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난순의 식탐] 내가 모르는 군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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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난순의 식탐] 내가 모르는 군대 이야기

  • 승인 2021-06-16 12:36
  • 신문게재 2021-06-17 18면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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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제공
농촌은 모내기철이 가장 바쁘다. 보리 베고 모 심고 한해 농사의 수확과 시작이 맞물려 허리 한번 펼 새 없는 계절이다.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큰오빠는 군대에 있었다. 오빠는 그해 초여름에 포상휴가라는 걸 나왔다. 행군을 했는데 1등을 했다는 것이다. 손 하나라도 아쉬운 때여서 오빠는 쉬지도 못하고 모내기를 거들었다. 그런데 부대에 복귀할 때 오빠 손엔 보자기로 싼 커다란 박스가 들려 있었다. 시루떡이었다. 포상휴가라는 특별 휴가를 나왔으니 복귀할 때 맨손으로 오면 안 된다는 부대원들의 '신신당부' 때문이라고 했다. 엄마는 바쁜 와중에 팥떡을 한 시루 쪘다. 몇 개월 후에 오빠는 또 포상휴가를 나왔다. 사격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단다. 엄마는 오빠에게 떡보따리를 안기며 앞으론 포상휴가 그만 오라고 했다. 먹고 살기 바쁜 시절, 오빠의 잦은 포상휴가가 반갑지만은 않으셨던 모양이었다.

큰오빠를 시작으로 오빠 셋은 바통 터치하듯 군대에 입대하고 제대했다. 이때가 40여년 전이었으니 집에선 군대 간 아들 면회 간다는 건 엄두도 못 냈다. 자식 많은 집인지라 줄줄이 학교 다니는 통에 한 푼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부대 배치 받는 날, 가족이 오지 않은 훈련병은 이때가 가장 서럽다고 한다. 가족들이 온갖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와서 장한 아들들 먹이는 날 아닌가. 운이 좋으면 친하게 지낸 훈련병 가족들 틈에 끼어 포식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입맛만 다시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셋째 오빠가 군에 있을 땐 큰오빠가 나중에 한번 면회를 갔었다. 통닭 한 마리와 과자 한보따리를 사들고 말이다. 여관에서 하룻밤 잤는데 셋째 오빠는 그 많은 걸 혼자 먹어치웠다고 한다. 초코파이 한 박스도 앉은자리에서 다 까먹었다는, 입 짧은 셋째오빠의 '무용담'을 큰오빠는 식구들에게 신나게 들려줬다.

신성한 의무라는 군대는 예나 지금이나 젊은이들에겐 젊은 꿈을 유보시키고 국가 권력의 군율로 족쇄를 채우는 악몽이라고 소설가 황석영은 글에서 고백했다. 작가의 군 시절은 오래전 얘기지만 늘 배고픈 군인들의 밥에 대한 처절한 사투가 눈물겨웠다. 이젠 중년이 된 유명 가수도 초코파이 하나 얻어먹으려고 연예인이고 뭐고 체면 버리게 되더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군대 역시 감옥처럼 규율을 통해 '길을 들이는' 곳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그런 곳에서 혈기왕성한 청년들이 집착하는 것은 무엇일까. 본능이다. 식욕. 돌도 씹어 먹을 만한 청년들의 끝없는 허기증. 세계 10위 경제 강국에서 "못 먹어서 서러워본 적이 있느냐"는 군인들의 배고픔은 현재 진행형이었다. 김치와 오이무침 한 점, 닭볶음 한 조각 반이라니. 군대 급식의 현실이다.

식욕 못지않게 성욕도 인간의 강렬한 욕구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이것을 식욕과 관련해서 '성적 본능'이라는 가설로 표현한다. 성적 본능의 배고픔, 즉 리비도는 본능적 행동을 수반한다. 성욕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헌데 남성중심 사고의 프로이트는 '해부학적 구조는 운명이다'라는 말로 남성의 공격적인 성 본능을 무조건 옹호하는 무책임한 경향을 보였다. 폐쇄적이고 권력관계가 강고한 군대에서 여성은 남성의 식탁을 장식하는 꽃이고 먹잇감이었다. 그래서일까. 남성은 흔히 그들만의 언어로 여성을 '따 먹는다'로 표현한다. 상명하복식의 위계적인 조직에서 성의 정치화가 이뤄진다는 얘기다. 그러면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성립되는 건 불문가지다. 늘 그렇듯 결론은 피해자가 죽어 마땅해야 하는 것. 고추장인지 케첩인지 구분 못하는 찌질한 수컷들의 공조가 난무하는 군대라는 조직. 큰오빠는 군 제대 후 이런 말을 했다. "군대는 빽을 써서라도 안 가는 게 좋다. 거기는 배울 게 하나도 없는 곳이다." <제 2사회부장 겸 교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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