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톡] 인도로 가는 길 ( A Passage to In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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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톡] 인도로 가는 길 ( A Passage to India)

도완석교수의 행복한 영화이야기-35

  • 승인 2017-09-2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인도
데이비드 린 감독은 영화<밀회>(1945)<올리버 트위스트>(1948), <콰이강의 다리>(1957),<아라비아의 로렌스>(1962),<예수의 생애>(1965), <닥터 지바고>(1965),<라이언의 딸>(영국, 1970) 등 약 50여편의 명화작품들만을 만든 20세기 영화 명장으로 불리우는 감독으로서 오늘 소개하는 영화<인도로 가는 길>도 1984 년에 그가 만든 작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아카데미라고 하는 오스카상을 단 한번도 수상해본 적이 없는데 반해 데이비드 린은 그 혼자서 무려 30여개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뿐만 아니라 영화탄생 이후 최고의 명화라고 불리우는 작품 100선에서 그가 만든 작품들이 무려 네 편이나 실려 있다. 데이비드 린 감독은 1908년 영국 태생으로 19세 때 부터 스튜디오 잡역부로 영화계에 입문하여 30년대에는 꽤 촉망받는 편집기사로 명성을 얻었는데 드디어 1942년도에 전쟁영화 <우리가 복무하는 곳>이라는 작품으로 감독에 데뷔를 하였다.

그 이후 <밀회 ><위대한 유산><올리버 트위스트>등의 영화를 만들어 내면서 할리우드의 존 포드,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와 함께 영화의 고전적 미학의 깊이를 증명한 존경할 만한 장인이자 영국문학의 위대한 유산을 영화로 옮기는 교양주의자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이 후 그는 계속해서 <아라비아의 로렌스>,<콰이강의 다리>,<닥터 지바고> 등 대작영화를 만들어 내면서 세계가 인정하는 1940년, 50년대를 대표하는 고전영화의 거장이 되었던 것이다.

영화<인도로 가는 길>이라는 작품은 그의 나이 77세로 고령의 나이에 찍은 영화인데 역시 그의 영화는 섬세할 정도로 정교했고 또 박력있는 화면으로서 영화가 영광스러웠던 시대, 스크린으로 보는 영화의 감동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작품으로서 인류에게 위대한 유산으로 남겨놓은 작품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하여 정확히 7년 뒤 1991년 4월 16일에 84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마지막 작품인 이 <인도로 가는 길>은 인생의 황혼기에 선 노장 데이비드 린에게 있어서 영화에 대한 그의 철학을 무엇인가를 알 수 있게 한 영화이기도 하다. 이 대서사시와도 같은 영화 <인도로 가는 길>은 에드워드 모건 포트너(1879-1970)의 소설 3부작을 린 자신이 각색하여 만든 작품이다. 하지만 원작에 대한 약간 다른 차원에서의 해석을 가지고 감독 데이비드 린은 영화의 각 장면을 통해 인도문화와 영국의 선진문화라는 동서양의 이질문화의 어쩔 수 없는 차이와 식민지 관리들의 비인간적인 관료적 관습에 따른 자세에 대한 비판, 그리고 식민지 인도에서 비교적 상류층이라고 하는 지식인들의 생활방식과 통치국으로서 영국에 대한 인도인들의 저항의식 등을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인도문화의 경이로움과 사랑의 의미, 또한 예의바르고 신사적인 영국식 가변적인 관용, 이민족 간의 우정 등 1920년대 인도의 식민지 배경들을 보여주었다.

또한 이 영화는 영국의 한 지식인의 눈을 통해 본 식민지 통치에 대한 비판의식도 있지만 어찌보면 백인들의 인본주의적 우월의식이 저변에 깔려있기도 하다. 그런 계산 속에서 연출자는 그의 다른 작품에 비하여 비교적 잔잔하게 그려나갔다. 때론 지루할 수도 있으나 감정의 절제와 균형이란 점에서 지식인들에게 설득력을 높이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법정 장면은 이 영화에서 정점을 이룬다.

인도1
작품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1차대전 직후 인도에서 치안판사로 일하고 있는 약혼자 로니 헤스로프(나이젤 하버즈 분)를 만나기 위해 아델라 퀘스티드(주디 데이비스 분)는 시어머니가 될 모어 여사(페기 애쉬크로프트 분)와 함께 인도를 향해 떠난다. 그리고 인도에 도착한 두여인은 이어 폼페이역에서 기차를 타고 출발을 해서 마지막 종착지인 찬드라보아 역에 도착을 한다. 그리고 이 역으로 마중을 나온 로니의 마중을 받고 곧 영국인 전용 관저에 짐을 푼다. 처음에 아델라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인도의 문화와 전통에 매료를 느꼈다. 그러나 모어부인은 그렇지가 않았다. 너무나 판에 박힌듯한 인도 생활에 염증을 느낀 모어 부인은 우연히 인도인 의사 아지즈(빅토르 바네르지 분)를 만나게 된다. 이 일로 말미암아 아델라 또한 그녀를 통해 아지즈를 소개받게 되고 그들은 인도인들과 가까워진다.

