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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AI에게 '질문을 잘 던지는 기술'에 집중했다면,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은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다. LLM이 단순한 지시 수행자에서 벗어나, 복잡한 상황 인식과 판단을 요구받는 'AI 에이전트'로 발전하면서, 단일 질문이나 명령과 같은 정적 프롬프트는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AI 에이전트는 대화의 맥락, 사용자의 목표, 외부 지식, 과거 상호작용 등의 복합적 정보 조합 속에서 작동한다. 특히, 복잡한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AI 에이전트가 협력하는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으로 발전함에 따라 이들 간의 원활한 정보 공유와 조정이 필수적이다.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은 '동적 컨텍스트 검색 및 생성, 처리, 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용어의 등장과 확산 과정이 흥미롭다. 지난 6월 19일,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파이(Shopify)의 CEO 토비아스 뤼트케는 X(구 트위터)에 "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보다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이라는 용어를 정말 좋아한다"고 언급하며 이 용어를 처음으로 대중에 소개했다. 그는 "이 개념이 핵심 기술을 더 정확히 설명한다"며 "LLM이 신뢰할 만한 수준으로 과제를 수행하도록 모든 문맥을 제공하는 예술"이라고 설명했다.
일주일 뒤인 6월 26일 오픈AI 공동 창업자이자 '바이브 코딩'이라는 개념으로 잘 알려진 안드레이 카파시도 자신의 X 계정에서 이에 동조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그는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은 다음 단계를 위해 문맥 창(context window)을 올바른 정보로 채우는 섬세한 예술이자 과학"이라고 표현했다. 이들의 발언은 AI 연구·개발 커뮤니티에서 즉각적인 반향을 일으켰고 특히 AI 에이전트 연구 개발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그렇다면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은 기존의 프롬프트 엔지니어링과 무엇이 근본적으로 다를까? 핵심은 '동적 시스템'에 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정적인 명령어 최적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은 AI가 필요에 따라 동적으로 정보를 수집·활용할 수 있도록 맥락을 구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많은 정보를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성 있는 정보'를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형식'으로 제공하는 데 있다.
예를 들어, 고객 상담 AI는 단순히 "친절하고 정확하게 응답하라"가 아니라 컨텍스트 엔지니어링 접근법에서는 고객의 과거 구매 이력, 현재 감정 상태, 문의 유형, 계절적 요인, 심지어 고객이 자주 사용하는 언어 패턴까지 실시간 동적으로 파악해 맞춤형 응답을 생성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한다.
AI 기술이 인간의 도우미를 넘어 협력자로 진화하고 있는 지금, 정적 프롬프트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세계가 열리고 있다. 단지 질문을 던지는 것을 넘어, LLM이 일의 맥락을 이해하고, 장기적인 목표와 상황의 변화를 고려하며 작동할 수 있도록 문맥을 설계하는 능력. 그것이 앞으로의 LLM 활용에서 핵심 경쟁력이 될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이다.
앞으로 AI가 의료, 교육, 법률, 과학, 연구처럼 맥락이 복잡하고 인간의 판단이 중요한 영역으로 확장될수록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문제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구조적 설계가 필요하다. 이는 인간 협력 AI 설계라는 관점에서도 중요한 전환점이며, 궁극적으로는 인간과 AI가 '문맥'을 공유하며 함께 일하는 시대를 여는 기반이 될 것이다. 이제는 AI가 잘 작동할 수 있는 컨텍스트를 이해하고 설계할 줄 아는 전문가를 필요로 하고 있다.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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