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미뤄지는 행정수도 완성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미뤄지는 행정수도 완성

최화진 정치행정부 기자

  • 승인 2025-07-01 16:59
  • 신문게재 2025-07-02 18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중도일보_최화진 증명사진
최화진 정치행정부 기자
또다시 '이전'이다. 이번엔 해양수산부다. 정부는 해수부를 세종에서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명분은 해양수도 부산의 위상 강화, 정책 효율성 제고다. 해양 정책의 현장성과 시급성을 강조하며 마치 부산행이 유일한 해법인 듯 말한다.

그러나 대전·세종 시민에게 이 장면은 결코 낯설지 않다. 산업부, 중기부, 특허청 등 각종 정부기관을 품고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대의 아래 도약을 준비해온 이 지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의 칼날을 조용히 감내해왔다.

예고도, 논의도 없이 조용히 이전된 사례들도 적지 않다. 국가기술표준원은 경기 과천에서 경기도 안산으로,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식량과학원 일부 부서는 세종이 아닌 전북 완주로 각각 옮겨졌다. 이처럼 국정철학이나 거시 전략과는 무관하게 개별 부처나 기관 단위로 소리 없이 빠져나가는 일도 빈번했다.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은 늘 앞세워졌지만 실리는 정작 다른 지역에 돌아가는 일이 반복돼왔다.

해수부는 세종청사 입주 이후 수도권 부처들과의 협업 속에서 해양정책을 조율해왔다. 물론 해양산업의 중심지로서 부산의 중요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부처의 이전이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원칙과 어긋난 방식으로 이뤄진다면 그로 인한 허탈감은 세종과 충청 시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충청권은 수년간 선거 때마다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약속을 들어왔다. 세종시 출범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희망과 기대를 걸어왔고, 그 기대는 행정수도라는 이름 안에 오랜 시간 쌓여왔다. 그러나 현실은 늘 절반의 완성에 머물렀고 이제는 오히려 부처 하나를 잃게 될 처지다. 기대가 컸던 만큼 이번 발표가 주는 실망감도 결코 작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선 연설에서 "국민을 지역과 성별, 세대로 나누지 않겠다"며 국민통합을 강조했다. 그러나 해수부 이전은 그 다짐과는 결이 다르게 느껴진다. 특정 지역에 힘을 실어주는 상징적 정책이 또 다른 지역에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정부가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부산의 해양 산업을 육성하는 목적은 분명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본부 이전이 아닌 권한의 분산, 조직 간 유기적 협업 강화 등도 충분히 가능한 대안이다. 세종이 축적해온 행정 경험과 시스템이 이대로 사라져선 안 된다.

세종시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대통령 제2집무실은 여전히 임시 공간에 머물고 있고, 국회 세종의사당은 계획만 무성한 채 입법과 예산 확보조차 지지부진하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가균형발전을 말한다면 지금은 세종의 기능을 덜어내기보다 채워나가야 할 때다.

균형발전은 어디에선가 빼앗아오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옮기는 정책'이 아니라 '정착시키는 정책'이다. 세종과 충청 역시 국가 운영의 중심축이라는 점을 정부가 다시금 기억해주길 바란다.

최화진 정치행정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공기 중 이산화탄소 직접 포집 기술 2026년 스마트팜서 상용화 기대
  2. 예산 관광의 새 마루지… 예당호 착한농촌체험세상 개장
  3. [현장] 유학생에겐 외로운 명절 연휴… 전통문화로 정 나누는 대학가
  4. 충청지방우정청, 추석 앞 아동복지시설에 '추석빔' 전달
  5. 한화이글스 2025 포스트 시즌 경기 날짜는?
  1. [추석특집] 긴 한가위 연휴 '고향 사랑' 지역명소 여행은 어때요?
  2. 볼거리·체험거리 풍성… 긴 추석연휴 충남 방문 어때?
  3. 야구의 메카 세종 향해 도약… 제9회 세종시장기 생활체육 야구대회
  4. [국군의날] #아내는 TOD 남편은 육군경비정…충남서해 수호 부부군인의 '하모니'
  5. 천안 각원사, 추석 명절 맞아 홀몸노인 172가정에 정성 담은 도시락 전달

헤드라인 뉴스


역대급 긴 연휴… `고향사랑` 지역명소 즐겨볼까?

역대급 긴 연휴… '고향사랑' 지역명소 즐겨볼까?

민족 대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2025년 추석 연휴는 최장 10일로 여느 때보다 길다. 국민 10명 중 4명이 연휴 중 국내외 여행을 계획 중이다. 해외로 떠나는 인원도 적지 않지만 그동안 미처 몰랐던 지역의 숨은 명소를 찾는 것도 기억에 남는 명절을 보내는 방법이 될 것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8월 22일부터 28일까지 국민 99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40.9%가 추석 연휴 여행을 계획했다. 이중 국내 여행은 89.5%, 해외여행은 10.5%다. '민족대이동'으로 고속도로와 국도뿐 아니라 하늘길도 붐빌 전망이다. 유독..

[10월 2일 노인의 날] 디지털 세상에 도전하는 어르신들
[10월 2일 노인의 날] 디지털 세상에 도전하는 어르신들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 힘으로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다루고 싶어요." 노인의 날을 하루 앞둔 1일, 대전 유성구 진잠도서관 디지털배움터. 낯선 프로그램 화면 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던 한 수강생의 말에는 디지털 사회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다. 키오스크와 모바일·인공지능(AI) 서비스 확산으로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가 심화되는 가운데, 스스로 배우고 도전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작은 희망을 보여주고 있었다. '디지털배움터'는 누구나 쉽게 디지털 세상에 적응하고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디지털 역량 교육을 추진한다. 이곳에서는..

경찰 국정자원관리원·관련업체 4곳 압수수색…계약·고용관계 파악할듯
경찰 국정자원관리원·관련업체 4곳 압수수색…계약·고용관계 파악할듯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 화재와 관련해 경찰이 2일 오전 9시부터 국정자원관리원과 배터리 이전사업에 참여한 민간 업체 4곳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에 나섰다. 대전경찰청은 이날 수사인력 30명을 투입해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화재 원인 규명에 필요한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동안 관계자들 진술조사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서류와 데이터 등을 확보해 검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장에서 배터리 이전 작업을 실시한 이들의 고용과 하청 계약서를 확보해 정당한 업무가 이뤄졌던 것인지 파악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배터리를 옮..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한복 입고 배우는 큰절 한복 입고 배우는 큰절

  • 다 같이 외치는 ‘청렴 동구’ 다 같이 외치는 ‘청렴 동구’

  • 추석 앞 붐비는 도매시장 추석 앞 붐비는 도매시장

  • 열려라 취업문 열려라 취업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