그러던 어느날 인도인 의사 아지즈는 그들에게 인도의 유명한 유적지인 마라바 동굴의 여행을 제의하고, 인도인들과 가깝게 지내는 필딩 교수와 무어 부인, 아델라, 그리고 인도인 가드볼리 교수 등 모두 함께 유적지 마라바 동굴을 향해 떠난다. 하지만 여행 출발 당일, 가드볼리와 필딩교수가 늦어지는 바람에 무어 부인과 아델라, 아지즈 만이 기차를 탄다. 이날 따라 아델라는 많은 인도인들 사이에서 색다른 동양의 문화를 더욱 느끼게 된다.

그리고 아지즈에 의지해 산에 오르던 아델라는 무더운 날씨와 그 산의 음습한 동굴이 주는 은밀함 속에서 가슴 속에 꿈틀거리던 젊은 욕망에 휩싸이게 된다. 그리고 동굴 속의 신비스러운 메아리에 도취된 그녀는 아즈지가 자신을 능욕하려 한다는 착란을 일으킨다. 여행에서 돌아 온 후 아델라는 자신의 정신적 착각을 실제로 믿고 아지즈를 강간혐의로 고소를 한다. 이 후 이 사건은 인도 전체의 인종 차별문제로 확산이 되고 식민지 인도와 통치국인 영국이라는 국가 간의 관계 속에서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된다. 그러나 결국 아델라의 법정 증언으로 아지스는 무죄 판결을 받고 석방이 되고 아델라는 이 과정에서 인종차별주의자로 확인된 약혼자 로니에게서 실망감을 느끼고 결혼을 거부한다. 그리고 인류의 평등사상, 박애주의자로서 아델라는 노란 유채꽃이 핀 들판, 눈 덮인 히말라야의 풍경 등 그림처럼 아름답게 펼쳐진 풍경 속에서 마치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뛰논다.

이 장면에서 데이비드 린 감독은 자칫 지루하고 딱딱해질 내용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우리 관객들 마음을 사로잡히게 한다. 보트 타는 장면, 시장 풍경, 꽃 목걸이 등 아델라의 자유로운 질주를 아름다운 영상으로 처리하면서 낭만적이고 리얼리즘의 따뜻한 감성을 일으키게 한다.

이 작품은 1984년부터 1986년까지 미국, 영국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을 비롯하여 골든 글로브, LA비평가 협회 등에서 감독상, 작품상, 음악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이 영화는 물론 데이비드 린의 연출력의 우수성을 말할 수도 있겠지만 주디 데이비스, 빅터 바네지, 페기 애쉬크로포드, 제임스 폭스, 알렉 기네스 등 여러명의 명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력 또한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영화 속에서 아델라로 분한 주디 데이비스는 호주출신의 배우로서 1955년생이다. 그녀는 1992년 뉴욕비평가협회상 여우조연상과 2002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를 받은 호주의 대표적인 여배우이다. 시드니 국립극예술연구소 출신인 그녀는 학창시절 '맬 깁슨'과 함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주연을 맡기도 했다. 또한 로니의 어머니 '모어 여사'역으로 분한 명우 페기 애쉬크로프트와 함께 한 알렉 기네스는 영국의 배우. 로런스 올리비에, 존 길거드 등과 함께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영국을 대표하는 배우이다. 이들은 모두 셰익스피어 연극으로부터 출발하여 할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안착 그리고 셋 다 기사작위를 받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알렉 기네스는 데이비드 린 감독의 작품에는 언제나 출연할 정도로 그에게 인정을 받았고 드디어 <콰이강의 다리>로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을 받은 배우가 되었다. 그리고 인도인 의사 이지즈 역으로 나온 빅터 바네지는 1946년생으로 인도 웨스트 벵골 캘커타 출신이다. 영화<랜드 오브 더 갓즈 ><언프리덤><델리의 하루><알라딘><가문의 법칙> 등 주로 인도가 아닌 할리웃에서 활동했던 배우이다. 영화<인도로 가는 길>은 앞서 기술한 바처럼 데이비드 린 감독의 마지막 작품으로서 명장의 손길을 거쳐 만들어진 명화이다.

동서양의 문명 속에 나타난 문화적 갈등과 충격, 그리고 지배와 피지배라는 갈등 속에 나타난 인간의 실존적 리얼리티 그런가 하면 인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색채를 고스란히 보여준 감독의 인생철학이 고스란히 녹아스며든 영화라고 할 수가 있다. 그리고 배우들의 명품연기 또한 잊혀지지 않는 영화이다.

도완석 영화칼럼니스트/ 한남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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