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수학, 사고의 힘!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수학, 사고의 힘!

윤강준 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 승인 2025-06-12 16:53
  • 신문게재 2025-06-13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clip20250612094037
윤강준 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수박은 왜 둥굴까? 이와 관련해 천년 넘게 풀리지 않은 수학문제가 있었다. 이 문제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카르타고라는 도시가 건설된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프리카 북부 해안에 카르타고를 건설한 디도는 원래 티로스의 공주이자 피그말리온의 누이였는데, 피그말리온의 탄압을 피해 많은 친구들과 부하들을 이끌고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티로스를 탈출했다. 마침내 자신들이 정착할 장소에 이르러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원주민들에게 한 마리 황소가죽으로 둘러쌀 수 있는 정도의 토지를 부탁해 황소가죽을 가늘게 잘라 줄을 만들어 그것에 둘러싸인 곳에 성을 쌓고 정착지를 만들었다. 그곳이 카르타고라는 시로 번창했다.

그렇다면, 주어진 길이로 둘러쌓아 최대의 면적을 갖는 도형은 무엇일까? 이 문제는 타로스 공주 디도의 이름을 빌려 '디도문제' 또는 등주문제로 알려져 있다. 평면이 아닌 3차원 공간에서의 겉넓이가 일정할 때 부피가 최대인 도형을 찾는 문제도 이와 유사하며 이는 수박이 둥근 이유를 밝혀준다.

이 문제는 고대 그리스시대 때부터 많은 사람으부터 최대의 넓이를 갖는 도형은 원이라고 증명됐지만 정작 정확한 풀이는 19세기에 이르러 해의 존재성을 입증하고 나서야 그 엄밀한 증명이 제시됐다. 그 이전에도 그 해답은 원이라고 알려졌지만 그 풀이들의 핵심적인 주장은 '원을 제외한 어떠한 도형도 해가 될 수 없다'라고 하는 것이었으며 이 풀이는 수학적으로 엄밀하지 않은 불완전한 증명으로 받아들여졌다.

자신의 증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대해 논쟁이 일어나자 그 불완전성을 설명하기 위해 어느 학자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느 마을에 한 사람이 죽은 채로 발견되어 유능한 형사가 조사를 실시했다. 면밀한 조사 후 그 형사는 용의자 10명을 지목한 후 이들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범인이 아님을 밝혀냈다. 그리고 그 10명의 용의자에 대해 알리바이 등 보다 세밀한 조사를 실시한 후 한 명을 지목하며 "당신을 제외한 다른 용의자들은 범죄가 일어날 당시에 범죄현장이 아닌 다른 장소에 있음이 밝혔으며, 따라서 당신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범인이 아닙니다. 즉, 범인은 당신입니다"라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 형사의 조사는 오류가 없었으며 사실이었다. 그런데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자신이 그 '피해자'를 절대 죽이지 않았다고 완강하게 부인했다. 그래서 다시 면밀한 조사를 한 후에 그 형사의 조사는 오류가 없는 사실임을 입증됐지만 놀랍게도 범인으로 지목된 그 용의자 또한 피해자를 죽이지 않음이 밝혀졌다. 왜냐면, 그 죽은 사람은 타살이 아닌 자살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 형사가 "당신이 아닌 그 누구도 그를 죽이지 않았소, 그래서 당신이 범인이오!"라고 결론을 내리기 위해선 먼저 죽은 사람은 타살됐음을 밝혀야 했었다. 위 디도문제 또한 '원을 제외한 어떠한 도형도 해답이 될 수 없으며, 따라서 원이 정답'이라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 그 문제에 답이 존재함을 먼저 보여야만 했던 것이다.



이렇듯 수학이라는 것은 오류를 범하지 않고 틀리지 않은 결론이나 문제의 해답을 '타당하게' 논리적으로 찾아가는 힘을 길러준다. 그래서 수학자들은 한 문제를 접했을 때, 그 정답을 구하기 이전에 문제에 대한 해답은 있는지(해의 존재성)와 해가 있다면 그 해답은 몇 개나 존재하는지(해의 유일성)을 먼저 살펴본다.

우리는 수학교육이 막연히 문제를 풀기 위한 복잡한 계산능력의 배양으로 여기지만 이는 오해다. 우리는 수학을 통해 주위의 현상이나 궁금한 문제를 표현하고 설명하는 능력을 배우고 익히며, 그 과정에서 현상이 일어나는 요인의 근본적인 원인이나 구성요소들의 역할과 기능을 파악해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주는 통찰력을 쌓아간다. 그리고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글이나 대화를 통해 논리적으로 설명해 상대방을 설득하는 소통능력을 자연스럽게 길러나간다. 이것이 과학강국을 꿈꾸는 현시대에서 수학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다. 윤강준 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3년간 대전서 송치된 뇌물죄 공무원만 8명…계약 비리는 관행?
  2. 농촌공간 정비사업 '금산군' 선정
  3. 천안검찰, 수의계약 허점 이용 100억원 편취한 혐의 등 일당 8명 기소
  4. 도민 화합의 축제 제 77회 '충남도민체육대회' 개막
  5. 김태흠 지사, 민선8기 4년차 시군 방문 돌입
  1. 세종시, '영화·드라마 촬영지' 잠재력 확인...남겨진 숙제는
  2. [문예공론] 김선미 교장선생님의 슬기로운 은퇴생활
  3. ‘고향에 선물 보내요’
  4. 대전에서 잡(JOB)는 내일
  5. 대전권대학 '드론캠프·농구 교류전' 대전보건대서 열려

헤드라인 뉴스


이 대통령·경제단체장·재벌총수들, 경제 위기 극복 ‘한목소리’

이 대통령·경제단체장·재벌총수들, 경제 위기 극복 ‘한목소리’

이재명 대통령과 경제단체장, 재벌총수들이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민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6 경제단체와 기업인 간담회’에서다. 간담회에는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안덕근 산자부 장관과 이형일 기재부..

내란특검 조은석·김건희특검 민중기·채상병특검 이명현 지명
내란특검 조은석·김건희특검 민중기·채상병특검 이명현 지명

이재명 대통령이 내란 특별검사로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을,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은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을 지명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특검을 추천한 지 8시간이 안 된 12일 오후 11시 9분 전후에 지명을 완료하면서 3대 특검팀 출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조은석 특검과 민중기 특검은 민주당이, 이명현 특검은 혁신당이 추천했다. 전남 장성 출생으로 광덕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조은석(65년생·사법연수원 19기) 특검은 박근혜 정부에서 대검찰청 형사부장과 청주지검장, 문..

코스닥 상승 견인하는 대전 상장기업…시총 63조 원 돌파
코스닥 상승 견인하는 대전 상장기업…시총 63조 원 돌파

국내 주식시장이 최근 상승세를 타면서 대전의 상장기업 시가총액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 3년간 지역의 상장기업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시총 규모도 63조 원을 돌파했다. 이는 충청권 상장기업 전체 시총의 절반에 육박한다. 대전에 본사를 둔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신약개발 기업 인투셀이 지난달 23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지역 상장기업 수는 66개로 늘었다. 2015년 설립한 인투셀은 리가켐바이오 공동 창업자 박태교 대표가 설립한 회사로, 창업 10년 만에 코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인투셀은 상장 첫날 공모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 ‘선생님 저 충치 없죠?’ ‘선생님 저 충치 없죠?’

  • ‘고향에 선물 보내요’ ‘고향에 선물 보내요’

  • 대전에서 잡(JOB)는 내일 대전에서 잡(JOB)는 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