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수소도 못 뚫는 신소재 개발

  • 전국
  • 부산/영남

포스텍, 수소도 못 뚫는 신소재 개발

'역방향 기울기 설계'로
미세조직 차폐 효과 규명

  • 승인 2026-07-27 19:25
  • 김규동 기자김규동 기자
사진
김형섭 포스텍 교수


치킨이나 만두를 먹을 때 최고의 칭찬은 '겉바속촉'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야 맛있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금속 재료 세계에서는 이 조합을 살짝 바꾼 '겉물속강'이 최고의 칭찬이 될 것 같다. 겉은 물러도 속은 강철처럼 단단한 금속, 이런 금속이 실제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포스텍 친환경소재대학원·신소재공학과 김형섭 교수 연구팀이 금속 미세조직을 거꾸로 설계하는 '역방향 기울기 구조'를 개발해 높은 강도와 수소취성 저항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는 부식 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Corrosion Science에 최근 게재됐다.

금속은 강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수소 앞에서 더 쉽게 부서지는 얄궂은 성질을 갖고 있다. 이른바 수소취성이다. 수소가 대표적인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지금, 이 딜레마는 수소경제로 가는 길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혀왔다. 수소 저장탱크와 배관, 연료전지 같은 인프라를 지으려면 튼튼하면서도 수소에 잘 견디는 금속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딜레마를 깨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연구팀은 금속 내부 구조 순서를 통째로 뒤집은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역방향 기울기 구조'라고 이름 붙였다. 이 구조를 적용한 고엔트로피 합금에서 강도와 수소취성 저항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금속 표면을 단단하게, 내부는 상대적으로 부드럽게 설계하는 기존 정석을 뒤집고 연구팀은 표면에는 수소에 강한 '재결정 조직'을, 내부에는 강도를 끌어올리는 '냉간압연 조직'을 배치했다. 겉은 수소를 막아내는 역할을, 속은 힘을 내는 역할을 나눠 맡긴 셈이다.

이 설계의 핵심은 '구조적 차폐'라는 개념이다. 수소에 강한 표면층이 외부 환경을 먼저 견뎌내면서 안쪽 고강도 조직에는 수소가 아예 닿지 못하도록 막아준다.

별도 코팅이나 보호막을 덧씌우는 방식이 아니라, 금속 내부 미세조직의 배열 순서만 바꿔서 수소의 침투를 줄인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두 조직이 함께 변형되면서 예상치 못한 시너지도 나타났다. 강도와 함께 잘 늘어나는 성질인 연성까지 같이 좋아진 것이다.

실제 실험 결과, 연구팀이 개발한 합금은 일반 열처리 합금보다 항복강도가 약 2.4배 높았다. 그런데도 수소를 주입한 뒤 나타나는 연성 감소 폭은 기존 합금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강도는 훌쩍 뛰었는데, 수소취성이라는 약점은 늘어나지 않은 것이다.

연구가 특별한 이유는 표면 코팅이나 복잡한 후처리 공정 없이도, 미세조직의 배열 순서를 바꾸는 설계만으로 수소취성을 줄일 수 있다는 원리를 처음으로 보여줬다는 점이다.

이 원리는 수소 저장탱크와 배관, 연료전지 등 수소경제 인프라뿐 아니라, 극한 환경에서 쓰이는 고강도 구조재 개발에도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형섭 교수는 "표면 코팅에 의존해 온 기존 수소취화 대응을 넘어 미세조직 자체가 능동적으로 수소를 차폐하는 새로운 설계 원리를 제시한 데 의의가 있다"며 "수소 저장·운송용 차세대 합금 설계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논문 제1저자인 친환경소재학과 박사과정 김래언 씨는 "자연 계층 구조에서 영감을 얻은 역방향 기울기 설계가 강도와 연성 상충 관계는 물론, 수소취성 같은 환경 취화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포항=김규동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특수영상영화제, 'DFX OTT어워즈' 대전의 가을 밤을 빛내다
  2. 둔산1구역, 2차 선도지구 재도전 시동… 주민대표단 구성 승인 신청
  3. 출연연 채용·감사·홍보 행정 통합, 기대와 우려 '동시에'
  4. 74명 사상 안전공업 화재…“안전관리체계 부실이 부른 대형 인재”
  5. [함께 지켜온 물, 대청호의 다음 25년] 권한과 예산 갖춘 '굿거버넌스'로… 대청호 관리 제도화해야
  1. 과학기술 연구 노조-사측 첫 소통워크숍… 출연연 역할 재정립 공감대
  2. 40대부터 재취업 준비… 세종 중장년 일자리 정책 달라진다
  3.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에 추석명절 식료품 키트 후원
  4. KAIST, 석유 대신 대장균으로 '친환경 핫멜트 접착제' 만든다
  5. [2027 수시로 간다] 보건의료 정체성 위에 AI를 입히다…대전보건대의 새로운 100년

헤드라인 뉴스


이 대통령 "행정수도 건설. 최대한 신속하게 완성하겠다"

이 대통령 "행정수도 건설. 최대한 신속하게 완성하겠다"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오랫동안 추진해온 행정수도 건설을 최대한 신속하게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연임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고, 전쟁 개입 또는 관여를 위한 파병도 없으며, 지지율 하락에 대해선 "국민 존중이 부족했다"며 자신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지방선거 이후로 저로서는 갑작스러운 국민의 실망과 걱정에 직면해 당황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이고, 너무 많은 과제 앞에 마음이 바빠 더 많은 이들의 마음..

세종TP 용역 비리의혹 파장… 세종시, 특감 한다
세종TP 용역 비리의혹 파장… 세종시, 특감 한다

<속보>=세종테크노파크(이하 세종TP)의 '자율주행 관제센터 보수·관리 용역' 비리 의혹과 관련, 세종시가 특정 감사에 착수한다. <중도일보 2026년 9월 17일자 4면 보도> 김효숙(어진·나성동) 세종시의회 경제문화위원장이 16일 해당 용역의 특정 업체 특혜 의혹과 불법 하도급 정황, 불필요한 예산 집행 등 의혹을 제기하고, 집행부를 상대로 진상 규명을 요구한 데 따른 조치로 다가온다. 이와 더불어 세종TP도 17일 자체 특정감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내부 자정 시스템을 통해 의혹을 밝히고 이를 바로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

기업 10곳 중 9곳 "올 추석, 나흘 이상 쉰다"
기업 10곳 중 9곳 "올 추석, 나흘 이상 쉰다"

올 추석 연휴 휴무를 실시하는 기업 10곳 중 9곳이 나흘 이상 쉬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상여금을 지급하는 기업은 지난해보다 줄었고, 기업 절반가량은 추석 경기가 나빠졌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7일 발표한 '2026년 추석 휴무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97.0%가 올해 추석 연휴에 휴무를 실시한다고 답했다. 휴무를 실시하는 기업 중 휴무 기간이 '4일'이라는 응답은 76.5%로 가장 많았고, '5일 이상'도 14.2%로 조사돼 나흘 이상 쉬는 기업은 전체의 90.7%에 달했다. 반면 '3일 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사랑의 송편 나눔’…명절 꾸러미 한가득 ‘사랑의 송편 나눔’…명절 꾸러미 한가득

  • 대전 동부소방서, 추석 앞 화재안전 점검 대전 동부소방서, 추석 앞 화재안전 점검

  • ‘대한민국의 情을 보냅니다’ ‘대한민국의 情을 보냅니다’

  • 경영악화로 폐업하는 대전서남부터미널 경영악화로 폐업하는 대전서남부터미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