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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F1 : 더 무비 포스터. |
브래드 피트 하면 동시대를 함께 풍미한 톰 크루즈가 떠오릅니다. 나이도 거의 비슷하고 액션 배우로서의 성향도 겹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두 사람은 또 결이 다릅니다. 톰 크루즈가 완벽한 액션을 추구하고, 이 세상에 그런 사람은 다시 없을 것 같은 차가운 액션을 보여준다면 브래드 피트는 멋있고, 액션도 잘하지만 왠지 우리 동네에도 있을 것처럼 친근한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그의 액션은 뜨겁습니다. 압도적이고 초인적인 게 아니라 온몸을 던져서 피터지게 싸우고 끝내 이기는 모습입니다. 인간적인 액션이라 할까요?
톰 크루즈 영화에서 그가 사랑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일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여성에게도 거리감을 느끼게 합니다. 임무가 제일 중요하고 사사로이 감정이 개입되지 않도록 자신을 철저히 다스린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탑건> 시리즈에서는 다르지만요. 그런데 브래드 피트는 그렇지 않습니다. 일도 열심히 하고, 성격도 거칠지만 다가오는 사랑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오래전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1993)에서도 그랬습니다. 이 작품도 그러합니다.
젊은 시절은 가고, 어느새 거친 사나이들의 분투가 펼쳐지는 F1 경주장에서도 그는 왕고참에 속합니다. 젊은 피 루키가 고집을 부리며 대들어도 웬만하면 맞부딪히지 않습니다. 그러나 확고한 자기 세계가 있고, 그간 쌓아온 커리어에 걸맞은 노하우들이 노련하기 비길 데 없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몸 구석구석 아픈 곳투성이인데도 물러서는 법 없이 목숨을 걸고 도전합니다. 우리 영화 <승부>가 신진 세력에 의해 물러나게 된 고수의 비애와 재도전을 보여준다면 이 영화 <F1>은 도전해 오는 젊은 피에게 고수의 높은 경지를 보여주고 마침내 존경을 얻는 모습을 보게 합니다. 어쩐지 아무래도 나이 든 관객들에게 보내는 격려와 위로 같습니다. 한편 극장용 영화가 젊은 세대들을 주향유층으로 삼던 시절은 지났다는 걸 느끼게도 합니다.
자동차 경주와 그 주변의 이야기를 긴장과 이완 형식으로 반복하며 흥미를 고조시키는 이 영화는 게임을 즐기는 즐거움과 함께 사람 사는 뒷이야기도 보게 합니다. 우리의 주인공 소니 헤이스를 맡은 브래드 피트가 이 두 부분을 고루 잘 연기해 냅니다.
김대중 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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