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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기자<사진=김정식 기자> |
주제는 "천령의 꿈, 상림의 향기".
행사는 닷새간 이어졌고, 합창제와 읍면 장기자랑, 예술 전시와 공연 무대가 운영됐다.
군은 문화예술의 향연이라 했고, 일부 주민들은 봄날의 기분 전환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연휴와 비가 겹쳤다.
행사 담당자는 "비가 와서 지난해보다 방문객이 줄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확한 수치는 제시되지 않았다.
기록보다 추정이 앞섰고, 체류 인원에 대한 분석이나 예산 대비 성과 설명은 없었다.
'천령'은 삼국시대 함양의 옛 지명이다.
그러나 그 이름의 무게감과 축제의 기획 방향은 따로 움직였다.
어떤 역사적 의미가, 어떤 콘텐츠로 구현됐는지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행사 구성은 대부분 지역 예술 단체와 읍면 단위 공연으로 채워졌다.
군 관계자는 "예술인 중심의 문화행사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화예술제를 표방하는 만큼, 군민 전체가 주체가 되는 기획은 부족했다.
자발적 참여보다 역할 분장이 우선된 장면이 많았고, 젊은 세대나 외부 방문객을 위한 콘텐츠는 드물었다.
프로그램은 반복됐다.
합창제, 장기자랑, 풍물 한마당, 시화 전시, 사진 전시, 초청 공연.
이름만 바뀐 구성표가 매년 이어지고 있었다.
군비 중심 예산 구조도 고정돼 있고, 위원회 중심 기획 시스템 역시 변하지 않았다.
문화제를 통해 지역이 어떤 변화를 겪는지, 무엇을 회복했는지 설명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비가 와서 좀 적었다"는 말 외에 그 공간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경험이나 의미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지역 이름을 단 축제는 그 지역의 얼굴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천령문화제는 지역 문화의 고유성을 깊이 있게 전달하지도, 군민 삶의 실질적 현장을 담아내지도 못했다.
천령은 함양이 간직한 아름다운 옛 이름이다.
그 이름으로 매년 봄의 기억을 만든다면 이제는 어떤 삶을 담아낼지부터 물어야 한다.
축제는 매년 돌아오지만, 마음은 한 번 떠나면 돌아오지 않는다.
함양=김정식 기자 hanul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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