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번듯한 집, 반듯한 靑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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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번듯한 집, 반듯한 靑年

김재혁 대전도시공사 사장

  • 승인 2021-09-12 08:49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김재혁 대전도시공사 사장
김재혁 사장
"공자가 구이라는 곳에 살고 싶다고 하자 주변 사람들이 그런 누추한 지역에 어떻게 살겠느냐며 말렸다.(子欲居九夷 或曰 陋如之何) 공자가 오히려 되물었다. 군자가 거기에 산다면 무엇이 누추하단 것이냐.(子曰 君子居之 何陋之有)". 논어(論語)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 구절은 시대에 따라 학자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이 있었지만 어떤 곳에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떤 자세로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라는 가르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구이라는 지역이 정확히 지금의 어디를 가리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당시의 주류 중국사회에서 벗어난 곳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공자의 말씀은 비록 궁벽한 곳이지만 그곳에서 도를 행하고 군자의 품격을 지키며 산다면 누추할 것이 뭐가 있겠느냐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집보다 거기 사는 사람의 자세에 대해 강조한 대목은 논어에 또 등장하는데 그가 특별히 아끼는 제자였던 안회(顔回)에 대한 언급이 대표적이다. "거친 밥과 물 한 바가지로 끼니를 때우고(一簞食 一瓢飮) 초라한 동네에 살고 있다면(在陋巷) 사람들은 걱정을 감당하지 못하지만(人不堪其憂) 안회는 군자의 도를 실천하는 즐거움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回也不改其樂)"며 제자 안회를 칭송하고 있다. 여기서 단표누항(簞瓢陋巷)과 단사표음(簞食瓢飮)이라는 유명한 고사성어가 나왔다. 비록 경제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청빈하게 살아가는 사람 또는 가난을 이겨내고 큰 성취를 이루는 과정을 칭송하는데 자주 인용된다.

"고래등 같은 천칸 기와집이 있어도 잠자리는 여덟 자면 족하다(大廈千間 夜臥八尺)" 는 명심보감의 경구는 논어 말씀보다 훨씬 직설적으로 집에 대한 우리의 욕심을 질책하고 있다.

최근에 대전도시공사가 관리하고 있는 청년임대주택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 천칸 기와집도 아니고 달랑 한칸 짜리 원룸 임대주택인데도 만족스럽게 관리하지 못한다는 뼈아픈 지적이었다.

한정된 자원을 사회의 모든 분야에 골고루 배분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 지하철역이나 대학교 정문 바로 옆의 최신식 건물을 기준으로 청년임대주택의 예산을 편성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부족한 재원과 인력으로 주택을 관리해야 하는 입장에서도 어려움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렇지만 정부가 저렴하게 제공하는 주택이란 이유로 위치나 시설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냥 참고 살아야 한다면 '주거복지'라는 말은 더 이상 쓰지 말아야 한다. 양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복지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고 복지수요자의 만족도가 성과의 기준이 되었기 때문이다. 일조일석에 청년주택의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진정성을 갖고 관련된 기관들이 협력체계를 가동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만족도를 높이고 동시에 정부나 자치단체의 정책과 예산편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이다.

도시공사가 관리하는 청년임대주택 거주자는 대부분 이제 막 사회에 진출했거나 대학에 다니는 청년들로 가족과 떨어져 낯선 환경에 적응해 가는 과정에 있다. 그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관점으로 청년주택 문제에 접근하고 대안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대전시의 대표적인 청년정책인 드림타운 ‘다가온’이 바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고 청년들의 만족도 역시 점차 높아질 것으로 기대해 본다.

집이 누추해도 사람만 바르면 괜찮다는 공자 말씀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집도 번듯하고 그 집에 사는 젊은이도 반듯하다면 그것이 바로 공자님이 진정으로 원하던 세상이 아닐까. /김재혁 대전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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