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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기자<사진=김정식 기자> |
1090억 원이 투입된다.
복지센터, 복합커뮤니티시설, 축사 정비사업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지자체는 대형 국비사업 유치에 성공했다며 치적을 알린다.
그러나 그 예산이 지나간 자리에 사람이 돌아오고 있는지는 묻지 않는다.
정책은 늘 공간을 먼저 만든다.
하지만 마을은 건물로 채워지지 않는다.
지어진 복합센터는 비고, 새로 깐 보도는 발자국이 없다.
집을 사는 청년도, 아이 울음소리도 점점 멀어진다.
건물은 있어도 삶이 없다.
지금의 농촌은 '누가 살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떠나지 않았는가'의 문제가 됐다.
공모사업은 설계도 위에 시설을 얹지만, 정작 시급한 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돌봄, 병원, 학교, 교통망이다.
이장이 구급차를 불러야만 갈 수 있는 병원, 버스가 끊긴 마을에서 도보로 두 시간 걸리는 농협.
이런 현실 위에 공동체센터를 짓는 것이 과연 대안인가.
축사 냄새가 덮인 마을에서, 맑은 바람을 찾아 마을 끝자락을 맴도는 노인들.
그들에게 복합센터란 무엇인가.
사람이 없는 집에, 새 건물도 먼 이야기다.
농촌은 지금도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행정은 계획을 세우지만, 사람은 조건을 본다.
돌아올 수 있어야 돌아온다.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어야, 마을은 다시 살아난다.
지금 필요한 건, 예산이 아니라 사람이 머물 수 있는 설계다.
지금 필요한 건, 건물이 아니라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공간이다.
경남=김정식 기자 hanul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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