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117. 세계 정치는 극우화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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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 칼럼] 117. 세계 정치는 극우화되고 있는가?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5-04-24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쿠데타는 언제 어디서든 경제 참사 혹은 좌파로 인한 대재앙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자행된다.",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게 하는 충격적인 일이나 중대한 사건은 독재적 역사를 촉진한다.", "사람들은 심각한 부실 운영이나 탄핵, 국제적 망신을 겪으면서도 그 지도자 편에 서는 경향이 있다."

위 세 문장을 읽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탄핵 인용과 더불어 대통령이 파면을 당한 직후에 우리나라의 언론들이 쓴 기사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그러나 위 문장은 2024년 12월 3일 한국에서의 비상계엄령 선포보다 2년여 전에 쓰인 책('극우, 권위주의, 독재')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이 책은 20세기부터 현재까지의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을 분석하며 이들이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을 한 것인데, 저자는 파시즘 연구의 권위자이며 세계 정치의 극우화를 비판한 루스 벤 기앗 뉴욕 대학 교수입니다. 학자들이 분석한 극우의 특성은 동·서, 시·공을 넘어 일관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루스 벤 기앗 교수가 정의한 극우, 권위주의, 독재에 대한 개념을 살펴보면, '극우'는 민족주의, 인종주의, 반이민, 반페미니즘, 반자유주의 등을 기반으로 하며 기존의 권위와 질서를 강요합니다.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를 약화시키고 소수자나 이견을 억압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권위주의'는 권력을 분산시키는 대신, 한 사람 또는 소수 엘리트에게 집중시키는 정치 체제를 의미합니다. 법치보다는 인물 중심의 통치를 선호하고, 언론·사법·입법 등의 독립성을 훼손시키려 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재'는 권위주의가 극단적으로 심화된 상태로, 모든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며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탄압과 폭력이 제도화됩니다.

이렇게 극우, 권위주의, 독재 모두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요소들은 자유선거, 언론, 사법의 독립성을 약화시키는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입니다. 그리고 권력이 제도보다 인물에게 집중된다는 점에서 '지도자 중심의 통치'입니다. 감정적, 이념적 언어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고 반대 세력을 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선동적 언어와 선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물리적 폭력 또는 정치적·언어적 위협이 정치를 구성하는 방식의 일부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폭력 또는 위협의 사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도자에 대한 개인적 충성, 우상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개인숭배와 충성'이 요구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사실상 이 세 가지가 독립된 개념이지만 실제로는 서로 결합하여 나타나고 있지요. 예를 들어 극우 지도자가 권위주의적으로 통치하면서 독재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극우 지도자들이 공통으로 내세우는 것은 '국민'과 '자유'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민주적 제도'에 대한 약화를 시도합니다.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입법, 사법부, 언론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공포와 위기의식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외부 또는 내부의 적을 부각시켜 국민들의 불안을 조성하여 이를 통해 비상 권한을 정당화하는 것이지요. 그러면서도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민주와 자유를 위한 시민적 연대 그리고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연민과 대화입니다.

이 엄중한 시기에 한국 정치도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동안 역사는 인류에 대한 희망과 믿음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에도 실제적인 자유와 민주와 인권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리고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또 살아나는 과정을 겪어 오면서 그 안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서사를 기억해야 한다는 것을.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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