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문산 미완성 동굴·76년 전 임도까지…일제 방공호 가능성 주목

보문산 미완성 동굴·76년 전 임도까지…일제 방공호 가능성 주목

대전아쿠아리움에 미완성 동굴 존재
시멘트 마감과 달리 거친바위 그대로
1948년 항공사진에 보문산 임도 눈길

  • 승인 2024-04-08 17:54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대전아쿠아리움
대전아쿠아리움 내 미완공 추정 동굴 모습. 시멘트로 마감된 아쿠아리움 조성방식과 달리 거친 벽면이 그대로 드러나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대전에서 일제강점기 방공호 성격의 동굴 12개가 발견된 가운데 이에 포함되지 않은 대전아쿠아리움 내에 알려지지 않은 미완성 동굴이 하나 더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1948년 대전을 촬영한 항공사진에서는 보문산 중턱까지 임도가 개척되고 모종의 작업이 이뤄진 흔적이 담겨 있어 추가 동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7일 중도일보가 2023년 8월부터 진행한 대전지역 아시아태평양 전쟁유산 조사 과정에서 대전아쿠아리움 내에 미완성 동굴의 존재가 확인됐다. 대전아쿠아리움은 당초 군사시설로 을지연습 때 군과 공무원의 비상근무 장소로 사용됐으나 2010년 민간에 매각돼 지금의 수족관 관람시설로 사용되고 있다. 내부 길이가 220m에 이르고 총면적 6000㎡의 U자형태의 지하 공간으로 우리군이 만들었다는 기록은 없는 실정이다. 일제강점기 아시아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이 민간기업에 위탁해 군사적 목적으로 대규모 지하호를 조성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천시 부평구에서도 1945년 초에 일본군 육군조병창과 민간 군수공장을 옮길 계획으로 여러 곳에 동시에 방공호의 동굴을 조성했고, 그중 가장 중요한 동굴 조성공사는 일본 기업들이 참여해 조성한 것이 일본 문헌조사에서 확인된 사례가 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대전아쿠아리움 내에 조성하다가 중단된 것으로 보이는 미완성 동굴 흔적이 발견됐다. 중도일보와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가 지난 2월 대전아쿠아리움을 방문했을 때 눈짐작으로 대락 10m쯤 조성된 동굴을 찾았다. 대전아쿠아리움 측이 전문가들에게 설명하고자 보여준 미완성 동굴은 바위 벽면을 깎고 안으로 뚫고 들어간 흔적이 역력했고 고개를 깊이 숙여서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낮은 높이였다. 대전에서 발견된 일제강점기 동굴 대부분 거친 바위가 그대로 드러난 형태이나, 대전아쿠아리움은 벽면에 시멘트를 바르고 비닐하우스의 지붕처럼 아치를 그리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번에 미완성 추정 동굴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아쿠아리움 동굴시설의 조성 방식을 파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사지구3
1948년 대전 항공사진 상에 보문산 중턱까지 임도가 개척되고 끝지점에 모종의 작업 흔적이 남아 있다.  (사진=대전시 공간정보 포털)
또 76년 전 비행기에서 대전 일원을 촬영한 항공사진은 일제강점기 일본군에 의해 조성된 동굴이 더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대전시청 홈페이지에서도 확인 가능한 1948년 대전 항공사진 상 보문산에 차량이 오갈 수 있는 임도가 대전아쿠아리움 방향 외에도 두 개 지점에서 추가로 확인되는데, 이들 임도 끝에 모종의 작업이 이뤄진 흔적이 사진에 남아 있다. 1948년 항공사진은 일제강점기 대전의 모습에 가장 근접한 증거로 테미고갯길도 없고 서대전네거리는 삼거리였을 정도로 차량통행이 많지 않던 때다. 동굴을 조성할 때 나오는 바위를 차량으로 옮기고 대규모 인력이 동원되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 임도는 일제의 방공호 시설 조성 중에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 두 지점은 현재 일반 야산으로 남거나 주택지로 개발됐다. 다만, 산사태를 막고 녹화를 위한 사방사업이 수시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보문산 임도를 방공호 기초시설로 단정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대전아쿠아리움 관계자는 "빗물이 유입돼 미완성 동굴을 근래에 발견했고, 동굴의 방향은 밖으로 향하고 있어 또다른 출구를 내려던 것이 아니었나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서울대 10개 만들기 동행 모델' 띄운다… 한밭대 등 국공립대 연대 STU 제안
  2. 짙은 안개에 미세먼지까지… 충청 출근길 사고 잇따라
  3. 대전 학교급식종사자들 "교육청 임금체불" 노동청에 진정 신청
  4. [춘하추동]다문화 사회와 문화 정체성
  5. 자녀 둘 기혼 숨기고 이성에게 접근해 6천만원 가로챈 40대 '징역형'
  1. 출연연 '공통행정' 채용 임박… 8개 과기계 노조 공동 성명 "연구현장 장악, 중단하라"
  2. 유명 선글라스 신제품 모방한 상품 국내유통 30대 구속기소
  3. 지역의사제에 충청권 의대 판도 변화… 고교별 희비는 변수
  4. 스프링 피크, 자살 고위험 시기 집중 대응
  5.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내외

