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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진 그림마당상담센터 대표 |
다문화가정 부부상담을 하다 보면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사랑으로 가정을 이루었지만, 언어와 문화가 다르다 보니 작은 말 한마디에도 쉽게 오해가 생깁니다.
이주여성은 "제가 한국말이 서툴러서 남편이 화를 내요."라고 하고, 남편은 "그렇게까지 서운해할 줄은 몰랐어요."라고 말합니다. 서로의 방식이 다를뿐이지만, 그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말보다 마음이 더 먼저 멀어지기도 합니다.
특히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나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 다르면 상대방의 말이 낯설고 차갑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꼭 유창한 표현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짧고 간단한 말 한마디만으로도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실제 상담 현장에서 부부들에게 권하는 말들입니다. 말이 서툰 이주여성도, 감정 표현이 익숙하지 않은 남편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문장들입니다.
- "오늘 힘들었죠? 얼굴이 피곤해 보여요."
- "그 말 듣고 조금 슬펐어요."
- "고마워요. 내가 많이 도움받았어요."
- "우리 이야기해요. 마음을 풀고 싶어요."
- "괜찮아요. 내가 옆에 있어요."
이 표현들은 짧지만, 충분히 마음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감정을 비난 없이 표현하는 연습은 오해를 줄이고 갈등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부부 사이의 따뜻한 말은 자녀에게도 큰 영향을 줍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대화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됩니다. 반대로, 부모가 자주 다투거나 말없이 참는 모습을 보게 되면 아이도 감정을 억누르거나 다른사람에게 공격적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부부의 말은 곧 자녀에게 '감정의 언어'를 가르치는 교과서입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가족 전체의 정서를 바꿀 수 있습니다.
다문화가정에서의 '다름'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 차이를 갈등이 아닌 '배움의 기회'로 받아들인다면 부부 사이의 이해와 연결은 더욱 깊어질 수 있습니다.
"고마워요.", "미안해요.", "괜찮아요?"
이 세 마디만으로도 우리는 서로를 이어줄 수 있습니다. 그 따뜻한 말 한마디가, 부부를 더 가깝게 만들고 아이에게는 세상을 따뜻하게 살아가는 법을 알려줄 것입니다. <송인진 그림마당상담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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