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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구환 한남대 기획조정처장 |
모든 시민은 세금을 낸다. 국가에 내는 세금도 있고, 지방에 내는 세금도 있다. 지방세는 취득세, 등록면허세, 주민세 등 9개 보통세가 있고, 지역자원시설세와 지방교육세라는 2개의 목적세가 있다. 목적세는 특정 목적을 위해 특별회계로 관리된다. 즉, 지방교육세는 지방교육에만 사용해야지 다른 곳에 사용하면 안 된다. 반면에 보통세는 일반회계로 통합 관리되는데, 사회복지, 농림수산, 지역개발 등에 사용된다. 9개 보통세의 재원을 모두 모아서 시민을 위해 사용한다. 따라서 취득세로 들어온 돈이 지역개발에 쓰였는지, 사회복지에 쓰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세금으로 들어온 수입과 공적으로 지출된 비용이 같으면 된다.
지방자치단체가 공급하는 물은 상수도특별회계로 관리된다. 특별회계라는 점에서 목적세와 동일하지만, 재원의 성격이 다르다. 상수도 '요금'을 내는 것이지, 상수도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가 각 가정에 물을 공급하고, 시민은 사용한 만큼 돈을 지불한다. 많이 쓰면 많이 내지만, 적게 쓰면 부담은 줄어든다. 즉 물 이용자는 자기가 이용한 만큼 수도 요금을 지불한다. 누구나 똑같이 세금을 내는 구조가 아니다. 수업 시간에 다시 강조한다. 앞으로 '수도세'라는 말을 쓰면 F라고.
지방상수도 요금은 지방마다 다르다. 2023년 결산 기준으로 전국에서 수도 요금이 가장 비싼 곳은 충청북도 단양군이다. 톤(m3)당 1,897.6원을 낸다. 반면에서 가장 물값이 싼 곳은 경기도 안산시다. 톤(m3)당 475,52원이다. 대전시는 557.40원이고, 세종시는 909.77원이다. 특광역시 중에 대전광역시는 가장 싸고, 세종특별자치시는 가장 비싸다. 충남 지역의 경우 가장 비싼 곳은 보령시로 톤(m3)당 1,363.95원인데 비해 가장 싼 곳은 금산군이다. 톤(m3)당 679.81원이다. 이렇게 지역마다 지방상수도 요금이 다른 것은 지방상수도 시설 투자와 운영에 따른 비용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도시지역일수록 싸고 농촌지역일수록 비싸다는 점이다.
지방상수도에게 대한 설명을 한 후에 학생들에게 한 달에 수도 요금을 얼마나 내는지를 묻는다. 제대로 대답하는 학생이 거의 없다. 아마 요금이 너무 저렴해서 잘 모르는 것 같다. 다시 비교해서 질문을 한다. 한 달에 내는 휴대폰 요금과 수도 요금을 비교하고 나면, 수도 요금이 얼마나 저렴한지를 이해하게 된다. 특히 해외 국가의 평균 수도 요금은 톤(m3)당 약 2143원인데 비해, 한국은 약 796원이다. 해외 평균의 37.2%에 불과하다. 낮은 요금에 따라 2023년 결산 기준으로 우리나라 지방상수도사업은 4143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역 간 수도 요금의 차이, 역진적 요금 구조, 적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지역 간 수도 요금의 차이가 나고, 농촌지역일수록 비싼 사실을 수용하기 쉽지 않다. 수도 요금을 인상하면 부담스럽고, 인상하지 못하면 다른 공적 활동에 사용해야 할 돈을 지방상수도 적자를 메우는데 사용해야 한다. 물은 기본권적인 요소가 있다. 우리 생활에 절대 필요한 재화다. 물 기본권 확립을 위해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 구분을 없애고 통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물이 생활의 필수재라면, 전국 어느 지역주민이나 동일한 요금을 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원구환 한남대 기획조정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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