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는 매해 두 가지의 큰 명절이 있습니다. 하나는 설날, 또 하나는 바로 나담 축제입니다. 이 중 나담 축제는 매년 7월 11일부터 13일까지(양력) 몽골 전역에서 성대하게 열리며, 수도 울란바토르에서는 가장 큰 규모의 축제가 이 시기에 집중됩니다.
나담 축제는 단순한 놀이 행사가 아니라, 몽골 민족의 정체성과 전통문화를 깊이 담고 있는 국가 최대의 전통 행사입니다. 여름철에 열리는 나담 축제는 많은 몽골인이 고향을 방문하거나 가족과 여행을 떠나는 시기가 되며, 수도 울란바토르가 아닌 본 기자의 고향에서도 매년 대규모로 진행되어 많은 사람이 이 시기에 맞춰 귀향합니다.
나담은 '에링 고르반 나담(Эрийн гурван наадам)', '남자의 세 가지 경기'라는 뜻으로, 몽골 전통 씨름, 경마 대회, 활쏘기의 세 가지 종목이 진행됩니다.
축제는 개막 퍼레이드로 시작됩니다. 개막 퍼레이드에서는 몽골 전통 의상을 입은 군인들과 시민들에 의해 칭기즈 칸의 중요한 힘이 되었던 아홉 부족을 상징하는 9개의 흰 깃발이 중앙 체육경기장으로 옮겨지는 의식이 진행됩니다. 승마 행렬과 전통 음악, 종교의식이 어우러진 나담의 개막 행사는 매우 장엄하고 감동적인 시간을 선사합니다.
첫 번째, 몽골 전통 씨름은 512명 또는 큰 해에는 1,024명의 선수가 단판 토너먼트로 경쟁합니다. 512명 또는 1,024명으로 진행되는 이유는 2의 거듭제곱으로 토너먼트에서 승부를 가리는 데 있어 이상적인 숫자이며, 몽골 민족의 힘, 용맹, 명예를 나타내는 상징적 숫자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총 9번의 승부가 진행되어 승자가 가려지고, 경기에서 이길 때마다 선수는 더욱 명예로운 칭호를 얻게 됩니다. 이는 몽골 씨름 문화의 중요한 전통 중 하나입니다.
두 번째, 경마 대회는 몽골 고유의 장거리 크로스컨트리 형식(야외에서 자연 지형을 따라 빠르게 완주하는 경기)으로, 15km에서 30km에 이르는 초원을 달립니다. 인상적인 점은 기수가 대부분 5세에서 13세 사이의 어린이라는 것입니다. 어린 기수들은 오랜 시간 훈련된 말을 타고 넓은 초원을 질주하며 관중들의 환호를 받습니다.
세 번째, 활쏘기 종목에서는 남성은 75m, 여성은 65m 거리에서 과녁에 화살을 명중시켜야 합니다. 과녁에 화살이 명중할 때마다 관중들은 "우하이!"라는 전통 구호를 외치며 분위기를 뜨겁게 달굽니다. 활쏘기는 전통 의상을 갖춰 입은 팀 단위로 진행되어 시각적으로도 매우 아름답고 인상적입니다.
나담 축제 동안 몽골 사람들은 몽골의 전통 의상인 '델'을 차려입습니다. '델'은 유목민의 생활 방식에 맞게 짜여진 실용적이고 아름다운 옷으로, 남녀노소 모두 다채로운 색감과 자수로 장식된 델을 입고 축제에 참여합니다. 평소에는 보기 힘든 전통 의상 델을 입은 시민들이 거리에 가득 차면 마치 시간을 거슬러 칭기즈 칸의 시대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축제 기간 중 도시 곳곳과 경기장은 나담 축제 특유의 분위기로 가득합니다. 몽골 각지에서 모인 관중들이 함께 응원하고, 전통 공연, 야외 콘서트, 전시회, 패션쇼 등 다채로운 문화 행사가 열리며, 도시 전체가 하나의 큰 축제의 장으로 변합니다. 특히 사진가들에게는 몽골 전통의 아름다움을 생동감 넘치게 담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나담에서 빠질 수 없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맛있는 축제 음식입니다. 가장 인기 있는 축제 음식은 바로 '호쇼르' 즉, 군만두입니다. 나담에서 파는 호쇼르는 보통 성인 얼굴만큼 큼직하며, 바삭한 겉 반죽 안에 양고기나 소고기로 만든 속이 가득 차 있어 든든하고 맛있는 한 끼가 됩니다. 여러 가지 전통 경기를 관람하며 호쇼르는 먹는 것은 나담 축제의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또 이 시기에는 몽골 전통 발효주인 마유주 '아이락'도 즐겨 마십니다. 마유주는 말의 젖을 자연 발효시킨 음료로, 톡 쏘는 시원한 맛이 특징입니다. 더운 여름철의 갈증을 해소하는데 탁월하며 나담 축제 현장 곳곳의 전통 가옥 '게르'에서 파는 신선한 마유주를 통해 유목 문화의 풍미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몽골의 나담 축제는 단순한 전통 행사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수천 년을 이어온 몽골의 유목 문화와 공동체 정신, 고향과 가족을 향한 따뜻한 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으며 몽골의 모든 국민이 함께 즐기는 민족 자부심의 시간입니다.
만약 여름철에 몽골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나담 축제를 체험해보시길 권합니다. 알록달록한 델을 입은 사람들, 초원을 가르는 말발굽 소리와 풀 내음, 장엄한 씨름 경기와 활쏘기, 바삭하고 뜨거운 호쇼르와 시원한 마유주는 몽골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줄 것입니다. 철멍자야 명예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