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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갑영 이사장. |
미래 롤모델이자 비전으로 품어온 '한국형 스미스소니언'을 향한 본격적인 여정의 시작이자, 도시를 대표하는 글로벌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첫발을 내디딘 순간이었다.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국립박물관단지의 목표는 여러 개별 박물관을 한데 모아 운영을 효율적으로 통합하고, 전시·연구·보존·교육 등의 기능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뒀다.
현재 건립이 한창인 1구역 부지에는 어린이박물관에 이어 도시건축·디자인·디지털문화유산·국가기록의 전문 박물관과 수장고 등 지원시설이 순차적으로 들어서게 된다. 인접한 2구역에는 최근 이전이 결정된 국립민속박물관과 함께 문화·상업시설을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새로운 복합문화 생태계를 구성하며 또 하나의 행복도시 랜드마크 탄생을 기약하고 있다.
이처럼 주제와 기능이 다른 복수의 박물관을 집적하고, 통합 플랫폼을 기반으로 공동 운영하는 방식은 오늘날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박물관 발전모델 중 하나다. 미국 워싱턴 D.C.의 스미스소니언 박물관단지가 그 대표적 사례다.
자연사·우주항공·역사·미술 등 21개 박물관과 동물원, 다양한 연구·문화·교육기관들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 이곳은 연간 2천만 명에 달하는 방문객이 80억 달러를 소비할 만큼 글로벌 문화관광산업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성공에는 각 박물관의 정체성과 독립성은 유지하면서도 전시와 교육, 콘텐츠 개발은 공동으로 기획·운영함으로써 관람객에게 보다 풍부한 문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스미스소니언협회 측의 비전과 전략이 있었다.
오스트리아 빈의 박물관지구도 마찬가지다. 과거 황실 마구간이었던 공간이 지금은 현대미술관과 레오폴트 미술관, 건축박물관, 어린이박물관 등 60여 개 문화예술 기관이 모인 복합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주요 활동 기획은 물론, 마케팅 및 광장 운영, 입주기관 간 네트워크 형성 등을 담당하고 있는 비영리 회사 '중앙기획조직'의 공이 컸다.
박물관지구는 빈의 도시이미지를 기존 '클래식의 도시'에서 '현대 창의도시'로 확장시키며 도시브랜딩과 문화산업의 융합을 성공적으로 이끈 사례로 평가된다. 이렇듯 세계 유수의 박물관단지들은 다수 박물관의 네트워크형 운영과 통합 브랜드 전략을 통해 성공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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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국립박물관단지 배치도. 사진=행복청 제공. |
어린이박물관은 개관 1년 만에 16만 명 이상이 다녀갈 만큼 성황리에 운영 중이고, 아이들이 직접 전시물을 손으로 만지고 몸으로 부딪치며 '놀이를 통해 배우는' 체험 중심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어질 박물관들도 각기 고유한 정체성과 전문성의 바탕 위에 전시·교육·연구·체험 등의 분야에서 공동 기획 및 운영을 통해 관람객에게 새로운 몰입형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박물관은 더 이상 과거의 유물을 보관하는 장소에 머물지 않는다. 오늘날의 박물관은 지역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시민과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귀중한 문화자산이다. 행복도시 국립박물관단지가 지닌 집적의 힘은 개별 박물관의 역량과 가치를 넘어선 더 큰 문화적 파급력을 만들어낼 것이다.
도시와 사람을 연결하고, 문화와 미래를 잇는 박물관의 새로운 가능성이 지금 행복도시에서 펼쳐지고 있다.
정갑영/국립박물관단지 통합운영지원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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