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사람은 못 듣고 나만 듣는 소리, 현실이 된다

  • 전국
  • 부산/영남

옆 사람은 못 듣고 나만 듣는 소리, 현실이 된다

포스텍 교수팀 초지향성 스피커 개발
단일 초음파 소자에 메타물질 결합

  • 승인 2026-07-24 21:04
  • 김규동 기자김규동 기자
사진
노준석 포스텍 교수


포스텍 연구진이 특정 사람에게만 말을 건넬 수 있는 스피커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21일 게재됐다.

'빛'과 '소리'는 성질이 다르다. 손전등이나 레이저처럼 빛은 한 방향으로 곧게 뻗어 나가지만, 소리는 사방으로 잘 퍼진다. 담장 너머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리는 이유다. '소리도 빛처럼 원하는 곳으로만 보낼 수는 없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것이 '초지향성 스피커'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초음파에 실어 보내면, 원하는 공간에만 소리를 전달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한 대표 기술이 '파라메트릭 어레이 라우드스피커다. 서로 다른 초음파를 공기 중에서 상호 작용 해 특정 방향으로 소리를 모으는 방식이다.

이러한 스피커는 일반 스피커에 비해 훨씬 좁은 범위에 소리를 모을 수 있지만 수십에서 수백 개의 초음파 부품을 정교하게 늘어놓고 하나하나 제어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들고 구조도 복잡하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간단한 구조의 파라메트릭 어레이 라우드스피커가 개발됐지만, 이번에는 스피커 진동판이 떨리는 과정에서 원치 않는 진동까지 함께 발생해 소리가 사방으로 새어 나가는 문제가 생겼다.

연구팀은 두 종류의 메타물질을 하나의 초음파 스피커에 결합하는 구조로 이를 해결했다. 먼저 장치 앞쪽에는 '음향 메타표면'을 붙였다. 말하자면 '소리의 렌즈' 같은 부품으로, 진동판에서 나오는 울퉁불퉁한 초음파를 가지런히 정리해 레이저처럼 곧고 좁은 초음파 빔으로 만든다. 뒤쪽에는 '탄성 메타유닛'을 달았다. 이것은 '소리의 방음벽'에 가까운데, 특정 주파수에서 생기는 불필요한 진동을 눌러 소리가 옆으로 새는 걸 막는다. 앞에서는 소리를 모으고 뒤에서는 잡음을 막는, 말하자면 '이중 안전장치'를 단 셈이다.

그 결과, 부품 하나로 500Hz부터 10kHz까지, 4옥타브가 넘는 대역에서 원하는 방향으로만 소리를 보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 대부분을 아우르는 범위다. 연구팀은 비행기 좌석 상황을 가정한 실험도 진행했다. 옆 사람 눈치 보지 않고 각자에게 다른 안내 방송이나 음악을 들려줘야 하는 상황에서, 실제 방송과 음악을 틀어놓고 방향별 소리 세기를 측정했고, 탄성 메타유닛을 붙이기 전과 후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무엇보다 이 기술은 만들기도, 활용하기도 쉽다는 장점이 있다. 메타물질 구조 자체가 3D 프린터로 찍어낼 수 있는 조립식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좌석 간격이나 각도 등 사용 환경에 맞춰 손쉽게 다시 설계할 수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비행기나 기차에서 옆 사람 방해 없이 각자 원하는 안내 방송이나 콘텐츠를 들을 수 있고, 박물관이나 전시장에서도 특정 전시물 앞에 선 사람에게만 설명이 들리게 만들 수 있다.

노준석 교수는 "메타물질과 초음파 장치를 하나로 설계해 비용과 복잡성, 설계 자유도 한계를 동시에 풀어냈다"며 "그동안 음향·탄성 메타물질 연구는 원리를 검증하고 개념을 보여주는 데 그쳤지만, 이번 연구는 실제 장치에 메타물질을 녹여내 실용화 가능성을 입증한 첫 사례"라고 전했다.

