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주방 후드 소음, 건강을 위해 잠깐 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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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 주방 후드 소음, 건강을 위해 잠깐 참자

한방우 한국기계연구원 환경기계연구실장

  • 승인 2021-04-29 14:25
  • 신문게재 2021-04-30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한방우 한국기계연구원 환경기계연구실장
한방우 한국기계연구원 환경기계연구실장
미세먼지를 생각하면 고층 건물들이 뿌옇게 보이는 배경에서 마스크를 쓰고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화력 발전소의 여러 굴뚝에서 동시에 뿜어져 나오는 하얀 연기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기 중에 존재하는 미세먼지 이외에도 우리가 생활하면서 실내공간에서 노출되는 실내 미세먼지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실내 미세먼지는 외부 미세먼지가 창문이나 현관 문틈으로 들어오는 것도 있지만 조리를 하거나 청소를 하면서 내부에서 발생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에 의하면 공기 오염으로 인한 연간 사망자가 약 800만 명 가운데 실내 공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절반 가까이인 약 38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사망의 주된 요인은 조명의 목적으로 촛불을 사용하거나 조리나 난방을 위해 실내에서 직접 연소 도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즉 실내에서 불을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연간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로만 한정하면 난방이나 조명의 목적으로 불을 직접 사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으니 가장 위협이 되는 경우가 바로 조리할 때 발생하는 미세먼지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사람들에게 우스갯소리로 집에서 요리하지 말고 음식은 배달시켜 먹으라고 말하고 다닌다. 농담 같이 들리기도 하지만 조리 발생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좀 더 쉽게 알리고자 하는 마음도 담겨있다. 고기나 생선을 구울 때, 볶음 또는 튀김 요리를 할 때 미세먼지는 수 백에서 수 천㎍/㎥까지 증가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기 미세먼지 '매우 나쁨' 농도인 75㎍/㎥ 보다도 10배 이상 높은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2016년 환경부에서 집 안에서 고등어를 구울 때 미세먼지 농도가 나쁜 날의 30배가 넘는다고 밝혔다가 고등어가 미세먼지의 원흉으로 알려지게 된 일명 '고등어 사태'도 사실 구이류의 조리 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과정에서 정보가 잘못 전달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건강상의 피해를 줄 수 있는 조리 발생 미세먼지를 생각해 볼 때 대부분의 가정에 설치된 주방 후드는 정말 소중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주방 후드가 소리만 요란하고 연기나 냄새는 잘 제거하지 못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은데, 이는 주방 후드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방 후드를 사용할 때에는 주방과 거실 창문을 일부 열어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실내로 공기를 넣어주는 구멍을 만들어줘야 주방 후드가 오염된 공기를 밖으로 쉽게 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우리 집에는 고가의 공기청정기가 있어서 공기청정기가 다 해결해 줄 것이라 말씀하시는 분도 계실 것이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집에서 미세먼지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조리 시에 공기청정기 매뉴얼대로라면 공기청정기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가정에서 공기청정기가 꼭 필요한 순간에 이를 사용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는 공기청정기 안에 있는 필터 때문이다. 기름 성분이 필터에 쌓이면서 필터 수명을 빠르게 단축시킨다.



또한 필터에는 먼지 제거 능력을 높이기 위해 정전기를 심어 놓았는데 기름 성분이 이러한 정전기 기능을 소멸시켜 필터 성능이 쉽게 저하될 수 있다. 따라서 조리할 때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리는 시끄럽지만, 잘만 사용하면 정말 조리 미세먼지 공기정화에는 주방 후드만큼 유용한 것이 없다. 주방 후드를 창문 열고 사용하면 수십만 원짜리 공기청정기와 같은 성능으로 조리 발생 미세먼지를 빠르게 줄여줄 수 있다. 주방 후드 소음이 거슬리고 시끄럽긴 하지만 내 생명에 위협이 되는 실내 오염공기를 열심히 정화하고 있는 소리라고 생각한다면 잠깐 동안은 참을 만한 불편함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한방우 한국기계연구원 환경기계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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