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재난, 사생활 보호와 의료노동자 인권

  • 사회/교육
  • 사건/사고

[목요광장] 재난, 사생활 보호와 의료노동자 인권

국가인권위원회 문은현 서기관

  • 승인 2020-02-26 08:43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문은현
국가인권위원회 문은현 서기관
최근 넷플릭스 인기콘텐츠에 전염병, 바이러스를 다룬 영화로 '감기'가 올라와 있다. 영화 '감기'는 플루(flu, 독감) 발생을 선상의 컨테이너로 설정하고, 플루가 물류 공간을 가로지르며 전 지구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위험임을 잘 형상화하고 있다.

또 '감기'는 플루 감염자를 식별하기 위해 한군데에 많은 사람을 몰아넣고 격리하는 비인간적이고 불합리한 수용소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람들을 고압적으로 대하고 아직 감염 여부를 알지 못함에도 병균 취급을 한다. 전염 확산의 이유가 전염병에 대한 사회적 대응에 따라 확산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감기'는 현재 유행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하기 7년 전에 상영했지만, 코로나19 공포를 예견한다. 감독은 사전에 전염병에 대한 고증에 오랜 시간을 들였고 이를 통해 바이러스 재난에서 반복되는 특성을 연출했다고 한다.

코로나 19의 지역사회 전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공포가 세상을 뒤덮고 있다. 하지만 한번 고민해 볼 것은 바이러스 자체의 감염력보다 영화 '감기'의 경우처럼 바이러스와 질병을 둘러싼 공포와 혐오가 질병의 더 큰 원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코로나19가 지역사회로 빠르게 확산함에 따라 보건당국은 확진 환자의 동선 정보를 상세히 공개하며 접촉자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동선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개인정보나 확진자 신상이 적힌 공문서 등이 유출돼 온라인으로 급속히 퍼지는 사례가 잇따라 사생활 침해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감염으로 인한 혐오와 낙인의 두려움 없이 자신의 감염 여부를 안전하게 검사할 수 있는 상황, 질병과 관련한 충분한 정보가 모든 공동체에 전달되는 상황, 필요한 경우 감염인이 자신의 감염을 밝히고 적절한 전염 예방 조치를 할 수 있는 상황이어야만 지금 시점에서 질병과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

감염인과 감염의심자의 권리 보장만 중요한 건 아니다.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는 관계기관 특히 의료계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료노동자들의 위험과 노동 인권의 문제다. 빠듯한 인력난에 코로나19 재난이 더해지면서 의료 노동자들은 이중 위험에 노출된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 유행과 의료인의 책임과 역할, 권리'라는 제목으로, 일선에서 치료에 나서고 있는 의료노동자들에게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여기에는 위기 상황에서도 의료진의 노동시간이 과도하지 않도록 쉬는 시간을 확보하고, 필요한 경우 정신과적 상담을 제공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현재 대구에서는 의료진들이 3교대로 하루 평균 8시간씩 이상 근무를 하고 있고, 중국에서는 코로나19 치료 중 감염과 과로로 사망한 의료진 소식이 계속 들려오고 있다.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뿐 아니라 병원 내 근무하는 모든 일반 노동자의 감염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병원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는 감염과 관련해 충분한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이와 관련한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사태가 언젠가는 끝날 것이다. 불필요한 개인 정보 공개에 대한 사회적 이익을 철저히 따져보고, 감염자들의 사생활과 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충분한 정보 없이 경험하지 못한 질병에 대처하는 의료진들이라고 왜 두렵지 않았을까.

'비상 상황'이라는 이유로 노동자 안전도 보장되지 않은 채 위험의 한복판에 투입되는 현실, 위험으로 겪게 될 신체적·정신적 문제에 대해서는 보호나 보상이 터무니없는 현실에서 영화 주인공 같은 직업정신의 발휘를 기대해 본다.
국가인권위원회 문은현 서기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내방] 구연희 세종시교육청 부교육감
  2.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026년 장애예술 활성화 지원사업 공모 접수 시작
  3.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4. 재난위기가정 새출발… 희망브리지 전남 고흥에 첫 '세이프티하우스' 완공
  5. 수능 앞 간절한 기도
  1. [한 장, 두 장 그리고 성장] 책을 읽으며 사람을 잇고 미래를 열다
  2. 고물가에 대전권 대학 학식 가격도 인상 움직임…학생 식비부담 커질라
  3. 대전 2026학년도 수능 응시자 1만 6131명… 교육청 "수험생 유의사항 필독해야"
  4.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5. 충남 청년농 전용 '임대형 스마트팜' 첫 오픈… "돈 되는 농업·농촌으로 구조 바꿀 것"

헤드라인 뉴스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에서도 태평양전쟁을 겪은 세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80년이 지났고, 전쟁의 참상과 평화를 교육할 수 있는 수단은 이제 전쟁유적뿐이죠. 그래서 보문산 지하호가 일본군 총사령부의 것이었는지 규명하는 게 중요합니다."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후쿠오카 시즈야(48) 서울지국장은 5일 대전 중구 보문산에 있는 동굴형 수족관 대전아쿠아리움을 찾아왔다. 그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올해만 벌써 두 번째로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의 종결을 앞두고 용산에 있던 일본군 총사령부를 대전에 있는 공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지하호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올해 고1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첫 학기를 경험한 응답자 중 10명 중 8명 이상이 '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학생들은 진로 탐색보다 대학입시 유불리를 기준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로학원은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고1 학생과 학부모 47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5.5%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6일 밝혔다. 반면 '만족한다'는 응답은 4.3%, '매우 만족한다'는..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이 개장 한 달여 만에 누적 방문객 22만 명을 돌파하며 지역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6일 대전시에 따르면 갑천생태호수공원은 9월 말 임시 개장 이후 하루 평균 7000명, 주말에는 최대 2만 명까지 방문하는 추세다. 전체 방문객 중 약 70%가 가족·연인 단위 방문객으로, 주말 나들이, 산책과 사진 촬영, 야간경관 감상의 목적으로 공원을 찾았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에는 10일간 12만 명이 방문해 주차장 만차와 진입로 혼잡이 이어졌으며, 연휴 마지막 날에는 1km 이상 차량 정체가 발생할 정도로 시민들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 수능 앞 간절한 기도 수능 앞 간절한 기도

  •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