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지식 팔이와 구화지문(口禍之門)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지식 팔이와 구화지문(口禍之門)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9-08-30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능력향상을 위한 수련에 필요한 하나가 피드백이나 모니터링이다. 성찰을 통하여 반듯해질 수 있다. 일의 잘잘못은 따질 수 있다. 아니 반드시 논해야 한다. 그러나 인격 모독이나 비하가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지식인이나 교육자가 그러는 것은, 우리 사회 미래를 암울하게 한다. 낙망의 구렁으로 떨어트린다.

좋은 엄마처럼 화내지 않고 상처 주지 않는 말만 골라서 할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보다 밝은 사회, 바람직하고 고운 세상을 위해 서로 삼가고 노력하는 것은 공덕을 쌓는 일 아니겠는가? 두터운 신망이 어찌 잘못이 될 수 있으랴? 너무도 많이 알려진 풍도(馮道, 881 ~ 954, 중국 유학자, 재상)의 시를 경계鏡戒삼아 다시 한번 살펴보자.



"입은 화의 문이요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다. 입 다물고 혀를 깊이 감추면 어느 곳에서나 편안하다.(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 閉口深藏舌 安身處處牢)"

물고기가 입을 벌리지 않으면 낚시에 걸릴 일은 없을 것이다. 어느 것이 선인지 판단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풍도는 5개 나라에서 10명 이상의 왕 아래 재상을 지냈다. 말을 조심한 탓이리라. 충을 주요 덕목으로 생각하던 유교 사회에선 충절이 없다, 절의가 없다,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나라가 멸하고 임금이 망하면 또 다른 임금 섬기기를, 마치 여관집에서 지나가는 길손 보듯 한다."고 비판하는 내용이 다수 눈에 띈다.



사언행일치(思言行一致)가 되지 않을 때도 부덕이 되고 신망이 없게 된다. 바른 마음에서 올바른 말과 행동이 나온다. 바른 마음은 바른 정보와 생각이 자기화된 것이다. 알고 있다고 마음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 체득화 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세상에 몰라서 못사는 사람은 없다.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거나 게으름 때문이다.

시골 어느 가문에 어렵사리 탄생한 박사가 있었다. 집안 대소사에 모두 관여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다. 잘 모르거나 중대한 결정사항이 있으면 그에게 묻는다. 필자가 정보사업 할 때 필자에게서 컴퓨터를 사 갔다. 그의 친인척 대부분 필자에게서 컴퓨터를 구입해 갔다. 그는 전자공학 전공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모두 신뢰하고 그의 말을 따랐다. 필자로선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많은 친인척을 접하다 보니 의문이 들었다. 왜 모든 것을 그에게 의지할까? 자기 분야를 잘 안다고 세상만사 모두 소상하게 아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스스로 신뢰를 쌓은 탓도 있겠으나 주위 사람에게 그의 말은 법이요, 진리였다. 아마도 천방지축으로 나서기를 좋아했다거나 신망을 잃었다면 그리하지 않았을 것이다.

후진사회는 알면 아는 만큼 사기가 성행하는 사회이다. 사기는 속임수를 말하기도 하지만, 신뢰에 대한 배반이다. 지식의 크기만큼 고등사기를 치거나 큰 사기를 친다. 고상한 거짓은 진실로 들리기 때문이다. 위법이나 탈법이 문제가 아니다.

정치인의 막말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 막말로 공천받지 못하거나 낙선한 경우도 많이 보았다. 잠시 후 다시 나타나지만 말이다. 어떤 사안을 침소봉대(針小棒大) 하거나, 있지도 않은 사실을 합리적 의심이란 핑계로 왜곡시키거나 허위사실을 만들어 유포한다. 악의적 선전선동을 일삼는다. 국가 위상에 걸맞지 않은 작금의 행태를 보면 낙심하지 않을 수 없다.

장관 후보자가 사회적 논쟁거리로 부상하여 세상이 떠들썩하다. 비판이 지나치다는 사람도 있다. 지지자나 본인은 탈법 행위가 없었다고 항변한다. 그의 행위가 탈법이나 위법이 아니면 다른 사람이 한 행태도 다르지 않다. 그러함에도 그리 가혹한 말을 남발한 것은 왜일까?

