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효과 100배? 역효과는 외면

  • 정치/행정
  • 세종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효과 100배? 역효과는 외면

이 대통령, 전 장관 후보자 연일 '100·1000배' 강조
객관적 분석 자료 없는 자의적 해석...지역 갈등 조장
이전 비용만 최대 300억, 부산~세종~서울 이동 비효율
가족 생이별, 전국 해양수산업자 불편 '사회적 비용' 증가

  • 승인 2025-07-17 11:32
  • 수정 2025-07-17 16:24
  • 신문게재 2025-07-18 1면
  • 이희택 기자이희택 기자
신청사
연말부터 해수부 본관과 별관으로 쓰일 부산시 동구 건축물 전경. 사진=해수부 제공.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이 가져올 효과는 과연 세종시 잔류보다 100배 이상 크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객관적 분석 자료에 근거한 주장일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충청 타운홀 미팅, 전재수 해수부 장관 후보가 14일 청문회 자리에서 연이어 강조한 '이전 논리'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효과 분석' 지표는 없어 지역 갈등과 분열의 씨앗만 더욱 키우고 있다.

사실 이는 최소 6개월 이상의 용역(가칭 해수부의 부산 이전 효과)을 거쳐야 나올 수 있을 만한 예측치로, 실상은 자의적 해석에 가깝다. 해수부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고 균형발전의 효과를 큰 틀에서 말씀하신 수치로 이해해 달라"고 전언했다.

이와 달리 부산 이전이 몰고 올 역효과는 당장 소요 비용 등으로 산출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전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 당일 해수부 이전에 드는 직접 비용만 최대 3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추가되는 사회적 비용도 만만찮다. 당장 KTX 부산역과 오송역을 오가는 비용만 편도 4만 2200원인데, 부산역~임시 청사, 오송역~정부세종청사까지 버스 또는 택시 활용 시 더욱 늘어난다. 1일 왕복 기준 최소 8만 7400원에서 최대 11만여 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출퇴근이 아닌 정부부처 연계 업무상 출장비도 이와 같다.

세종을 지나 서울 국회나 청와대를 방문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 큰 지출이 불가피하다. KTX 왕복 비용만 12만 원에 달하고, 시간적으로도 왕복 5시간을 기차에서 보내야 한다.

반려자가 세종청사의 다른 부처 또는 세종시 소재 직장에 근무할 경우, 주말 부부로 생이별 역시 불가피한 선택지다. 어느 한쪽이 내려가든 자녀 양육에 부족함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의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세종청사의 한 공직자는 "청사 A어린이집에선 벌써부터 친구들과 작별해야 한다는 사실에 아이들의 눈물이 바다를 이뤘다"라며 "해수부 가족들의 상황을 바라보면, 마음이 짠하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주거 대책이 뒤따른다 하더라도, 여러모로 가정 경제에는 부담이다. 인천과 전남, 강원 등 동·서해안 주변 해양수산업자 및 종사자들의 불편도 커진다. 현재 해수부는 국토의 중앙에 있어 국민 누구나 2시간 이내 방문 업무 처리를 볼 수 있었으나 이제는 부산까지 내려가야 하는 비효율을 맞이한다.

해수부 이전은 당사자인 공무원들의 업무 비효율과 정주 여건 악화를 떠나 '세종시' 정상 건설에도 또 다른 장애물이 되고 있다.

세종시는 전국 최고 수준의 상가 공실률로 인해 '자영업자의 무덤'이 되고 있고, 목표 인구는 턱없이 모자란 채 28개월째 39만여 명 박스권에 갇혀 있다. 연말이 되면, 본청만 최소 850명 이상, 세종시 산하 기관 2곳의 최대 300명을 포함해 1050명 이상이 빠져 나갈 '어진동과 아름동' 인접 상권은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KakaoTalk_20220204_085829304_16
세종시 아름동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도 이전 대상에 오르고 있다. 사진=이희택 기자.
지난 수년간 막내 신생 도시지만, 행정수도 위상에 걸맞은 뒷받침이 이뤄지지 않으면서다. 차일피일 미뤄진 종합운동장과 국립자연사박물관, KTX 세종역 등의 공공 인프라는 언감생심이 되고 있다.

