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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지역에 계속되는 비로 인해 벼가 쓰러져 있는 모습(사진=독자 제공) |
계속 되는 비로 인해 논밭이 질퍽해지면서 농기계 출입이 불가하고, 밭이 질어 경운 작업을 못하면서 벼 수확은커녕 마늘 파종조차 손도 대지 못하는 상황이다.
서산 부석면 지역의 한 농민은 "밭이 흙탕물이 돼 트랙터 바퀴가 빠질 정도라 마늘을 전혀 못 심고 있다"며 "이러다간 올해 마늘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예년 같으면 마늘 파종이 한창이어야 하지만, 비가 멈추지 않아 밭이 질어 농기계가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전국 마늘 주산지인 서산·태안 지역은 파종 시기를 놓치면 싹이 고르지 않고 구(球)가 작아져 생산량이 줄어드는 등 큰 피해가 예상된다.
벼 수확 피해도 심각하다. 논이 마르지 않아 수확이 늦어지고, 일부 지역에서는 벼가 눕거나 썩는 피해가 속출했다. 더 큰 문제는 물에 잠긴 벼가 미처 베지도 못한 채 이삭에서 새싹이 돋는 '자발생(自發生)'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벼 재배 농민은 "벼가 쓰러지고 물을 먹어 낟알이 검게 변했다"며 "이러다가는 쌀값이 올라가도 우리는 벼를 제때 수확하지 못해 쌀 생산량이 크게 줄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논 습해 방지를 위한 긴급 배수 조치와 병해 관리가 시급하다"며 "마늘은 가능한 한 조기에 물 빠짐을 확보한 후 파종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기상청은 오는 주말까지 중부권을 중심으로 비가 간헐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서산·태안 등 충남 서해안 농가의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비 피해와 맞물려, 농민들의 마음속엔 '욕심'과 '자성'이 교차한다.
한 농민은 "올해는 유난히 덥고 폭우가 심했다. 작년보다 더 거두려 욕심을 내서 비료를 조금 더 뿌렸더니, 화근이 된 것 같다"며 "결국 벼가 더 웃자라면서 쓰러지고 말았다. 부족함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며 "비가 더 이상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소연 하고 있다.
서산=임붕순 기자 ibs9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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