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현역 기자인 저자 윤희일 씨가 치매 환자의 삶과 고통을 본격적으로 다룬 장편소설 <코스모스를 죽였다>를 펴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윤희일 저자는 고령화 사회인 일본에서의 특파원 시절 치매 환자들의 사례들을 장기간 수집하고 분석 연구한 끝에 이를 픽션으로 재탄생시켰다.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아내와 그런 아내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남편의 이야기를 소박하고 간결한 문체에 담았다. 개인적인 비극이 어떻게 사회적인 문제로 부상하는지를 특별한 장치 없이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는 이 소설은 모든 것이 잊혀져도 서로에 대한 사랑만은 영원한, 가슴 뜨거워지는 작품이다.
점점 심해지는 치매 증세로 고통받고 있는 아내와 그런 아내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남편에 관한 이야기는 교환일기 형식을 빌려서 내밀한 감정을 전달하는 형식이 돋보인다.
치매에 관한 기사나 논픽션은 많지만 그들의 실제 삶과 감정에 대해 이토록 섬세하게 다룬 글은 드물다. 이는 아마도 소설만이 감당할 수 있는 분야일 것이다.
간결한 문체, 꾸밈없는 감정 묘사가 돋보이는 이 소설은, 비극적인 운명에 맞서 싸우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치닫게 된 부부의 절망과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서로에 대한 간절한 사랑을 담담하게 그려내 독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글은 속도감 있게 읽히지만 그 여운은 길고 아프다.
치매로 인한 경제적 비용과 시간 부담,감정적 혼란은 그 어떤 병이 주는 고통보다 장기적이고 치명적이다.
소설은 병이 치유되는 기적을 만들어내지는 않지만 사랑과 헌신이 주는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힘을 보여준다.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내재해 있는 그 순수한 감정과 진정성이 서서히 회복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지극히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인 발언을 담고 있는 이 소설은 치매에 관한 한 이제 우리는 출발점에 서 있을 뿐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다.
저자는 경향신문에서 30년 동안 기자생활을 하는 동안 사회부·경제부·국제부 기자, 도쿄특파원 등으로 취재활동을 하면서 '간병살인', '자살' 등 죽음에 관한 글을 썼다. 20여 년 전부터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고, 사단법인 국제교류문화원의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일본 등 외국과의 국제교류 활동에 힘을 쏟아왔다.
주요 저서로는 『서남표 리더십과 카이스트 이노베이션』, 『디지털 시대의 일본 방송』, 『일본 NHK-TV 이렇게 즐겨라』 등이 있다. 한국 사회의 자살 문제를 다룬 책 『십년 후에 죽기로 결심한 아빠에게』는 중국, 대만 등 해외에서 번역 · 출판됐다. 2016년 『아빠 우리는 영원히 헤어지지 않아』라는 제목으로 중국에서 출판된 책은 그해 중국의 교사와 전문가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책 100권'에 선정됐다. 노동·인권 등의 문제를 다룬 기사로 한국기자상, 가톨릭매스컴상, 인권보도상, 이달의 기자상 등을 수상했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