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강병수 교수 |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로 수도이전은 계획으로 끝났으나 정부는 서울을 휘감은 그린벨트를 견고하게 고수하면서 지금의 안산시인 반월신도시를 시작으로 서울 주변에 좋은 주거공간인 신도시들을 조성하였다. 또한 서울의 일자리를 분산시키기 위하여 서울 주변에 공업단지를 조성하고 좋은 대학을 서울 밖으로 이전시키는 정책을 시행하였다. 중앙대학교 안성 분교, 한양대학교 안산 분교, 고려대학교 세종 분교 등이었다. 처음은 고전하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서울의 인구 분산에 크게 기여하였다.
인구 분산 과정에서 지하철과 도로망 등 교통인프라가 획기적으로 구축되어 경기도와 인천광역시가 서울생활권으로 확실하게 편입되면서 수도권이라는 거대한 과밀의 공룡이 탄생한 것이다. 인구가 수도권으로 집중하면서 서울과 지방의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문제가 된 것이다. 그리하여 2000년대 초 노무현대통령은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고르게 잘 살 수 있는 국가균형발전을 꿈꾸며 인구를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분산시키고자 하였다.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인구를 분산시키는 방법은 세종시로 수도이전과 동시에 혁신도시에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길 밖에는 없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와 같은 강력한 대통령제 중앙집권 국가에서는 중앙정부와의 일상적인 접촉이 대기업의 생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기업의 본사는 주로 서울에 있다.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이전하면 대기업 본사 기능의 상당 부분과 관련 중소기업이 함께 이전할 것이며 많은 일자리와 인구가 세종시와 주변 도시로 이동할 것으로 보았다. 이재명 정부의 세종시 완성을 위한 네 가지 핵심 정책은 대통령집무실과 국회세종의사당 건립, 전국 주요 도시 교통망 구축, AI·모빌리티·바이오 등 미래산업 기업혁신허브 조성, 행정수도건설특별법 제정 추진 등이다.
그러나 이 정책들이 모두 성공하더라도 수도권으로의 인구이동 흐름을 역전시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2012년 세종시가 탄생하였으나 행정수도로서 역할과 기능을 갖지 못하면서 세종시 인구는 주위 지역인 대전과 충남·북에서 대부분 채워졌고, 2030년 목표인구 80만 명 달성은 불가능한 상태에 있다. 또한 세종시와 세종시 주변으로 대기업의 본사나 관련 중소기업이 거의 이전해 오지 않았으며,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의 인구이동 대역전 현상은 행정수도 세종 완성 이전에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올해 수도권 인구집중도 전략 목표치를 2024년 50.81%에서 51.61%로 상향 조정하였다. 국토균형발전과 지방소멸에 대응해야 할 정부가 수도권 인구집중도를 오히려 상향하겠다는 전략 목표는 이해하기 힘들고 대단히 부적절해 보인다. 국가균형발전의 역주행은 컨트롤 타워가 없거나 방향을 잃은 것으로 볼 수밖에는 없다.
행정수도 이전으로 서울 인구의 10-20% 정도만 비수도권으로 이동하여도 수도권은 복잡한 교통 문제,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앗아간 주택 문제, 맑은 공기를 앗아간 공해 문제, 엄청난 인프라 건설 및 유지비 문제 등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질 것이며, 비수도권은 지방소멸이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행정수도 완성은 단계적으로, 실현 가능한 계획을 통해 국민적 공감과 정치적 협력 속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수도이전의 기본정신에 부합한 로드맵이 제시·추진되면, 수도권의 일자리와 인구가 비수도권으로 서서히 이동하게 되고 우리 국민 모두의 꿈이자 노무현대통령의 꿈인 국가균형발전이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강병수 충남대 명예교수.대전학연구회 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송익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