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
대선 결과가 나오자마자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 수행은 즉각적으로 이루어진다. 정상적인 대선과 달리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직의 인수 기간 없이 곧바로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국정 업무는 정부 구성이다. 대통령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국무총리를 임명하고,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행정부처의 장관을 임명하게 된다. 이 정부 구성이 국민 통합적으로 이루어질 때 민주주의가 차질 없이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 점에서 국민통합 정부의 출범 여부가 민주주의 회복의 중요한 시험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반적으로 정부 형태가 의회제가 아닌 대통령제인 국가의 경우, 정당 간 연립정부나 다정파적 거국정부의 구성은 드물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제인 우리나라도 김대중 정부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는 대통령제가 기본적으로 '정당-의회'보다는 '대통령-의회' 중심의 정치구조를 기반으로 운용되기 때문이다. 차기 정부가 연립정부나 거국정부로 구성되지 않더라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이번 대선이 치러지게 되는 근본적인 배경 중 하나인 적대와 배제의 정치적 상황과 미증유의 국내외적 도전에 따른 누란(累卵)의 위기에 직면한 사회경제적 형편을 염두에 둔다면, 국민통합 정부의 출범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 과제임이 분명하다.
국회의원 300석 정수 중 불과 107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 힘이 재집권하게 된다면, 통합정부의 구성은 물론이고, 경합과 협치의 통합정치로 국정을 운영해 갈 수밖에 없다. 전임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지 않는다면, 정치적 비극이든 희극이든 다시금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마찬가지로 170석으로 국회를 지배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한다면,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강력한 단점 정부일지라도 헌법재판관들이 고언했던 "관용과 자제"로 국정을 책임지지 않을 수 없다. 뚜렷한 국정 성과가 없고 야당의 비판이 설득력을 얻게 되면, 민심은 한순간에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은 국민이 예상하는 기대를 넘어서 파격과 충격, 나아가 감동을 줄 수 있는 국민통합 정부를 출범시켜야 할 것이다.
잘 알다시피, 김대중 대통령은 37년 만의 여·야간 수평적 정권교체와 경제 환란인 IMF 관리체제 속에서 국민통합 정부를 구성해 성공적인 국정을 운영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국무총리에 자민련의 김종필을 지명하고, 17개 부처 장관에 국민회의 몫 8명, 자민련 몫 7명, 김영삼 정부 유임 장관 1명, 비정파 교수 출신 1명 등으로 내각을 구성했다. 이는 'DJP 연합'협약에 따른 것으로서 양당 간의 대등한 연정 형태였다. 그러나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다정파 간의 통합정치를 도모했다. 특히 대통령 비서실장에 노태우 사람이었던 김중권을, 국가안전기획부장에 전두환 사람이었던 이종찬을, 국민회의 몫인 통일부 장관에 중앙정보부 출신인 강인덕을 임명했다. 그리고 기획예산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국무조정실장 등의 요직에 김영삼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인물들을 등용했다. 실로 통합정치의 진정한 면모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통합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민주주의가 완전히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질 좋은 경제성장과 포용적 사회통합이 지속해서 이어져야 하며,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사회 속에서도 공동체적 연대와 상호 신뢰가 굳건히 자리 잡아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가 당면한 시대적 과제는 회복과 성장, 그리고 통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디 이번 대선을 통해 이 같은 시대정신과 소명의식을 지닌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기를 기대해 본다.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