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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강준 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
그렇다면, 주어진 길이로 둘러쌓아 최대의 면적을 갖는 도형은 무엇일까? 이 문제는 타로스 공주 디도의 이름을 빌려 '디도문제' 또는 등주문제로 알려져 있다. 평면이 아닌 3차원 공간에서의 겉넓이가 일정할 때 부피가 최대인 도형을 찾는 문제도 이와 유사하며 이는 수박이 둥근 이유를 밝혀준다.
이 문제는 고대 그리스시대 때부터 많은 사람으부터 최대의 넓이를 갖는 도형은 원이라고 증명됐지만 정작 정확한 풀이는 19세기에 이르러 해의 존재성을 입증하고 나서야 그 엄밀한 증명이 제시됐다. 그 이전에도 그 해답은 원이라고 알려졌지만 그 풀이들의 핵심적인 주장은 '원을 제외한 어떠한 도형도 해가 될 수 없다'라고 하는 것이었으며 이 풀이는 수학적으로 엄밀하지 않은 불완전한 증명으로 받아들여졌다.
자신의 증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대해 논쟁이 일어나자 그 불완전성을 설명하기 위해 어느 학자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느 마을에 한 사람이 죽은 채로 발견되어 유능한 형사가 조사를 실시했다. 면밀한 조사 후 그 형사는 용의자 10명을 지목한 후 이들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범인이 아님을 밝혀냈다. 그리고 그 10명의 용의자에 대해 알리바이 등 보다 세밀한 조사를 실시한 후 한 명을 지목하며 "당신을 제외한 다른 용의자들은 범죄가 일어날 당시에 범죄현장이 아닌 다른 장소에 있음이 밝혔으며, 따라서 당신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범인이 아닙니다. 즉, 범인은 당신입니다"라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 형사의 조사는 오류가 없었으며 사실이었다. 그런데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자신이 그 '피해자'를 절대 죽이지 않았다고 완강하게 부인했다. 그래서 다시 면밀한 조사를 한 후에 그 형사의 조사는 오류가 없는 사실임을 입증됐지만 놀랍게도 범인으로 지목된 그 용의자 또한 피해자를 죽이지 않음이 밝혀졌다. 왜냐면, 그 죽은 사람은 타살이 아닌 자살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 형사가 "당신이 아닌 그 누구도 그를 죽이지 않았소, 그래서 당신이 범인이오!"라고 결론을 내리기 위해선 먼저 죽은 사람은 타살됐음을 밝혀야 했었다. 위 디도문제 또한 '원을 제외한 어떠한 도형도 해답이 될 수 없으며, 따라서 원이 정답'이라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 그 문제에 답이 존재함을 먼저 보여야만 했던 것이다.
이렇듯 수학이라는 것은 오류를 범하지 않고 틀리지 않은 결론이나 문제의 해답을 '타당하게' 논리적으로 찾아가는 힘을 길러준다. 그래서 수학자들은 한 문제를 접했을 때, 그 정답을 구하기 이전에 문제에 대한 해답은 있는지(해의 존재성)와 해가 있다면 그 해답은 몇 개나 존재하는지(해의 유일성)을 먼저 살펴본다.
우리는 수학교육이 막연히 문제를 풀기 위한 복잡한 계산능력의 배양으로 여기지만 이는 오해다. 우리는 수학을 통해 주위의 현상이나 궁금한 문제를 표현하고 설명하는 능력을 배우고 익히며, 그 과정에서 현상이 일어나는 요인의 근본적인 원인이나 구성요소들의 역할과 기능을 파악해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주는 통찰력을 쌓아간다. 그리고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글이나 대화를 통해 논리적으로 설명해 상대방을 설득하는 소통능력을 자연스럽게 길러나간다. 이것이 과학강국을 꿈꾸는 현시대에서 수학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다. 윤강준 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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