헤드라인 뉴스


가뜩이나 좁은데 여기서 더?… 장태산 `버스 주차장` 반토막

가뜩이나 좁은데 여기서 더?… 장태산 '버스 주차장' 반토막

"주말만 되면 버스가 줄지어 들어오는데, 여기는 애초에 다 못 받는 구조예요. 그마저도 줄어들면 더 뻔한 거 아닌가요." 대전 서구 관광 명소인 장태산 자연휴양림의 고질적인 주차난이 인근 사회복지시설 이송로 확장 사업으로 심화될 우려가 크다. 도로 확보를 위해 대형버스 주차 면적을 절반으로 축소될 계획인데, 밀려나는 수요를 수용할 대안이 없어 도리어 도로 혼잡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서구와 대전시에 따르면 응급차량 통행을 위한 장태산 진입도로 확장 공사가 추진된다. 이 과정에서 1주차장 일부가 도로와 보행로로 편입돼 대..

충청권 2월 취업자 수 1년 전보다 5만9300명 늘었다
충청권 2월 취업자 수 1년 전보다 5만9300명 늘었다

충청권 2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5만 93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주력 산업인 제조업과 건설업의 동반부진으로 고용의 질적 회복은 향후 풀어야 할 과제로 보인다. 18일 충청지방데이터청의 '2월 충청지역 고용동향'에 따르면, 충청권 4개 시·도의 취업자 수는 322만 8100명으로 지난해 316만 8800명과 비교해 5만 9300명 증가했다. 지역별 취업자 수는 대전만 감소했고 세종·충남·충북은 모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선 대전의 경우 취업자 수는 79만 59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800명(-0.6%)..

`정부부처·위원회`의 세종시 이전… 6.3 지방선거 분수령
'정부부처·위원회'의 세종시 이전… 6.3 지방선거 분수령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외 정부부처의 추가 이전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후속 과제에 대해선 명확한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작년 1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주도로 상정된 성평등가족부와 법무부 등 수도권 잔류 중앙행정기관의 정부세종청사 이전 표류가 대표적이다. 지방시대위원회를 필두로 업무 효율화와 연관성상 이전이 시급한 대통령 및 총리 직속위원회 이전도 수년째 메아리가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0회 국무회의에서 "(해양수산부에 이은) 추가 정부 부처 분산은 없다"고 못 박으면서, 전라와 경..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내외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내외

  • ‘반려견과 함께’ ‘반려견과 함께’

  • ‘그날의 함성 다시 한 번’…인동장터 독립만세운동 기념행사 ‘그날의 함성 다시 한 번’…인동장터 독립만세운동 기념행사

  • ‘봄이 왔어요’ ‘봄이 왔어요’