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영화 '돈룩업'의 인류 멸망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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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영화 '돈룩업'의 인류 멸망 시나리오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 승인 2022-01-25 08:45
  • 수정 2022-02-10 11:44
  • 신문게재 2022-01-26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김성수 교수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최근 개봉한 영화 중에 '돈룩업(Don't look up)'이라는 영화가 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지구와 충돌하는 혜성을 발견하는 천문학과 교수로 연기한다. 배가 나온 펑퍼짐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모습으로 변신하여, 극중에서는 언론과 정치에 깊이 관계하기도 하고, 일탈도 하지만, 결국 가정으로 돌아오는 가장을 연기한다. 예전 '타이타닉'(1997), '캣치미 이프 유 캔'(2002) 같은 영화에서 보여준 청춘스타로 기억하는 관객들은 덥수룩한 수염에 골덴 바지와 체크 난방을 입고, 한적한 산골에서 천체 망원경으로 혜성을 관찰하는 학자의 모습으로 변신한 디카프리오가 낯설 수 있다. 한때는 아이돌이면 거쳤음직한 '로미오와 줄리엣'(1996)의 로미오 몬테규로, 뭇소녀들의 우상이던 디카프리오를 기억한다면 말이다.

20여년전, 인기 스타에 민감한 연예 언론이 디카프리오의 차를 보도한 적이 있다. 그 차가 1997년부터 현재까지 25년 장기간 친환경차로 알려져 있는 토요타의 하이브리드차량인 프리우스였다. 그 당시 미국에서는 대형 차량을 선호하기도 했고, 일본 소형차인 프리우스를 비꼬는 경향이 없진 않았으나, 디카프리오가 환경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을 보여준 사례였다. 최근에도 디카프리오가 소유한 차량 3대가 언론에 등장했다. 요즘 전기차의 대명사로 알려진 테슬라의 초기 컨셉트를 잘 반영하고 있는 로드스터 (얼론 머스크가 이 차량에 반해서 테슬라에 참여했다는 후문도 있다), 하이브리드 스포츠카로 자신도 투자자로 있고 태양광 발전으로 충전하는 피스커의 카르마, 그리고 마지막으로 토요타 프리우스였다. 소유 차량 모두 100% 전기차이거나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환경에 대해서는 생각이 견고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흥행을 위한 영화가 아니어서,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디카프리오는 '11번째 시간'(2007)이나 '비포 더 플러드'(2016) 같은 다큐멘터리 영화에 출연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환경이나 기후 변화에 대한 생각을 조용한 어조로 나레이션하거나, UN의 평화대사로 있으면서 2년간 경험했던 세계 곳곳의 상황과 대처 노력들을 보여준다. 디카프리오는 20여년 전부터 자신의 이름으로 환경 재단을 설립하는 등 활발한 환경 운동을 벌이고 있기도 하고 UN 기후 정상 회의의 개막 연설을 하기도 했다.

다시 코미디 SF영화인 '돈룩업'으로 돌아오면, 천체를 관측하고 혜성의 궤도를 계산하던 대학원생과 교수가 이 혜성이 반년 후에 지구와 충돌하고 인류는 멸망한다고 알리려고, 대통령에게, 정부각료에게 사방팔방 설명하나, 정작 이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으로 반년 후의 인류 절멸이 아니라, 곧 있을 선거의 승리나, 이를 위해 이용할 정치상 잇슈 혹은 천박한 부(富)의 축적이 더 중요하다. 초기엔 핵미사일로 혜성의 궤도를 바꾸려 하다가, 혜성에 묻힌 140조 달러의 광물을 발견하고는 판단력이 흐려진 지도부는 적절한(?) 대응이 안 된다. 주어진 6개월의 시간을 다 쓸 때까지 무효하고, 대통령과 그 지도부는 준비된 우주선으로 지구를 탈출하고 먼 훗날 다른 행성에서…. (영화 스포라서 여기까지만) 남은 지구에서는 혜성 충돌과 인류 멸망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일반 시민들이 담담히 그려진다.

미국, 중국, EU를 비롯한 세계 주요국들이 기후 변화를 주요 정책으로 입안, 수행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2050 탄소 중립을 선포하고, 제26차 UN기후변화협약 (COP26)에서 전세계를 대상으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공표하였으며, 관련 정책들을 진행 중에 있다. 요즘 EU의 녹색분류체계(그린택소노미, Green Taxonomy)가 논란이 되고 있다. 탈원전을 에너지정책기조로 했던 독일과 달리 원자력의 비중이 높은 프랑스의 입김으로 2045년까지 건설 허가가 난 원전이 녹색투자로 분류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내건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원전을 제외할 수 없다는 논의도 있는 모양이다. 인류의 운명을 결정지을 중요 정책 결정이 코미디 영화에서 보여 준 우매하고 천박한 정치나 경제의 잣대가 아니길 바란다. 요즘 델타, 오미크론 등 각종 변이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세계 각국 코로나 대응 정책은 과연 이와 다를까?!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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