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도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남에게 덧붙어서 살아가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임시정부 100년 시대 조국의 기생충은 누구인가](저자 홍찬선 & 발간 넥센미디어)는 이런 관점에서 오늘날, 그리고 지난날의 기생충들을 여실히 살펴보고 발굴한 역작이다.
작금 중국 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으로 대한민국 경제는 쑥대밭 형국이다. 현재 세계 각국은 중국인 입국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예외다.
이러한 조치에 대하여 일부 누리꾼들은 "우리가 중국의 조공(朝貢)국가냐?"며 반발하고 있다.
= "유럽은 1697년에 작지만 큰 사건 하나를 겪었다. 그해 호주에서 '블랙스완'(Black Swan) 그러니까 백조는 백조인데 검은색인 백조가 발견됐다. 그때까지 Swan은 모두 하얀색이었기 때문에 백조(순우리말은 고니)로 불리었는데 흑조(黑鳥)가 더해진 것이다.
그때부터 흑조는 '진귀한 것',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나 불가능하다고 인식된 상황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이라는 뜻으로 조류학자 등 일부 사람들이 썼다.
하지만 요즘은 흑조를 뜻하는 '블랙스완'이란 말을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듣고 쓰게 됐다. '블랙스완 신드롬'이라고까지 할 정도다. 흑조가 발견된 지 310년 뒤인 2007년에 나심 탈렙이라는 사람이 (블랙스완)이란 책을 쓰고 나서부터였다.
탈렙은 과거 경험으로 확인할 수 없는 기대 영역 바깥쪽의 관측 값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아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장을 가져오는 것을 '블랙스완'이라고 불렀다.
'블랙스완'은 사전에 예측이 불가능하므로 왜 일어났는지 원인도 알 수 없지만 일단 발생하고 나면 그럴듯한 설명과 '그럴 줄 알았다'는 후견지명(後見之明)이 뒤따른다. 희귀성, 극도의 충격, 예견의 소급적용이 그 특성이다.(P.36~37)" =
저자는 이처럼 '블랙스완'을 거론하면서 모든 게 잘 풀릴 때도 이를 생각하라고 강조한다. 아울러 "블랙스완은 아널드 토인비가 말한 '휴브리스'(Hubris)와 닮은꼴이다"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휴브리스'는 또 무엇일까?
= "휴브리스는 신의 영역까지 침범하려는 정도의 오만을 뜻하는 그리스어로 과거에 성공한 사람이 자신의 능력과 방법을 우상화함으로써 결국 실패하는 오류에 빠지는 것을 가리킨다.
수에즈운하 건설을 성공시킨 페르디낭 레셉스가 파나마운하 건설을 맡아 실패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레셉스는 수에즈운하 때 개미가 침대를 기어 올라와 인부들에게 전염병을 퍼뜨리자 침대 다리를 물주머니에 넣어 해결했다.
파나마운하 때도 전염병이 돌자 똑같은 방법을 택해 전염병을 창궐하게 했다. 파나마지역에서 전염병은 모기가 옮겼는데 수에즈운하 때 성공 경험만 믿고 상황을 악화시킨 것이다.
휴브리스는 험난한 조건을 극복하고 성공을 일궈낸 사람들에게 나타나기 쉽다. 무에서 유를 일군 자수성가형 창업가나 독재에 항거해 민주화를 이룩한 투사 등이 그들이다. 소 판 돈을 갖고 가출해서 현대그룹을 일궈낸 고 정주영 회장이 말년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서 고생한 것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도 휴브리스에 빠져 블랙스완을 만들어 내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중도하차한 뒤 대통령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국민들은 이런 약속에 80%가 넘는 지지율(국정수행 잘한다)로 화답했다. 하지만 2019년 9월에 문 대통령 지지율은 40% 초·중반대로 추락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과 그의 부인 및 딸을 둘러싼 문제들이 기회가 평등하지도, 과정이 공정하지도, 결과가 정의롭지도 않은 모습을 보여준 데 따른 것이다. 반대로 못한다는 의견은 52%로 과반수를 넘어섰다. (P.38~40)" =
주지하듯 문재인 정부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기회는 우리만(누리면 되고), 과정은 편법했고, 결과는 국민우롱"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조국에겐 여전히 마치 빚이라도 진 것처럼 미안해하고, 비리 투성이였음에도 막무가내로 장관에 임명하여 국민적 반감의 부메랑을 자초했다.
그도 부족했던가… 구속된 그의 부인을 의식했음인지 검찰을 압박하고, 청와대 비서는 조국 부인 입장을 페이스 북에 올렸으며, 교육부는 대입정책까지 뜯어고쳤다. 사람은 신이 아니다. 따라서 실수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자신의 실책을 인지하였다면 응당 부형청죄(負荊請罪)를 하는 게 사람의 도리다. 참고로 '부형청죄'는 '가시나무를 등에 지고 때려 달라고 죄를 청한다'라는 뜻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처벌해줄 것을 자청한다는 말이다.
《사기》의 〈염파인상여열전(廉頗藺相如列傳)〉에서 유래되었다. 이 책의 P.205에도 등장한다. 이 책은 저자의 빼어난 관록과 수려한 필력답게 지난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에도 충실하고 있다.
예컨대 <백성보다 나를 더 중시했던 선조와 김일성>(P.251~252), <한원채의 노예공화국과 한봉희의 100년 한의원>이 바로 그것이다. 참고로 [노예공화국 북조선 탈출]에 대한 서평은 내가 작년에 이미 언론에 기고한 바 있다.
홍찬선 저자는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언론사 기자와 일본 中央大 기업연구소 객원연구원, 중국 청화대 경제관리학원 고급금융연수과정 수료 등을 거쳤다. 저서 『미국의 금융지배전략과 주식자본주의』, 『패치워크 인문학』. 역서 『비즈니스 경제학』, 『철학이 있는 부자』 등이 있으며, 시집 『틈』, 『결』, 『길 - 대한제국 鎭魂曲』(2018), 『삶 - DMZ 解寃歌』(2019), 『얼 - 3.1정신 魂讚頌』(2019) 등을 발표하는 등 왕성한 작가와 강사의 길을 매진하고 있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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