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싱어게인 ‘30호’ 그리고 배재대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싱어게인 ‘30호’ 그리고 배재대

김선재 배재대 총장

  • 승인 2021-01-19 14:58
  • 신문게재 2021-01-20 18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김선재 배재대 총장
김선재 배재대 총장
매주 월요일 밤 jtbc '싱어게인 무명가수전'을 즐겨보게 됐다. 응원하는 가수가 생겼다. 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30호'의 열렬한 팬이다. 그의 연주에 박수를 치고 그의 노래에 환호를 보내고 있다. 매주 밤마다 반복되는 이 현상을 남들이 보면 '대학 총장이 체신이 없다'고 손가락질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가 튕기는 기타 줄에 흥이 나고 좌중을 사로잡는 무대가 매력적인 건 부정할 수 없으리라.

예순이 넘은 필자가 '팬덤(fandom)'에 빠진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탐나는 그의 재능이다. 그는 첫 등장 무대에서 '나는 배 아픈 가수다'라면서 실력 있고 잘 되는 사람이 있으면 배 아파한다고 했다. 실력 없는 사람이 잘 될 때 심사가 뒤틀릴 텐데 참 희한하다. 심사위원들을 패배자로 만들어버리겠다는 당돌한 말에 '30호'의 무대를 지켜본 심사위원들은 하나같이 갈채를 보했다. 무대에 기타하나 들고 오른 청년은 마치 심사위원과 밀고 당기기를 하듯 노래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긴장한 듯 소리를 지르며 목을 풀더니 '이번 무대에서 모든 걸 다 보여줬다'는 당돌함도 보였다. 한 번 오르기 힘든 무대에 모든 것을 쏟아 최선을 다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름을 물어본 심사위원들에게 '30호'라는 호명을 알려준 위트도 돋보였다. 본인이 '찐(진짜) 무명조'에 있고 탈락하지 않았으니 이름을 알려줄 이유는 만무하다. 내재된 스타성이 발휘된 1초였다고 생각한다. 괄목할 만한 가수가 등장했다는 영상을 전해 받고 그의 팬이 되기로 했다. 그의 진짜 재능은 흡인력 높은 스타성이다.

그의 또 다른 재능은 재해석이다. '30호'는 이미 많은 노래를 발표했다고 한다. 그런데 싱어게인에선 본인 노래가 있으면서도 귀에 익숙한 노래를 전혀 다르게 불러내고 있다. 무대를 거듭할수록 199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 시기는 우리나라 대중문화 부흥기였다. '문화대통령'으로 불린 가수 서태지가 등장했고 촌철살인을 날리던 '마왕' 신해철도 이 시기에 활발했다. 필자도 같은 시기에 학생들과 가장 많은 소통을 해 대중가요가 익숙하다. 세기말이 다가오던 때에 짙은 감성을 호소하듯 노래한 음악이 귀에 맴돈다. 1989년생이라는 '30호'는 이런 감성을 뛰어넘은 듯 했다. 가수 박진영과 신해철의 노래를 전혀 다른 노래로 불렀다. 흔히 필자 세대에게 기타를 멘 가수는 포크송을 부른다고 착각하기 쉽다. 재즈 감성을 더한 음악은 상상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재해석의 귀재가 바로 '30호'다.



예측을 뛰어넘은 재능은 항상 극찬을 받는다. 필자에게 '30호'가 그런 가수가 됐다. 어떤 때는 그를 만나 무명시절 어려움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싶은 간절함이 있다.

아실만한 독자는 알겠지만 사실 '30호'는 배재대학교 졸업생이다. 우리 대학을 졸업한 동문이기에 더욱 애착이 간다.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그의 노래를 경청하고 있는 이유다. 재학생들이나 교직원들도 '30호' 동문의 무대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2011년 그가 대학가요제 본선에 올라 정재형·이효리 씨와 한 무대에 선 영상을 유튜브로 보면서 추억을 되새기고 있다. 영상으로만 그의 열정을 만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언젠가 '30호'를 대학에 초대해 재학생과 교직원들이 그의 무대에 환호하게 했으면 한다.