포스텍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 문원규 교수, 김웅지 박사, 박사과정 오범석 씨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포항=김규동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특수영상영화제, 'DFX OTT어워즈' 대전의 가을 밤을 빛내다
  2. 둔산1구역, 2차 선도지구 재도전 시동… 주민대표단 구성 승인 신청
  3. 출연연 채용·감사·홍보 행정 통합, 기대와 우려 '동시에'
  4. 74명 사상 안전공업 화재…“안전관리체계 부실이 부른 대형 인재”
  5. [함께 지켜온 물, 대청호의 다음 25년] 권한과 예산 갖춘 '굿거버넌스'로… 대청호 관리 제도화해야
  1. 과학기술 연구 노조-사측 첫 소통워크숍… 출연연 역할 재정립 공감대
  2. 40대부터 재취업 준비… 세종 중장년 일자리 정책 달라진다
  3.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에 추석명절 식료품 키트 후원
  4. KAIST, 석유 대신 대장균으로 '친환경 핫멜트 접착제' 만든다
  5. [2027 수시로 간다] 보건의료 정체성 위에 AI를 입히다…대전보건대의 새로운 100년

헤드라인 뉴스


이 대통령 "행정수도 건설. 최대한 신속하게 완성하겠다"

이 대통령 "행정수도 건설. 최대한 신속하게 완성하겠다"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오랫동안 추진해온 행정수도 건설을 최대한 신속하게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연임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고, 전쟁 개입 또는 관여를 위한 파병도 없으며, 지지율 하락에 대해선 "국민 존중이 부족했다"며 자신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지방선거 이후로 저로서는 갑작스러운 국민의 실망과 걱정에 직면해 당황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이고, 너무 많은 과제 앞에 마음이 바빠 더 많은 이들의 마음..

세종TP 용역 비리의혹 파장… 세종시, 특감 한다
세종TP 용역 비리의혹 파장… 세종시, 특감 한다

<속보>=세종테크노파크(이하 세종TP)의 '자율주행 관제센터 보수·관리 용역' 비리 의혹과 관련, 세종시가 특정 감사에 착수한다. <중도일보 2026년 9월 17일자 4면 보도> 김효숙(어진·나성동) 세종시의회 경제문화위원장이 16일 해당 용역의 특정 업체 특혜 의혹과 불법 하도급 정황, 불필요한 예산 집행 등 의혹을 제기하고, 집행부를 상대로 진상 규명을 요구한 데 따른 조치로 다가온다. 이와 더불어 세종TP도 17일 자체 특정감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내부 자정 시스템을 통해 의혹을 밝히고 이를 바로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

기업 10곳 중 9곳 "올 추석, 나흘 이상 쉰다"
기업 10곳 중 9곳 "올 추석, 나흘 이상 쉰다"

올 추석 연휴 휴무를 실시하는 기업 10곳 중 9곳이 나흘 이상 쉬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상여금을 지급하는 기업은 지난해보다 줄었고, 기업 절반가량은 추석 경기가 나빠졌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7일 발표한 '2026년 추석 휴무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97.0%가 올해 추석 연휴에 휴무를 실시한다고 답했다. 휴무를 실시하는 기업 중 휴무 기간이 '4일'이라는 응답은 76.5%로 가장 많았고, '5일 이상'도 14.2%로 조사돼 나흘 이상 쉬는 기업은 전체의 90.7%에 달했다. 반면 '3일 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사랑의 송편 나눔’…명절 꾸러미 한가득 ‘사랑의 송편 나눔’…명절 꾸러미 한가득

  • 대전 동부소방서, 추석 앞 화재안전 점검 대전 동부소방서, 추석 앞 화재안전 점검

  • ‘대한민국의 情을 보냅니다’ ‘대한민국의 情을 보냅니다’

  • 경영악화로 폐업하는 대전서남부터미널 경영악화로 폐업하는 대전서남부터미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