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근찬 우송대 보건의료경영학과 교수 |
핵심은 예타의 구조다. 예타는 주로 비용편익분석을 통해 경제성을 따진다. 쉽게 말해 얼마를 투자해서 얼마나 사회적 편익이 생기느냐를 계산하는 것이다. 공공병원 예타에서 편익의 대부분은 응급사망자 감소다. 환자를 제때 치료하지 못해 발생하는 사망을 줄이면 그 편익을 돈으로 환산하는 것이다. 최근에 발간된 예타 자료를 찾아보니, 응급사망자 1명을 살리는 편익을 약 4억8000만 원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300병상 규모로 건립하는 공공병원이 매년 최소 30~50명의 생명을 구해야 예타를 통과할 가능성이 있게 된다. 대전에 이미 종합병원과 대학병원이 많은 상황에서 대전의료원은 이런 논리를 만들기는 쉽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대전의료원은 죽을 사람을 얼마나 살릴 수 있는가라는 숫자를 만들기 어려웠기에 예타의 문턱을 자체적으로 넘지 못했다. 대전의료원 예타보고서에서는 '응급환자 1000명당 평균 사망률은 2.1명으로 부산 2.54명, 대구 4.51명, 인천 2.98명보다도 낮다. 따라서 대전시의 경우 비교 광역시에 비해 응급환자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아산경찰병원은 어떻게 통과했을까? 보고서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세종충남대병원이 예타를 통과할 때와 비슷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산시는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이 부족하고, 인구는 늘어나고 있으니 새 병원이 들어서면 분명히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논리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경찰이라는 특정 집단의 건강권을 강조하고, 비수도권 경찰관들이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도 중요한 논리였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공공병원 설립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사회정책이 점점 효율성의 언어, 경제학자의 언어로 설명되는 것은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기존에는 평등이나 권리, 복지와 같은 가치가 중심이었지만, 1960~1970년대 이후 효율성으로 수렴했다는 것이다. 한국도 IMF 외환위기 이후 예타 제도가 도입되면서 공공의료 역시 같은 흐름에 갇히게 됐다. '효율적인가?'라는 질문이 '사회적으로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밀어낸 것이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대부분의 병원이 공공병원인 국가를 제외하고는 공공병원을 세우는 데 경제성 평가를 의무적으로 통과해는 제도를 가진 국가는 드물다. 공공병원의 비율이 병상수 기준으로 동아시아 주변국가인 일본, 대만은 30% 내외 수준이며, 미국은 20%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근 국회에서는 지방의료원 신설·증축 시 예타를 면제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는 무분별한 국고 낭비라며 반대하면서, 기존 의료원의 구조적 문제와 비효율을 해결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전국 지방의료원의 상당수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갖는다.
공항이나 놀이공원에서처럼 돈을 더 내면 빨리 이용할 수 있는 우선권 티켓을 주는 시장논리가 병원 이용에도 적용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공공병원을 단순히 돈으로 계산되는 편익 위주로 판단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감염병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 공공병원이 지역사회의 최후의 보루가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코로나19 시기에 경험했다. '죽을 사람을 많이 살려야 공공병원을 지을 수 있다'는 지금의 제도 논리는 지나치게 협소하다. 공공병원은 수익성보다는 사회적 안전망, 모두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기반시설이라는 시각이 우선돼야 한다. /이근찬 우송대 보건의료경영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