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다문화] 북미 히피 문화

  • 다문화신문
  • 대전

[대전다문화] 북미 히피 문화

  • 승인 2025-05-21 16:30
  • 신문게재 2025-05-22 9면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1970년대의 자유와 평화를 꿈꾸던 히피 문화는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이를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미국에서 매년 열리는 '레인보우 개더링(Rainbow Gathering)'이다. 이 행사는 해마다 7월, 미국의 한 국립공원 또는 산악 지대에서 2주간 개최되며, 약 20,000명의 참가자들이 모여 지구와 인간의 치유를 기원하는 대규모 비공식 축제다.

레인보우 개더링은 1972년 첫 모임을 시작으로 50년 넘게 이어져 온 행사다. 이 모임은 정부나 기업의 후원이 전혀 없는 순수한 자발적 모임으로, 참여자들은 자원봉사와 공동체 정신만으로 축제를 운영한다. 리더나 조직위원회 없이도 놀라울 정도로 질서가 유지되며, 참가자들은 음식, 생활 용품, 의료 서비스 등을 자발적으로 제공한다.

참가자들은 각자의 삶의 방식과 신념에 따라 여러 캠프에 나뉘어 생활한다. 예를 들어, 명상과 영성에 관심 있는 이들은 '하레 크리슈나 캠프'에, 자유롭고 유쾌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젊은이들은 '바바리안 캠프'에 모인다. 가족 단위 참가자들은 주로 '어린이 마을'에 머무르며, 이곳은 청결과 안전이 잘 유지되어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레인보우 개더링의 하이라이트는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 열린다. 이 날 아침, 참가자들은 조용히 너른 초원에 모여 평화를 기원하는 명상에 잠긴다. 정오가 가까워지면, 이들은 서로 손을 맞잡고 거대한 원형 또는 나선형을 이루어 앉고, 한마음으로 '옴(Om)'을 외친다. 공간 전체에 울려 퍼지는 공명은 마치 하나의 영혼처럼 사람들을 연결한다.



이후 아이들의 퍼레이드가 시작된다. 꽃과 악기를 든 아이들이 원 안으로 들어오며 축제는 환희의 절정에 이른다. 참가자들은 함께 환호하고 손을 들어 평화와 사랑을 외친다. 명상과 퍼레이드가 끝난 후에는 음악, 춤, 음식이 어우러진 자유로운 축제가 이어진다. 사람들은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화려한 히피 복장으로 축제를 즐기며 공동체의 일원으로 하나가 된다.

2주간 2만 명이 함께 살아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레인보우 개더링은 '자율 속의 질서'라는 원칙 아래 놀라운 조화를 이룬다. 공공기물이 없고, 쓰레기통도 거의 없지만 참가자들은 자신의 쓰레기를 스스로 정리하고, 자연을 해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한다.

모임이 끝난 후에도 수백 명의 참가자들은 자발적으로 남아 캠핑장을 정리하고 청소한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오히려 더 깨끗하게 남기고 가는 것이 이들의 철학이다. 그야말로 일시적인 '지상 낙원'을 만들고 떠나는 히피 정신의 실현이라 할 수 있다.

2025년 레인보우 개더링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7월에 개최될 예정이다. 정확한 장소는 참가자들의 합의에 따라 6월 13일 이후에 발표된다. 이는 중앙 조직 없이도 집단적 결정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예이기도 하다.





잇셀 나옐리 명예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중도일보·대전MBC, 2025년 2분기 '목요언론인클럽 이달의 기자상' 수상
  2. 월드비전, 아산시에 1,000만원 냉방용품비 지원
  3. 동구아름다운복지관, 폭염대비 시원한 여름나기 사업 진행
  4. 제80차 동구포럼 ‘생활인구 유입을 위한 소제동.원동 활용 방안 모색’
  5. 우울증 완화 위한 노인맞춤돌봄 특화서비스 자조모임
  1. 상가 공실 해소될까… 세종시 상가용도 추가 완화 나서
  2. 다시 살펴본 '어진·나성·대평동' 상권 공실, 심각 그 이상
  3. 연암대-㈜그린플러스 MOU 체결
  4. 천안시의회 복지문화위원회, 제주 워케이션 정책 벤치마킹
  5. 천안중앙도서관, '시니어 독서문화 프로그램' 운영

헤드라인 뉴스


대통령 방문에도 충청권은 빈손.... 실망감 커

대통령 방문에도 충청권은 빈손.... 실망감 커

이재명 대통령의 충청권 방문에 지역 현안 건의를 기대했지만, 개인 민원 소통 구간으로 전락하면서 지역 사회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해양수산부 이전 문제가 거론되기는 했지만, 정부의 입장만 되풀이 하는 등 심도 있는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전·충남 통합과 충청권메가시티, CTX(충청광역급행열차), 대전교도소 이전 등 지역 현안은 논의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했다. 이 대통령은 4일 대전DCC에서 '충청에서 듣다, 충청 타운홀 미팅'을 열고 지역 연구자, 창업가, 자영업자, 노동자 등 다양한 시민들과 마주 앉아 과학기술 정책의..

충청 보수야권, "행정수도 혜택? 이 대통령 충청인 농락"… 부글부글
충청 보수야권, "행정수도 혜택? 이 대통령 충청인 농락"… 부글부글

충청 보수야권이 4일 대전을 찾아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재확인한 이재명 대통령에게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해수부 부산 이전 추진과 함께 충청이 이미 행정수도 이전 혜택을 받았다는 이 대통령의 주장을 충청에 대한 철저한 배제, 행정수도 완성이란 국가적 약속을 뒤엎는 중대 사안으로 규정하고,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4일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국민소통 행보, 충청의 마음을 듣다'라는 주제로 타운홀 미팅을 진행했다. 전날인 3일 취임 30일 첫 기자회견에서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재확인한 것을 넘어 충청..

벼랑 끝까지 몰린 충청 자영업자... 폐업자 수 7만 4000명 넘어섰다
벼랑 끝까지 몰린 충청 자영업자... 폐업자 수 7만 4000명 넘어섰다

2024년 충청권에서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7만 4000명대를 넘어섰다. 폐업 사유를 사업 부진으로 답한 이들이 대다수인데,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여과 없이 드러나고 있다. 6일 국세청 국세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개인·법인을 포함해 폐업 신고를 한 대전·세종·충남 사업자는 7만 4018명으로 집계됐다. 폐업자는 2020년 6만 4777명에서 2021년 6만 3543명, 2022년 6만 2710명으로 감소세를 보이다 2023년 들어 7만 1923명으로 7만 명대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시원한 물놀이로 무더위 날려요’ ‘시원한 물놀이로 무더위 날려요’

  • 이재명 대통령, ‘충청의 마음을 듣다’ 이재명 대통령, ‘충청의 마음을 듣다’

  • 취약계층을 위한 정성 가득 삼계탕 취약계층을 위한 정성 가득 삼계탕

  • 대통령 기자회견 시청하는 상인들 대통령 기자회견 시청하는 상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