그때는 '30호'의 무서운 성장세가 가속페달을 밟아 우러러 볼 스타가 돼 있을 수도 있다. 벌써부터 그의 목소리, 활동을 지켜보는 이가 많아진 덕분이다. 매주 영상으로라도 마주하고 응원을 보낼 수 있어 행복하다. 경이로운 행복함을 주는 가수는 필시 싱어게인 심사위원 유희열 씨의 말처럼 대단한 스타성을 겸비한 가수가 될 것이다. 경연이 끝나고 나면 모교를 찾아 후배들 앞에서 웅장한 무대로 휘어잡아주길 기원한다. 필자는 박수칠 준비가 끝났다.

김선재 배재대 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조국혁신당 세종시당, '내홍' 뚫고 정상화 시동
  2. [이차전지 선도도시 대전] ②민테크"배터리 건강검진은 우리가 최고"
  3. 대전시 2026년 정부예산 4조 8006억원 확보...전년대비 7.8% 증가
  4. 대전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공유재산 임대료 60% 경감
  5. [기고]농업의 미래를 설계할 2025년 농림어업총조사
  1. [문화人칼럼] 쵸코
  2. [대전문학 아카이브] 90-대전의 대표적 여성문인 김호연재
  3. 농식품부, 2025 성과는...혁신으로 농업·농촌의 미래 연다
  4. [최재헌의 세상읽기]6개월 남은 충남지사 선거
  5. 금강수목원 국유화 무산?… 민간 매각 '특혜' 의혹

헤드라인 뉴스


[기획취재]농산물 유통과 전통주의 미래, 일본서 엿보다-2

[기획취재]농산물 유통과 전통주의 미래, 일본서 엿보다-2

우리에겐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동해를 사이에 둔 지리적 특징으로 음식과 문화 등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 양국 모두 기후 위기로 인해 농산물의 가격 등락과 함께 안정적 먹거리 공급에 대한 요구를 받고 있다. 이에 유통시스템 개편을 통한 국가적 공동 전략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중도일보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주관한 4박 5일간의 일본 현장 취재를 통해 현지 농산물 유통 전략을 살펴보고, 한국 전통주의 새 활로를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도요스 중앙 도매시장의 정가 거래..

2025년 세종시 `4기 성과` 토대, 행정수도 원년 간다
2025년 세종시 '4기 성과' 토대, 행정수도 원년 간다

2022년 7월 민선 4기 세종시 출범 이후 3년 5개월 간 어떤 성과가 수면 위에 올라왔을까. 최민호 세종시장이 4일 오전 10시 보람동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수도를 넘어 미래수도로 나아가는 '시정 4기 성과'를 설명했다. 여기에 2026년 1조 7000억 원 규모로 확정된 정부 예산안 항목들도 함께 담았다. ▲2026년 행정수도 원년, 지난 4년간 어떤 흐름이 이어지고 있나=시정 4기 들어 행정수도는 2022년 국회 세종의사당 기본계획 확정 및 대통령 제2집무실 법안, 2023년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한 국..

교육부, 비수도권 대학 육성 위해 내년 3조 원 투입
교육부, 비수도권 대학 육성 위해 내년 3조 원 투입

교육부가 국가균형성장을 위한 지역대 육성을 위해 내년 3조 1448억 원을 투입한다. 일명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인 9개 거점국립대 경쟁력 강화를 위해 8855억 원을 투자하며, 사립대와 전문대의 학과 구조 혁신과 특성화를 위해 1190억 원을 신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8개 대학 재정 지원 사업이 추가로 편입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이하 라이즈)'도 2조 1403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3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내년도 교육부 소관 예산·기금운용계획이 국회 본회의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됐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

  • 강추위에 맞선 출근길 강추위에 맞선 출근길

  •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