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영석 대표에게 들은 교육은 이랬다. 월급이 얼마이며 쉬는 날은 언제냐고 물으면 똥개 마인드이고 과일 고르는 법을 언제 배울 수 있는지를 물으면 진돗개 마인드라는 식이었다. 가맹점주에게 “넌 똥개야 진돗개야?” 묻고서 “진돗개”라고 답하면 프랜차이즈 대표가 뺨을 때린다는 SBS 8시 뉴스 보도 내용이 아니라면 고정관념 깨기 역할극쯤으로 이해했을 것이다. 개로 사람을 나누는 이분법이 꺼림칙하지만 무슨 펀(fun) 경영전략으로 통 크게 봐줄 여지도 있었다.
▲ 최충식 논설실장 |
그러니 이만하면 가맹점주나 단골고객 이상으로 배신당한 기분이 들어도 될 '권리'가 있다. 총각네 야채가게 홈페이지에는 “더 강한 조직을 만들고 열정을 불러일으키고자 했던 과거의 언행들이 누군가에는 큰 상처가 될 줄은 미처 헤아려주지 못했다”는 사죄문이 실려 있다. 창업 롤모델에서 갑질 기업인이 되는 건 순간이다. 세상인심은 냉혹하다.
지난 세월처럼 기업 전략 분석, 성공 요인 분석에서 소비자 행동론에 근거한 마케팅 등의 연구 대상으로서도 수명을 다했다. 나 스스로 분류한, 평판이 다른 평판을 키우는 확산효과, 평판의 판매에 성공한 사례에서도 제외시킬 것이다. 사실, 평판을 사들이는 유력한 방법이 프랜차이즈 가맹이다. 의욕 넘치는 총각들이 1968년생, 쉰 살 원조 총각의 간판을 달고자 했던 것도 이런 이유였다.
그러나 본사 직원 위주로 가맹점 점주를 뽑는 형태는 봉건적인 주종관계로 흐를 맹점으로 작용했다. 총각네는 분노1+사과1=분노0으로 덮긴 힘들고, 오너리스크를 치를 것 같다. 미스터피자, BBQ 등 갑질 행진에 뒤따라 분노를 더 키웠다. 사람을 키우고 존중하는 거상(巨商) 이미지도 전형적인 꼰대 이미지로 갈아엎어졌다.
한번 이러한 갑질 프레임에 갇히면 못 빠져나온다. 갑질 뺨치는 교묘한 을들의 역갑질은 웬만해선 이슈가 되지 않는다. 갑의 횡포인 하도급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사업자의 79%가 중견·중소사업자들이다. 수평적·나열적 갑을관계를 한참 벗어나면서 갑질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수도 있다. 이영석 대표도 “다른 기업들의 갑질 논란이 결국 남 얘기인 줄 알았던 저의 오만함이 불러온 결과”라고 한탄했다. 총각네를 키워온 동력이 그러했듯 우리는 평판 의존성이 강하다.
그 영향인지 한국 프랜차이즈 시장 규모는 세계 최고다.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한다. 갑질이 움틀 토양은 상대적으로 풍부하다. 문재인 정부가 여기에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벼르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는 프랜차이즈 옴부즈맨 등 가맹본부 갑질 대책을 내놓았다. 중세의 프랑스 영주가 부여하던 상업 활동의 자유가 프랑쉬즈(franchise)였다. 그것이 기업 경영에 건너와 프랜차이즈가 된다. 그러고 보면, 억지로 똥개가 되는 가맹점주들의 자유를 찾아주려고 칼을 빼든 것인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상생 의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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