일련의 모든 부작용은 공론 절차를 생략한 강행 추진의 산물이다. 진짜 다 가진 '수도권'의 초집중·과밀 해소 대책을 내놓기도 전에 세종시 흔들기란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도권과 부산 지역의 2026년 지방선거 결과에 무게중심을 둔 선택으로 볼 수밖에 없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고선 숱한 문제들을 외면하면서, 속전속결 이전을 추진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최민호 세종시장도 이 같은 문제점들을 인지하고, 이 대통령과 전 장관의 100배, 1000배 효과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그는 "부산으로 이전하면 더 비효율적이고 낭비가 많다. 감사원과 행안부 자료에 의하면, 세종과 서울에 국회, 청와대 그리고 부처가 나눠져 국정협의를 위해 공무원들이 연간 쓰는 출장비가 600억 또는 700억 원에 이르고 있다"라며 "부산에 간 해수부 직원들의 시간 낭비와 비용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아무 준비 없이 내몰려 가야 하는 이들의 생활은 어떻게 되는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세종=이희택 기자 press2006@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위기 징후 있었는데…" 대전 서구 모자 사망에 복지단체 실태 점검, 대책 촉구
  2. 구자홍 비노클래식 대표, 목원대 문화예술원장 취임
  3. 대전교육청 급식 준법투쟁 언제까지… 조리원 직종 교섭 오리무중
  4. ‘스포츠 꿈돌이’ 캐릭터 첫 공개
  5. 충남대 ‘대전형 공유대학 설명회’… 13개 대학 협력 시동
  1. 대전대 HRD사업단, 성심당 재직자 직무능력 향상교육
  2. 제22회 이동훈미술상 특별상 수상 작가전
  3. [우난순의 식탐] 열대의 관능과 망고시루의 첫 맛
  4. [대전다문화] 아이들의 꿈과 열정, 축구
  5. 김석규 대전충남경총회장, 이장우 대전시장과 경제발전방안 논의

헤드라인 뉴스


충청 덮친 ‘500㎜ 물폭탄’… 3명 사망 피해신고 1883건

충청 덮친 ‘500㎜ 물폭탄’… 3명 사망 피해신고 1883건

16일 밤부터 17일 오후까지 충청권에 500㎜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지면서 곳곳에서 인명사고 등 비 피해가 속출했다. 시간당 110㎜ 이상 기록적 폭우가 내린 서산에선 2명이 사망했고, 당진에서도 1명이 물에 잠겨 숨지는 등 충남에서 인명사고가 잇따랐으며, 1800건이 넘는 비 피해가 접수됐다. 세종에서는 폭우로 인해 소정면 광암교 다리가 일부 붕괴 돼 인근 주민 30명이 식당으로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17일 충청권 4개 시·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까지 충남 지역에만 1883건, 충북 222건, 세종 48건,..

[WHY이슈현장] 꿀벌이 사라진다… 기후위기 속 대전양봉 위태
[WHY이슈현장] 꿀벌이 사라진다… 기후위기 속 대전양봉 위태

우리에게 달콤한 꿀을 선사해주는 꿀벌은 작지만 든든한 농사꾼이기도 하다. 식탁에 자주 오르는 수박, 참외, 딸기 역시 꿀벌들의 노동 덕분에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 공급의 약 90%를 담당하는 100대 주요 농산물 중 71종은 꿀벌의 수분 작용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꿀벌들이 사라지고 있다. 기후변화와 '꿀벌응애'라는 외래종 진드기 등장에 따른 꿀벌 집단 폐사가 잦아지면서다. 전국적으로 '산소호흡기'를 들이밀듯 '꿀벌 살리자'라는 움직임이 일고 있으나 대전 지역 양봉..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효과 100배? 역효과는 외면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효과 100배? 역효과는 외면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이 가져올 효과는 과연 세종시 잔류보다 100배 이상 크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객관적 분석 자료에 근거한 주장일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충청 타운홀 미팅, 전재수 해수부 장관 후보가 14일 청문회 자리에서 연이어 강조한 '이전 논리'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효과 분석' 지표는 없어 지역 갈등과 분열의 씨앗만 더욱 키우고 있다. 사실 이는 최소 6개월 이상의 용역(가칭 해수부의 부산 이전 효과)을 거쳐야 나올 수 있을 만한 예측치로, 실상은 자의적 해석에 가깝다. 해수부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 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폭우에 대전 유등천 교량 통제 폭우에 대전 유등천 교량 통제

  • 민생회복 소비쿠폰 접수창구 준비 민생회복 소비쿠폰 접수창구 준비

  • 밤사이 내린 폭우에 충남지역 피해 속출 밤사이 내린 폭우에 충남지역 피해 속출

  • 폭우 예보에 출입통제 폭우 예보에 출입통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