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70주년] 중도어린이版 상상의 나래를 펼친 아이들

[창간70주년] 중도어린이版 상상의 나래를 펼친 아이들

어린이 시·수필 활용 1개 지면 게재
1965년부터 8년간 동심을 지상중계
4개 지면 중 1개 지면 할애 순한글
3·1문예작품 공모전도 1957년부터 개최
"독서의 첫걸음이자 자존감 키워줘"

  • 승인 2021-08-31 14:36
  • 수정 2025-09-03 14:22
  • 신문게재 2021-09-01 11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1965년05월09일 중도어린이 초판(수정)
1965년05월09일 중도어린이 지면. 매주 1개 면을 할애해 아이들 시와 수필, 학교소식 등을 순 한글로 담아 1973년 강제폐간 직전까지 연재했다.
1965년 5월 연재를 시작한 '중도어린이' 지면은 대전과 충남의 어린이들에게 창작의 나래를 펴는 너른 마당 같은 존재였다. 아이들이 쓴 시와 수필, 산문이 우편으로 편집국에 도착하면 선별을 거쳐 매주 일요일자 지면에 소개되었다. 신문 4개 지면에 불과하고 한자를 혼용하던 때 어린이들이 기고한 글을 위해 매주 1개 지면을 할애하고 아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순 한글로 지면을 완성했다. 1973년 강제폐간 직전까지 8년을 이어간 중도일보의 '중도어린이' 지면을 쫓아가본다. <편집자주>

▲1965년 어린이날 출생



1951년 창간한 중도일보에 어린이 전용 지면인 '중도어린이'가 처음 태어난 것은 1965년 5월 9일이었다. 어린이날을 보내고 첫 주말판에 1개면 전체를 할애해 앞서 글짓기 대회에서 입상한 시와 수필을 소개했다. 중도일보가 사고(社告)를 통해 중도어린이 지면에 시작을 예고하며 지역 학생들에게 원고를 청탁하던 날 "어찌 5월 5일 단 하루만이 어린이날 일수만 있으랴, 1년 365일 매일매일이 그들의 날이 되어야 함이 당연하다"라는 기사가 함께 게재됐다.이날 중도어린이 초판은 홍성반계국민학교 4학년 오수정 학생의 동시 '어머니'가 실렸고, 예산대술국교 6학년 박준자 학생의 독감 체험기 '독감'이 게재돼 독자를 찾아갔다.

이때 시대상황을 보면, 정부가 베트남전쟁에 전투부대를 파병하기로 결정했는데 신문과 방송에서는 전쟁의 전황과 남북대치의 소식이 주요하게 다뤄지던 때다. 또 충남·북의 전체 인구 445만명 중에서 만 9세 이상 19세 이하의 학생이 충남에 62만 명, 충북 31만 명에 이를 정도였으나 아이들이 뛰어놀 놀이터조차 없던 시절이다. 당시 중도일보는 월요일에 휴간하고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4개 지면 그리고 일요일에 8개 지면을 제작해 독자에 다가갔다. 중도어린이는 이중 일요일자 6면에 배치돼 정치·행정·스포츠 등 당시에 주요하게 다뤄지던 기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충남아동문학회 창립 회장을 역임한 한상수 아동문학 작가는 "1960년대 책도 귀하고 어린이잡지 '새벗'도 대전에서 20부가 채 안 팔릴 정도로 아이들이 읽을거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때"라며 "중도일보의 중도어린이판은 학교에서 학생들이 돌려보는 재미난 읽을거리였고, 절실히 요구되던 지면이었다"라고 기억했다.

1970년08월09일 중도어린이
1970년08월09일 중도어린이 지면. 하단 광고를 빼고 전부 아이들 소식을 실었다.
▲한글로 쓰고 삽화·만화 '눈요기'

