 설렘과 희망을 안겨 주는 아름다운 계절이지만, 때로는 예상치 못한 위험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완연한 봄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 기상청이 제공하는 우박 발생 가능성 정보를 자주 확인하고 우박 발생 시 행동 요령을 미리 숙지하여, 모두가 안전하고 즐거운 봄을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장동언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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