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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총리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정부 핵심 부처 대다수가 세종시에 자리 잡은 상황에서 중기부 업무만 대전에 남아 있다면, 정책 유관 부처 간 원활한 협력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기부가 세종시로 이전하면 기상청 등 수도권의 청 단위 기관이 이전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행안부와 국토부 등 관계부처는 중기부 이전 확정 시 국토 균형발전을 고려한 효율적인 청사 재배치 방안을 신속하게 국무회의에 보고하라"고 주문했다.
정 총리의 이날 발언은 사실상 중기부가 세종시로 옮겨야 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을 대신한 것으로 받아들여 진다.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가 국가 중대사를 논의하는 국무회의 자리에서 발언으로 무게감이 다른 데다 공청회가 끝난 이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사안이 보고되기 직전에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날 입장 발표가 청와대와 사전교감에서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정 총리의 발언이 이미 예견 수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1월 25일 당시 정 총리는 허태정 대전시장과의 만남에서 "대전시민의 마음과 시장의 의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이달 16일 행안부 현장공청회 전날 지역 6명 의원들과 허 시장이 방문한 자리에선 "대전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종합대책을 마련해 연내에 공식화하겠다"고 했다. 발언의 수위를 보면 점차 이전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국정 2인자인 정 총리 발언을 통해 기상청 등 수도권 청 단위를 언급한 것도 계산된 발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 총리의 발언에 대전 여야는 비상이 걸렸다. 지역 의원들은 중기부가 행안부에 세종이전 의향서를 제출한 이후 정 총리와 이낙연 당대표, 박병석 국회의장 등을 차례로 만나며 중기부 이전 반대 입장을 수차례 요구해왔고 국가균형발전을 역행하는 일이라며 행안부 앞에서 무기한 천막 농성을 벌이며 정부와 각을 세워왔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부는 세종, 청은 대전'이라는 정부의 강공 일변도 행보에 대전 여야가 맥을 못 추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대전 여야와 대전시가가 이제는 중기부 세종 이전에 따른 출구전략을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중기부 세종행에 대한 정부 의지가 확고한 만큼 차선책이나마 대전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궁리하자는 것이다.
현재 수도권에 소재한 청 단위 기관은 기상청과 경찰청, 대검찰청, 방위사업청 등이다. 기상청과 방위사업청은 지역 이전 필요성이 지속해서 제기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기부 이전 최종 사인이 나기 전 중기부를 대체할 기관을 모색해 판로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민주당 황운하(중구) 의원은 "청와대 국민청원도 20만을 넘지 못하고, 전자공청회도 반대보다 찬성이 더 많은 것을 봤을 때 정 총리가 대전시민의 반대 의사가 강력하지 못하다고 판단한 것이 아닌가 싶다"며 "정치권은 정부의 이전 의사가 강력하다면 중기부를 대신할 수 있는 기관을 모색하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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