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라이프] 백목련 가인

  • 사람들
  • 실버라이프

[실버라이프] 백목련 가인

  • 승인 2021-03-04 08:18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사진제공 길행부전 초교교장
창 넘어 백목련 꽃망울이 퉁퉁 부풀어 오르고 있다. "봄! 봄! 봄이야!"를 외친다.

대전 시민들에게 백목련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자치단체의 심볼인 '대전의 꽃'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대전시청은 그 선정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백목련은 화사한 봄날 탐스런 순백의 꽃을 피우는 꽃 중의 여왕으로 우아하고 품격 높은 시민정신을 상징하고 있다. 이른 봄날 여기저기 피어있는 백목련의 꽃은 봄을 알리는 천사의 날개 같은 꽃이다. 3~4월에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이 피기 때문에 일명 춘화(春花)라고도 하며, 꽃 지름은 12~15cm이고 3개의 꽃받침과 6개의 꽃잎은 모양이 비슷하고 달걀을 거꾸로 세워 놓은 모양이다. 수술은 여러 개가 나선 모양으로 붙는다. 열매는 원기둥 모양이며 8~9월에 익고 길이 8~12cm로 갈색이다. 번식은 접붙이기나 종자로 한다. 대체로 남부지역에서 자라나던 것이 순박함과 동양적인 인상을 풍기는 그 자태로 해서 뭇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목련은 꽃 모양이 연꽃을 닮아 '나무에 피는 연꽃'이라는 의미로 목련(木蓮)이라 일컬었다. 또 겨울 눈이 붓을 닮아 '나무 붓'이란 뜻의 목필화(木筆花), '봄을 맞이한다'는 뜻의 영춘화(迎春化)라 부르기도 한다. 목련이 꽃 필 때면 꽃봉오리들이 북쪽을 향해 피어난다. 그 까닭은, 목련의 꽃눈이 워낙 커서 남쪽과 북쪽의 일조량 차이로 성장 속도가 다르다 보니 더 많이 자란 남쪽에서 북쪽으로 휘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옛사람들은 북쪽의 임금님을 향해 피어나는 충절의 꽃이라 하여 북향화(北向花)로 부르며 귀하게 여겼으며, 특히 문학에서는 '시련과 눈물 속에서도 사랑을 지키는 의미'로 활용하였고, 길 잃은 등산객은 북쪽을 향하는 목련꽃 특성으로 방향을 알아내는 나침반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목련이 북향화라 불린 연유를 소개한 슬픈 전설이 있다. 하늘나라 아름다운 공주가 북쪽 바다를 지키는 사나이다운 해신을 연모하였다. 공주는 궁궐에서 도망쳐 해신이 사는 북쪽 바다에 도착했으나 해신에게는 이미 아내가 있었다. 이루지 못할 사랑임을 깨달은 공주는 절망에 빠져 바다에 몸을 던졌다. 이를 알게 된 해신은 양지 바른 언덕에 공주를 묻어 주고 부부싸움을 하다 자기 아내까지 독살하여 공양의 의미로 그 옆에 묻었다. 이들을 가엾게 여긴 하늘나라 임금이, 공주는 백목련으로 해신의 아내는 자목련으로 환생시켜 주었다. 공주와 해신 아내의 못다한 사랑 때문인지 목련꽃 꽃봉오리는 항상 해신이 사는 북쪽을 향하고 있다.

떨어진 백목련 꽃잎을 보면 왠지 서글퍼진다. 정연복 시인은 '목련에게'라는 시에서 낙화의 쓸쓸함을 다음과 같이 읊조린다.

'엊그제까지/ 눈부시던 너의 모습/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충만하던 있음에서/ 쓸쓸한 없음까지/ 이 모든 게/ 꿈같이 벌어진 일이다/'

눈부신 아름다움과 가슴 벅찬 감정이 한꺼번에 없어지고 말았단다. 차라리 보잘것없는 꽃이었다면 애틋한 여운 남지않고 쓸쓸함 줄었으련만.

이어서 시인은 이렇게 타이르고 다짐한다.

