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손 씻기가 생명을 지킨다

  • 충청
  • 서산시

[의학칼럼] 손 씻기가 생명을 지킨다

감염병 예방의 시작, 이그나즈 제멜바이스가 남긴 위대한 유산
나준 서산의료원 진단검사의학과 과장

  • 승인 2026-07-23 16:51
  • 임붕순 기자임붕순 기자

19세기 중반 헝가리 의사 이그나즈 제멜바이스는 당시 높은 산모 사망률의 원인이 해부 실습을 마친 의료진의 손을 통해 전달되는 감염 물질임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세균의 개념이 확립되기 전임에도 객관적인 관찰을 통해 손 위생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현대 감염관리와 의료기관 손 위생 지침의 근간을 마련했습니다. 이러한 제멜바이스의 선구적인 연구는 단순한 손 씻기가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여 오늘날 감염병 예방의 핵심 수칙으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clip20260723165031
나준 서산의료원 진단검사의학과 과장(사진=서산의료원 제공)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가장 먼저 강조되는 생활수칙이 있다. 바로 손 씻기다. 비누와 흐르는 물로 30초 이상 손을 씻는 작은 습관은 감염병 예방의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를 비롯한 각종 감염병을 겪으며 이제는 누구나 손 씻기의 중요성을 상식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 상식이 의학적으로 인정받기까지는 수많은 편견과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불과 180여 년 전만 해도 의료진조차 손을 씻는 것이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이러한 의료계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인물이 바로 헝가리 출신 의사 이그나즈 제멜바이스(Ignaz Semmelweis)다.

19세기 중반 오스트리아 빈 종합병원에서는 출산을 마친 산모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열과 감염으로 잇따라 목숨을 잃었다. 당시 사람들은 이를 '산욕열(Puerperal fever)'이라 불렀지만 정확한 원인은 알지 못했다.

세균이라는 개념조차 확립되지 않았던 시기였기에 의학계는 나쁜 공기나 체액의 불균형이 질병을 일으킨다고 믿었고, 사혈과 같은 치료법을 시행했지만 산모들의 생명을 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젊은 의사였던 제멜바이스는 병원 내에서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같은 병원 안에 있는 두 개의 산과 병동 가운데 의대생과 의사들이 진료하는 제1병동에서는 산모 사망률이 10~20%에 이를 정도로 매우 높았지만, 조산사들이 담당하는 제2병동에서는 사망률이 훨씬 낮았다. 같은 병원, 비슷한 환경, 동일한 치료를 받는데도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발생하는지 그는 의문을 품었다.

제멜바이스는 병실 구조와 환자 수, 치료 방법, 환기 상태 등 가능한 모든 요소를 하나씩 비교하며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특별한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남은 차이는 오직 의료진의 업무 방식뿐이었다.

결정적인 계기는 동료 의사의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부검을 하던 중 메스에 손을 다친 의사가 고열과 염증 끝에 숨졌는데, 그 증상이 산욕열로 사망한 산모들과 매우 흡사했던 것이다.

제멜바이스는 이 사건을 계기로 중요한 가설을 세웠다. 당시 의대생과 의사들은 아침마다 해부 실습을 한 뒤 충분한 소독 없이 곧바로 산모를 진찰했다. 반면 조산사들은 시신을 다룰 일이 없었다. 그는 시신에서 묻은 어떤 물질이 의료진의 손을 통해 산모들에게 전해져 감염을 일으킨다고 추론했다.

오늘날에는 이것이 세균에 의한 감염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당시에는 세균설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제멜바이스는 객관적인 관찰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감염의 원인을 추적했고, 기존 의학의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용기를 보였다.

그의 발견은 훗날 현대 감염관리와 의료기관 손 위생의 출발점이 되었으며, 오늘날 병원에서 시행하는 손 위생 지침의 근간이 됐다.

