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126. 정치인과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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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 칼럼] 126. 정치인과 말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5-07-03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저 사람은 참 말을 잘해'라고 할 때, 꼭 긍정적인 평가만은 아닙니다. 물론 똑똑하고 설득력이 있다는 뜻도 있지만, 말은 잘하지만 내실이 없다거나, 말에 비해 실천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특히 정치인에게는 무엇보다도 말이 중요합니다. 정치인에게서 말은 단순한 수사 이상의 '권력의 도구'이기도 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고 정당성을 확보하여 정치적 목표를 실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말로 대통령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 바로 버락 오바마이지요. 신인 정치인을 일약 스타로 만들어 준 것도 바로 그의 대중 연설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오바마를 가리켜 보수적인 언어로 진보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이라고도 평합니다. 그의 연설 기술은 쉽고 짧은 문장을 사용하고 있으며 중요한 것은 반복해서 강조합니다. 그래서 오바마의 3분 연설에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라는 말이 12번이나 사용된 것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말로 성과를 거둔 대표적인 정치인은 윈스턴 처칠이지요. 처칠은 전시 중 '희망과 결의'의 상징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제2차 세계대전 중 국민을 결집시키고 국민의 사기를 드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요. 그리고 대중 연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은 존 F. 케네디이지요. 그는 젊음과 이상주의를 강조했습니다. 간결하고 기억에 남는 표현을 썼고, 지금도 우리에게 회자되는 말, "국가가 여러분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 묻지 말고,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물어보십시오"라는 연설로 대중을 흔들어 놓았지요.



우리나라의 정치인 중에서도 연설을 잘하는 사람으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진솔하고 직설적인 언어를 통해 감정이입이 가능한 표현을 사용합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서민적 이미지를 형성하면서도 어느 때는 격정적으로 개혁과 변화를 강조하여 많은 사람을 감동시켰지요. 그분이 2002년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몇 가지 요인이 있었지만, 그의 연설과 솔직한 언어 구사가 큰 몫을 차지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위에서 정치인의 말은 단순한 표현을 넘어 '권력의 도구'라고 얘기했는데, 좀 더 설명하면, 정치인의 말은 리더십의 '기본 자본'이기 때문입니다. 정치인은 법과 제도를 직접 설계하거나 실행하기보다는, 말을 통해 그것을 가능케 하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힘을 가졌습니다. 특히 대의민주주의에서 시민들은 정당한 권위를 인정할 수 있는 말의 태도나 방식에 매우 민감합니다. 유능한 정치인은 이 점을 활용해서 도덕적·합리적 권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처칠이나 케네디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처럼 말로서 대중을 설득하고 정책 지지를 유도했다는 점에서 말 자체가 강력한 정치적 기능을 수행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게 지나쳐 가끔 역효과도 내기도 했지만요.



그러나 정치인의 말은 무엇보다도 진정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말이 화려할수록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그 진정성은 말뿐만 아니라 행동, 태도, 일관성과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정치인의 언어도 시대 변화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데 이제는 권위보다는 수직에서 수평으로 전환되어야 설득력과 진정성을 보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정치인의 말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권력이고 정치적 행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치인의 말은 인격과 철학을 드러내는 창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성공한 정치인들의 공통점은 뛰어난 언변을 넘어서 그 말이 신뢰와 일관성을 함께 지녀야 하겠지요.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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