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교육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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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교육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의 필요성

김덕희 전 우송대 교수

  • 승인 2025-09-22 11:20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김덕희 우송대 교수 풍경소리
김덕희 전 우송대 교수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정치가 관자(管子)는 그의 저서 권수(權修)편에서 '교육은 국가지 백년대계'라고 설파한 적이 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Diogenes)는 '모든 국가의 기초는 청년들의 교육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고대부터 양의 동서국가에서 교육의 중요성과 교육은 국가 존립의 근거가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교육은 지속적 · 일관적 · 안정성을 생명으로 하며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교육 현실은 과연 그러한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 변화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정책이 쏟아지고, 교육 현장의 혼란은 물론 학부모 등 많은 교육수요자도 혼란에 빠진다. 최근 논의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주요 핵심이 되는 고교학점제의 변경 논의도 예외가 아니다. 고교학점제는 아직 완전히 정착되지도 않은 정책을 다시 변경한다는 소식에 교육 현장이 술렁이고 있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선택·이수하고 누적 학점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을 인정하는 등 학생 선택과 진로 맞춤형 교육과정으로 주목받으며 학교 운영의 다양화를 도모하는 제도로 2025년에 전국 고등학교에 전면 적용으로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정책이다. 이를 위해 교육청과 학교는 많은 행·재정적인 노력을 기울여 준비해 왔고 학생과 학부모도 이에 대비해 왔다. 이러한 제도의 조변석개로 인한 피해는 학교와 학생· 학부모들에게 돌아간다. 그중에서 학생들의 피해가 가장 크다. 대부분의 고등학생은 고교학점제를 대비해 과목 선택에 대해 고민해 왔지만, 불과 1년 만에 정책 방향이 바뀔 예정이라 대비해 온 계획이 무너졌다. 대학 입시와 더불어 미래의 진로와 삶에 영향을 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부모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정책 변화는 급기야 사교육 시장의 변화를 부르고, 가계 부담으로도 이어진다. 직간접적인 사교육 등 추가 비용도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교육정책의 불안정성이 결과적으로 계층 간 교육 격차의 심화와 '공정한 경쟁'을 장애요인이 되는 셈이다. 교사와 학교 현장 또한 정책 변동의 희생양이다. 교육과정이 개편될 때마다 교사들은 새로운 교수학습 방법 적용 연구, 교육자료의 준비 등으로 시달린다. 결국 제도가 정착되기도 전에 또 다른 개편으로 냉소주의에 빠지고, 교육의 본질적 가치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미래형 인재 양성'이라는 거창한 구호가 교사들에게는 '정권이 바뀌면 또 달라질 것'이라는 허탈감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교육정책의 잦은 변동은 결국 교육수요자들에게 신뢰와 일관성을 잃으면 국가 백년지대계가 아니라 정권 5년짜리 단기계획이 되어 교육 불신의 요인이 되며, 그 결과는 고스란히 다음 세대의 불안으로 되돌아온다. 교육도 사회체제의 한 부분이기에 시대 변화에 부응하고 국가 정책에 대응해야 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변화에는 절차적 정당성과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 2022년도에 국가의 중장기 교육발전계획 수립,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견 수렴·조정 등에 관한 업무를 수립하기 위해 설립된 '국가교육위원회'가 중심이 돼 교육정책에 대한 다양한 전문가들의 충분한 연구와 공론화는 물론 시범 운영을 거쳐 점진적으로 도입과 최소한의 안정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지속성을 보장해야 한다. '오늘 발표한 정책이 내년부터 시행된다'는 식의 졸속 추진은 미래를 위한 준비가 아니라 학생들을 실험대에 세우는 일이며 시대적 상황에 따른 요행심을 키울 뿐이다.

교육의 본질은 교육의 철학과 가치, 교육목표, 효과성과 학생들의 미래지향적 창의성을 신장할 수 있는 관점에서 설정되고 설정된 본질에 따른 교육정책이 지속적, 안정적으로 추진될 때 이 땅의 백년지대계가 이루어질 것이다. 헌법 31조 ④항에는 '교육의 자주성 · 전문성 · 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도 교육 정책이 결코 정치적 이해관계나 예속물이 아니라 교육수요자, 특히 학생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하여 교육전문가에 의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지향하며 지속적, 안정적 추진을 해야 함을 의미하고 있다. 맹자(孟子)의 진심상편(盡心上篇)에서 천아의 영재를 얻어 교육함이 군자의 즐거움이라(得天下英才 而敎育之 三樂也)라고 말씀하셨다. 이 또한 교육의 중요성과 동시에 지속성과 일관성을 내포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교육정책의 잦은 변동의 피해는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는 평범한 이치를 다시 한번 새겨볼 때다. /김덕희 전 우송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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