트위터 계정이 있으면 트위터를 조회하면 된다. 없더라도 포털사이트에서 '조국 트윗'을 조회하면 수천 건이 표시된다. 그의 어록이 이미지화되어 사이버상에 올라와 있다. 세상일에 간섭하지 않은 것이 없어 보인다. 말과 처신이 완전 반대이다. 어찌 이리 이중적일까? 가히 병적이다.

말의 전후에 반드시 잘못된 행동을 수반하는 것도 이유가 궁금하다. 알면서 그리 한 것일까? 한 번 시험해 본 것일까? 위장 전입을 비난하면 본인이 위장 전입을 했고, 투기를 나무라면 투기가 있다. 논문표절을 질타하면 거기에 표절이나 오용이 있다. 금수저가 사회 근원적 문제라며, 자기 자녀들에겐 금수저를 들려주려 부단히 노력한다. 뻔뻔함을 나무라면 어김없이 그곳에 뻔뻔함이 있다. 비난과 폭언 모두 자기 자신의 허물과 과실을 예리하게 지적한 것이다. 참으로 놀랍기만 하다.

입으로 짓는 허물을 구업(口業)이라고도 한다. 좋은 세상 '흑흑업(黑黑業)'은 쌓지 말자. 말은 물과 같아서 주워 담을 수 없다. 용기의 말, 축복의 말, 긍정의 말로 고운 세상 만들며 더불어 살자.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부시, ‘행복로 통큰세일·빛 축제’로 상권 활력과 연말 분위기 더해
  2. '2026 대전 0시 축제' 글로벌 위한 청사진 마련
  3. 대성여고 제과직종 문주희 학생, '기특한 명장' 선정
  4. 서산 대산단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기존 전기료比 6~10%↓
  5. 세종시 반곡동 상권 기지개...상인회 공식 출범
  1.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2. 세밑 한파 기승
  3. 셀트리온 산업단지계획 최종 승인… 충남도, 농생명·바이오산업 거점지로 도약
  4. 충남대 올해 114억 원 발전기금 모금…전국 거점국립大에서 '최다'
  5. 세종교육청 '학생생활교육지원센터' 활짝

헤드라인 뉴스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에 충청 3선 조승래 의원 거론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에 충청 3선 조승래 의원 거론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30일 각종 비위 의혹으로 자진 사퇴한 가운데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 중 충청 출신이 거론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인공은 현재 당 사무총장인 3선 조승래 의원(대전유성갑)으로 그가 원내사령탑에 오르면 여당 당 대표와 원내대표 투톱이 모두 충청 출신으로 채워지게 된다. 민주당은 김 전 원내대표의 후임 선출을 위한 보궐선거를 다음 달 11일 실시한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 보선을 1월 11일 실시되는 최고위원 보궐선거 날짜와 맞추기로..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대전 고속버스터미널` 상권…주말 매출만 9000만원 웃돌아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대전 고속버스터미널' 상권…주말 매출만 9000만원 웃돌아

대전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회식 상권은 '노다지'로 불린다. 직장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는 만큼 상권에 진입하기 전 대상 고객은 몇 명인지, 인근 업종은 어떨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레드오션인 자영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 365'를 통해 대전 주요 회식 상권을 분석했다. 30일 소상공인365에 따르면 해당 빅데이터가 선정한 대전 회식 상권 중 핫플레이스는 대전고속버스터미널 인근이다. 회식 핫플레이스 상권이란 30~50대 직장인의 구..

충북의 `오송 돔구장` 협업 제안… 세종시는 `글쎄`
충북의 '오송 돔구장' 협업 제안… 세종시는 '글쎄'

서울 고척 돔구장 유형의 인프라가 세종시에도 들어설지 주목된다. 돔구장은 사계절 야구와 공연 등으로 전천후 활용이 가능한 문화체육시설로 통하고, 고척 돔구장은 지난 2015년 첫 선을 보였다. 돔구장 필요성은 이미 지난 2020년 전·후 시민사회에서 제기됐으나, 행복청과 세종시, 지역 정치권은 이 카드를 수용하지 못했다. 과거형 종합운동장 콘셉트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충청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유치에 고무된 나머지 미래를 내다보지 않으면서다. 결국 기존 종합운동장 구상안은 사업자 유찰로 무산된 채 하세월을 보내고 있다. 행복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 세밑 한파 기승 세밑 한파 기승

  •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