'너무도 빛나던/ 그래서 더 없이 허망한/ 지상에서의 단 며칠의 /너의 짧은 생/ 하지만 울지 말아요/ 꽃이여 순수의 꽃이여/ 너는 내 눈을 떠나/ 이제 가슴 속에 살아 있으니/'

한 번 피면 또 한 번 지는 것은 자연의 엄숙한 섭리이며 목숨의 당연한 이치 아닌가. 잊지 않고 가슴 속에 스며들어 길이길이 살아 숨쉬는 사랑은 순수한 인생의 진정한 참사랑으로 승화한다.

조영식 시인의 가곡 목련화의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희고 순결한 그대 모습/ 봄에 온 가인과 같고.../'를 흥얼거리면서,

'빛나는 꿈의 계절에/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에/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고 읊었던 박목월 시인처럼, 따사로운 햇살 가득한 어느 봄날, 백목련 그늘아래서 사랑하는 가인 특유의 체취가 물씬 풍기는 손편지를 실컷 읽고 싶지 않은가. /황영일 명예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화성시, 거점도시 도약 ‘2040년 도시기본계획’ 최종 승인
  2. '최대 30만 원 환급' 상생페이백, 아직 신청 안 하셨어요?
  3. 갑천에서 18홀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물의… 대전시, 체육단체장 경찰 고발
  4. 애터미 '사랑의 김장 나눔'… "3300kg에 정성 듬뿍 담았어요"
  5. 대전 불꽃쇼 기간 도로 통제 안내
  1. "철도 폐선은 곧 지역소멸, 대전서도 관심을" 일본 와카사철도 임원 찾아
  2. 전기차단·절연 없이 서두른 작업에 국정자원 화재…원장 등 10명 입건
  3. 30일 불꽃쇼 엑스포로 차량 전면통제
  4. 대출에 짓눌린 대전 자영업계…폐업률 7대 광역시 중 두번째
  5. "르네상스 완성도 높인다"… 대전 동구, '주요업무계획 보고회'

헤드라인 뉴스


“철도 폐선은 곧 지역소멸”… 일본 와카사철도, 대전서 희망찾기

“철도 폐선은 곧 지역소멸”… 일본 와카사철도, 대전서 희망찾기

일본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돗토리(鳥取)현의 철도회사 전무가 폐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전을 찾아왔다. 인구가 감소 중으로 철도마저 폐지되면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한국을 찾았다는 그는 윤희일 전 경향신문 도쿄특파원을 '관광대사'로 임명하고, 돗토리현 주민들에게 철도는 무척 소중하다며 지역 교류를 희망했다. 24일 오후 5시 30분 대전시 중구 베니키아호텔 대림 회의실에서는 야베 마사히코(矢部雅彦) 와카사철도 전무가 참석한 가운데 관광대사 위촉식이 개최됐다. 윤희일 전 경향신문 기자는 한국의 대표적인 철도마니아이면서, 일본 특..

국내기업 10곳 중 7곳 이상 "처벌·제재로는 중대재해 못줄여"
국내기업 10곳 중 7곳 이상 "처벌·제재로는 중대재해 못줄여"

국내 기업 10곳 중 7곳 이상이 정부의 노동 안전대책에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처벌과 제재 중심의 정책으로는 중대재해 예방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내 기업 26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새 정부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대한 기업 인식도 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월 발표된 노동안전 종합대책과 관련해 기업들의 인식과 애로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 중 73%(222곳)가 정부 대책이 '중대재해 예방에..

충청권 국회의원 전원, ‘2027 충청U대회 성공법’ 공동 발의
충청권 국회의원 전원, ‘2027 충청U대회 성공법’ 공동 발의

충청권 여야 국회의원 27명 전원이 ‘2027 충청 유니버시아드대회’(U대회) 성공 개최를 위한 국제경기대회 지원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충남 공주·부여·청양)·국민의힘 이종배(충북 충주) 의원은 25일 국제경기대회 조직위원회가 대회 운영에 필요한 기부금품을 직접 접수·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제경기대회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으로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현행 제도에서는 조직위원회가 기부금품을 접수할 때 절차가 복잡해 국민의 자발적인 기부 참여가 제한되고, 국제경기대회 재정 운영에 있어 유연성이 낮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 대전시청에 뜬 무인파괴방수차와 험지펌프차 대전시청에 뜬 무인파괴방수차와 험지펌프차

  • 주렁주렁 ‘감 따기’ 주렁주렁 ‘감 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