손을 씻는 일은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행동이다. 그러나 그 단순한 행동 하나가 수많은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낸 제멜바이스의 연구는 지금도 의료현장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다음 회에서는 제멜바이스가 실제로 손 씻기를 병원에 도입해 산모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춘 과정과, 당시 의료계가 그의 주장을 왜 받아들이지 않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나준 서산의료원 진단검사의학과 과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조치원·연서·연기면 공동주택' 1.2만 호 공급 무산
  2. 대전 샘머리초 인근서 승용차 가로수 충돌… 19세 운전자 사망
  3. 경찰 순환인사 확대에 대전도 반발 기류… 집단대응에는 '신중'
  4. 대통령 집무실·국회 의사당 가시화 "행정수도특별법 제정 뒷받침돼야"
  5. "기사 쓰겠다" 협박…폐기물업체서 수천만 원 갈취한 인터넷신문 기자 3명 구속
  1. 충남도-중국 장쑤성, 협력 확대 및 강화 방안 논의
  2. 대전가톨릭가정·성폭력통합상담소와 한밭대 업무협약
  3. 2029 인빅터스 게임, 대전 유치 성공 브리핑
  4. 대전 여성기업인 우수제품 ‘한눈에’
  5. 충남대-국립공주대 통합 '동상이몽'… 리더십 시험대 오른 대학본부

헤드라인 뉴스


충남도-15개 시군, 발전 5사 통합 본사 유치 위해 총 결집

충남도-15개 시군, 발전 5사 통합 본사 유치 위해 총 결집

충남도와 도내 15개 시군이 발전 5사 통합 본사 유치 공동 대응, 서산공항 건설 추진 등 정부 차원의 협조가 필요한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행정력을 총 결집하기로 했다. 도는 23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박수현 지사와 15개 시군 시장·군수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선 9기 첫 지방정부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지방정부회의는 민선 9기 도와 시군 비전을 공유하고, 상생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회의를 통해 진행된 시장·군수와의 대화에서는 발전 5사 통합 본사를 충남 지역에 유치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모였다. 엄승용..

세종 장군면에 첫 산업단지, 조성 절차 본격화…"35만여 평 계획"
세종 장군면에 첫 산업단지, 조성 절차 본격화…"35만여 평 계획"

산업 기반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세종 서남부권에 첫 산업단지 조성이 본격화되고 있다. 민간 주도로 장군면 은용리 일원에 산단 조성을 추진 중인데, 최근 공급 물량 배정을 위한 사전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개발계획 수립 단계에 들어섰다. 23일 세종시에 따르면 최근 장군면 은용리 산 15-4 일원의 일반산업단지 조성과 관련해 지정계획 고시가 이뤄졌다. 이 사업은 시행자인 ㈜그린랩을 통해 민간 주도로 추진 중이다. 관할기관에 투자의향서가 제출된 기준으로는 관내 첫 민간 주도 산단 조성사업이며, 장군면 첫 산단으로도 부각된다. 지..

이 대통령 "부동산정책은 최대 과제… 사회적 합의과정  중요"
이 대통령 "부동산정책은 최대 과제… 사회적 합의과정 중요"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부동산정책과 관련, "대한민국의 최대 과제 중 하나"라며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도권과 비교해 투기 수요가 낮은 비수도권 대출 규제 완화를 비롯해 재개발·재건축사업의 과도한 공사비, 보유세 강화, 청년이나 신혼부부에 불리한 대출·청약 제도 등에 대한 의견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KBS 별관에서 학계와 언론계를 비롯해 건설과 금융계, 공인중개사와 시민·청년단체, 유튜버와 부동산 관련 카페 등 1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도심 속 공원에서 즐기는 물놀이 도심 속 공원에서 즐기는 물놀이

  • 개인형 이동장치 수거차량 ‘무법 질주’ 개인형 이동장치 수거차량 ‘무법 질주’

  • 대전 동부소방서, 온열질환 예방 총력 대전 동부소방서, 온열질환 예방 총력

  • ‘문제 풀고 교통안전 배워요’ ‘문제 풀고 교통안전 배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