대전과 충남·북 학생들이 자신의 글을 학교나 선생님을 통해 신문사에 기고하면, 원고를 선별해 동시 4~5편, 산문 2~4편이 지면에 실렸다. 당시에 작성된 기사가 한자를 혼용해 사용했으나, 중도어린이는 순 한글로 제작됐는데 비슷한 시기에 발생된 여타 신문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1965년 5월 예산국민학교 5학년 유성숙 학생은 '일요일'이라는 수필이 게재됐는데 가족들과 온양온천에 가는 날 기차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을 "집들이 막 떠내려 가네"라고 표현했다. 교사가 작사·곡한 동요도 음표와 함께 지면에 게재됐는데 음악교재가 부족하던 당시 교실에서 함께 부를 수 있도록 했다. 1968년 7월 논산 반월국민학교 남덕환 교사가 작곡한 '자전거'라는 동요, 그에 앞서 1968년 6월 보령 청룡국민학교 강선옥 교사의 '새학년' 동요가 대표적 사례다. 어린이 시선에서 사회비판을 담은 연재만화도 중도어린이 지면에서 손꼽히는 볼거리였다. 1970년 8월 15일자에는 매일 만화만 보면서 노는 아이를 나무라는 부모가 언제 그랬냐는 듯 TV를 보는 모습에 "큰 일이에요 일은 않고 매일 텔레비나 보고"라고 아이들이 힐난하는 내용이 그려졌다. 글짓기에 소질 있는 학생을 찾아가 취재해 소개하고, 문예반 활동에 적극적인 학교는 지면을 빌려 클럽활동을 자랑하기도 했다. 일선 교사가 바하와 베토벤 등의 위인전을 써서 연재할 때 또다른 교사가 글에 맞는 삽화를 그려 중도어린이 지면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학생들이 쓴 시와 수필 그리고 일선 학교 교사들의 투고와 선행아이 제보로 어떤 날은 하단 광고지면까지 빼내어 아이들 소식을 실었다.

중도어린이 지면을 전담해 오랫동안 취재한 성기훈 중도일보 전 고문은 "학교 문예반 교사들이 아이들 교육 차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아이들 글을 적극적으로 투고했는데 신문에 아이들 글이 실리면 학교나 학부모들의 반응도 대단했다"라며 "편집기자이면서 주말에 일선 학교를 찾아가 취재하면서 지면을 만들었는데 지금 기자들도 자기 일에 적극적으로 임해줬으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1957년 3.1문예작품 공모전

중도일보는 이미 1957년부터 지역 학생들에게 시와 수필, 소설을 창작하도록 돕고, 원고를 공개모집해 시상하는 문예대회를 개최하고 있었다. 특히, 3.1 독립운동을 기념해 실시했는데, 1958년 제2회 문예대회를 알리는 사고(社告)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민족정신을 세계만방에 알린 뜻깊은 3.1절을 맞이함에 있어 어린이 및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문예창작심을 조장하고 앞날을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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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부터 학생들의 글을 현상공모해 당석작을 모아 1963년 발생한 '3.1문예'.
이때 200자 원고지 50매 내외의 단편소설을 비롯해 5매 내외의 시와 동시를 모집했고, 중도일보사장상과 도지사상 그리고 뛰어난 작품을 선별해 도작(道作)에 선정해 문교부 장관상을 수여했다. 매년 3월 1일자 전후에 수상작품을 지면에 게재했는데, 3회째를 맞은 1959년 3.1문예 공모 시상후기를 보면, 500편이 접수돼 사전에 선별을 거쳐 동시 29편, 아동작문 21편, 중등시 6편, 중등작문 6편, 시 23편, 창작 4편을 심사했다고 기록했다. 이때 심사위원에는 정훈 시인과 장욱순 아동문학가 등 내로라하는 문학계 인사들이 참여해 학생들의 작품을 엄격히 심사했다. 심사위원들은 수상작품을 선정하고 심사 후기를 매년 신문에 실었는데, 장래 문인들을 위한 서릿발 같은 냉정한 평가가 이뤄졌다. 장욱순 아동문학가는 이때 심사평에서 "대체적으로 작품 수준이 너무 낮은 것은 어린이들이 문예공부를 너무하지 않고 있구나 하는 걱정에서 퍽 서운했다"라며 분발을 당부했다. 이때 심사위원들은 최고 작품의 도작(道作)을 선정하지 않고 공백으로 남겨뒀을 정도다. 1963년에는 3.1문예 어린이작품 현상모집 당선작을 묶은 책자가 발행돼 글짓기 지도 교재로 지역사회에 관심을 받았고, 1971년까지 이어진 3.1문예 공모전은 중앙문단에 제3세대 문인들을 배출하는 계기가 되었다.

중도어린이 지면에 시를 곧잘 기고하던 강경중앙초등학교 유애로 학생은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림책 작가가 되어 최근에는 '사진관집 상구' 그림책으로 강경의 옛 모습을 동화에 담아냈다.

유애로 작가는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그 시절 중도일보는 어린마음을 가득 채워주는 세상 이야기이기도하고, 시와 수필을 읽으며 글을 따라 그림을 그려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라며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독서의 첫걸음이 되어 주었고, 자기 시가 실린 아이는 빨개진 얼굴로 반친구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읽기도 했으며, 신문에 게재된 시는 선생님의 칭찬과 함께 자기 표현에 머뭇거리던 우리에게 자존감도 심어주었다"라고 회상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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